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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주택에 거하다 - 황금알 시언선 238 (양장)

양문정 저 | 도서출판황금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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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8150096 / 120쪽 / 168g / 12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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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양문정 시인은 1964년 서귀포 출생, 2002년 『심상』으로 등단, 2015년 첫 시집 『모로 누운 바다』를 상재했다. 작품과 작가의 삶에 대한 상호조명을 통해 작품해석에 접근할 때 우리는 의외로 많은 숨어 있는 의미의 계시를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시인에 대해 아는 전기적 정보는 위에서 말한 세 가지밖에는 없다. 그럼에도 아무런 선입견 없는 객관적 시각으로 작품을 대할 수 있고, 오직 자신만의 비평적 설득력에 의해 독자와 함께 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한다. 편안히 녹슬어 가던 온갖 것들이 바이러스가 되어 손바닥에 머물고 내 호흡이 네게 가닿을 때 불면의 잠 길게 기침과 열꽃이 낳은 바람의 사생아 불안 주택의 처마에 깃들어 물결 모양의 속지를 품은 골판지 속에 잠을 설치고 마늘잎에 병이 퍼지고 쓰레기통에 넘쳐나는 비닐봉지 스티로폼서 잠을 찾는 고양이들과 함께 우리는 불길하다. 봄 한철 내내 비가 내리고 그치지 않아 그사이에 피어도 주목받지 못하는 저 벚꽃처럼 나는 당신 가까이 갈 수 없다. 말소리 뭉개지는 알 수 없는 마스크 속의 표정으로는 -「불안주택에 거(居)하다」 전문 위 인용된 작품은 이번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하다. 그만큼 시인의 전체적 시세계의 성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제는 2015년 첫 시집 『모로 누운 바다』와의 연관성이 느껴짐이 어쩔 수 없다. ‘모로 눕다’라는 말은 편안하게 위를 보고 누운 상태가 아니라 모서리나, 측면으로 누운, 무언가 불편하게 누운 상태로 인식된다. 언제나 수평선 위의 가없는 하늘을 보며 편안하게 누워있는 바다를 ‘모로 누운 바다’로 인식한다면, 이는 화자의 내적 심리에서 기인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시집 제목은 『불안주택에 거(居)하다』이다. 어떤 ‘주택’이기에 마음이 편하지 않고 뒤숭숭하기만 한 것인가. 여하튼 둘 다 불편한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편안히 녹슬어 가던/ 온갖 것들”은 결국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 우리의 통상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화자는 그것들은 “바이러스가 되어” 우리 손바닥에 머물고 있다고 느낀다.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따지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바이러스’의 사전적 정의는 ‘보통의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의 극히 작은 미생물’을 말한다. 우리는 이 작은 놈들을 음식을 썩게 하고 병을 옮기는 더럽고 위험한 존재로 인식한다. 그러나 실상 이 작은 놈들이 없었다면 온 세상이 사체와 배설물로 덮일 것이다. 김치, 젓갈, 된장 같은 발효식품도 없을 것이다. 자정능력을 상실한 강물은 온갖 더러운 것들을 품은 채 흐를 것이다. 이놈들이 땅속에서 만드는 무기물을 뿌리로 흡수해 성장하는 모든 녹색식물도 생산을 멈출 것이다. 결국, 지구는 죽은 별이 될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가 이런 ‘미생물’을 같은 의미지만 ‘바이러스’라고 발화할 때 그것은 악성의 병을 옮기는 유행성 병원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가 마스크를 쓰고 살게 만든 바이러스 같은 경우가 될 것이다. 이런 바이러스는 “내 호흡이 네게 가닿을 때” “기침과 열꽃”을 만들어 “불면의 잠”을 야기한다. 이어 화자는 “불안 주택”을 “물결 모양의 속지를 품은/ 골판지 속”이라고 표현하고 이곳이 바로 우리가 불면으로 잠을 설치는 곳이라고 말한다. ‘불안 주택’ 안뿐이 아니다. 바이러스는 ‘마늘잎에도 병’이 퍼지게 하고 ‘쓰레기통에 비닐봉지’가 넘쳐나게 만든다. 또한 고양이가 “스티로폼서 잠을” 찾게 만든다. 여기서 ‘스티로폼Styrofoam’이란 어휘가 특별히 눈에 뜨이는데 이는 ‘작은 기포를 무수히 지닌 합성수지’로 단열·포장·흡음吸音·장식재료 등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바 실상 우리는 이 합성수지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어휘는 “골판지”와 공통점을 갖고 있음이 인지된다. 물건의 포장박스를 살펴보면 판지 사이에 골이 진 얇은 물체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골판지’다. 현대는 택배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문한 어떤 물건도 골판지나 혹은 스티로폼으로 만든 박스에 담겨 배달된다. 앞서 본 것처럼 화자는 “불안주택”을 “골판지 속”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골판지 안에서 “불면의 잠”을 설치고 마찬가지로 고양이는 스티로폼 안에서 잠을 설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화자의 이런 발화는 심리적으로 ‘모로 누운 잠자리’처럼 마음 편하지 못한 상태에서 현대의 우리가 거하고 있다는 인식을 표출하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 연이 바뀌고 봄비와 벚꽃이 등장한다. 봄바람이 불어야 꽃이 피고 봄비가 내려야 그 꽃은 더 곱고 화려해진다. 서정적인 분위기가 될 듯하다. 그러나 “봄 한철 내내/ 비가 내리고 그치지 않”으면 경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 때 핀 ‘벚꽃’은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한다. 그런데 그치지 않고 내리는 비에 “주목받지 못하는” 벚꽃은 ‘처럼’이라는 부사격 조사가 붙으며 “나는 당신 가까이 갈 수 없다”라는 사실을 비유하고 있다. 작품에서 첫 번째 등장하는 비유다. 젖은 벚꽃이 어디를 가겠는가. 땅에 떨어지면 그만이다. 봄이라는 좋은 계절에도 그것을 느끼는 시인의 불편한 심리적 기제는 여전하다. 그런데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당신에게 가까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이유가 또 다른 메타포 덩어리로 표출되고 있다. “말소리 뭉개지는/ 알 수 없는 마스크 속의 표정”이다. 그렇다. ‘마스크’ 속에서는 말도 제대로 전달이 안 될뿐더러 마음속 감정·정서가 나타난 얼굴의 ‘표정’도 읽어낼 수가 없다. 작품에서 ‘마스크’라는 어휘는 단 한 번 나타나지만, 이것은 첫째 연 내용과 함께 연결되며 작품 전체의 이해에 결정적인 지표가 되고 있다. 우리는 몇 년째 팬데믹pandemic 현상 속에서 살아왔고 그것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실상 거리두기를 통해 “나는 당신 가까이 갈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었다. 또한 해가 바뀌어도 마스크를 써왔고 아직도 여전히 쓰고 있다. 시인은 이 어휘 하나를 통해 우리가 부대끼고 있는 사회현실을 적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작품이 제시하는 것은 교훈도, 가르침도, 추상적 사고도 아니다. 그것은 ‘공감의 공유’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것은 ‘마스크’라는 매개물을 통해 지금도 우리가 체험하는 ‘경험의 교환’이라고도 볼 수 있다. <책속에서> 내 집 마당의 도마뱀 10 지나왔던 자리 조급하게 더러는 느릿느릿 때로 잔돌 튀기며 호미 날 지나온 자리 겨우살이 준비로 뿌려진 이파리들의 씨알 서리 곧게 내려앉아 발이 지날 때마다 뽀득이며 무너지는 밭두둑에 한기는 한 겹의 옷을 껴입으며 바람의 칼퀴는 더 날카로워지는 입동 무렵 땅의 흙 위를 기며 사는 것들 모두 집으로 가네 겨울, 앙칼지고 뻣뻣한 아침이 찾아와 지난 시절 내내 빗물에 젖어 있던 질흙의 목구멍을 뚫고 비어져 나온 푸성귀들의 몸체가 공양감으로 손에 뽑혀 나오는 찰나, 너, 집을 잃어버렸다. 우주 어느 귀퉁이에 머물든 안녕하시라

저자 소개

  • 저자 : 양문정
저자 : 양문정
시인은 1964년 제주 서귀포에서 태어나 2002년 10월 『심상』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모로 누운 바다』(2015년), 『불안 주택에 거居하다』가 있다.

목차

1부

내 집 마당의 도마뱀 5·12
내 집 마당의 도마뱀 10·14
안개 산책·16
바람같이, 겨울 수선水仙·18
진경塵境 1·19
진경塵境 2·20
비탈에 무너지다·21
퍼붓는 비의 연못 2·22
존자 목련·23
얼음, 강·24
폐사지·26
얼음, 강을 찾아서·28
궤적·30

2부

불안주택에 거居하다·32
빳빳한 시간·34
마비된 천장·36
바람 소리·38
장화를 벗으며·39
겨울비에 익사하는 춥디추운 삶·40
어둠 깊이 얼굴을 묻고·41
틈입·44
야간주행 4·45
야간주행 5·47
야간 주행 6·49
야간 주행 7·51
야간 주행 8·52

3부

외로이, 또는 외로움 가까이·56
거울 속의 사람에게·57
가버린 친구에게·58
묵은 잠을 불러들이다·60
푸른 달개비의 초상·61
활, 쏘다·62
유채油菜·64
불출不出·66
내 곁의 오랜 생·68
치자꽃과 장마·70
겨울보행·72
새가 있는 풍경·73
무기의 새벽·74
갯바위·76
하지·78

4부

숲으로 가다 1·80
숲으로 가다 2·81
숲으로 가다 3·83
숲으로 가다 4·84
화양연화·86
자폐를 앓는 사람들을 위한 연가·87
소금밭·90
바람의 문·92
밤바람·94
절하는 밤·96
굼벵이·98
한식·100ㄴ

해설 | 호병탁_바다 위 고통의 작은 섬을 보는 시인의 우울한 심리·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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