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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071357 / 128쪽 / 170g / 13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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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열정과 냉정의 시간 속에서 숙성된 청년의 언어!” 이하석 시인은 “언어가 여전히 굳굳하면서 민감한, 청년의 감성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고 천병석의 시세계를 상찬한다. 그의 시는 펄펄 끓는 가마솥에 한 바가지 찬물을 끼얹는 것처럼 열정과 냉정을 오간다. “마른 흙은 물이 되어 끓어오르고”(「혜성이 모두 친절하진 않다 1」) “참다못한 장미꽃은 물의 고막을 찢어, 소리”(「낙타의 꿈」)치는 뜨거운 풍경의 저편에 “둥글고 매끈한 어린 돌들은 추위로 곱은 손을 호호 불어”(「겨울, 운문 계곡)대고 “내버려두어도 저 홀로 불꽃 일으켜 온산 태워버릴 듯한”(「산골 시인의 겨울 여행」) 혹한의 계절이 보이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물처럼 깊어진 시간 안으로”(「비 오는 날의 수묵화」) 독자들을 이끈다. 윤리를 상실한 시대와 시인의 숙명! 천병석 시인은 그간의 시간 속에서 죄의식을 간직해왔다. 좀 더 세밀하게 말하면 역사적 원죄 의식 혹은 부채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지켜야 할 가치와 윤리를 상실해버린 시대에 시인이 지녀야 할 숙명 같은 것이기도 하다. 울음은 참으라고 배우고 가르친 우리들은 저녁밥을 지으러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아궁이 안에 타는 연기를 마시며 어떤 이는 서울로 가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생각하며 어떤 이는 이국의 전쟁에 나간 아들을 생각한다 어떤 이는 어릴 적 구워먹은 감자를 생각하고 죄스럽다 죄를 털고 일어나고 싶지만 연기에 잠긴 마을처럼 실행은 늘 어렵다 상념이 온몸 안을 채워 쿨럭이는 밤 들녘 너머 숲은 음모론자처럼 어둡고 둥지로 돌아온 새들이 알을 낳을 때까지 나는 기다린다 상념의 힘으로 내가 새가 될 때까지 새들도 나무도 뜬눈으로 나를 기다린다 ―「산촌, 나의 죄」 부분 천병석 시인에게 “죄”의 근원은 삶 자체이다. 지나간 시절과 사람을 생각하는 일이 죄가 된다면, 그러한 “상념의 힘으로 내가 새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일은 죄로부터 자유롭게 비상하겠다는 의지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바다만큼 넓은 숲 온밤 내내 돌아다녀 보았으면”(「늙은 방물장수처럼 시간이」) 좋겠다고 한다. 그러나 시인은 ‘죄’의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시인에게는 지켜야 할 윤리와 삶의 질서가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세계의 진실성 따윈 / 공기만 잔뜩 불어넣은 과자 같은 것”(「유채꽃 피는 세상」)에 불과한 것이다. 천병석 시인이 간직하고 있는 세계는 “가로 획과 세로 획 / 이 두 지고한 선이 만나는 곳”(「십자 문양, 십자가」)이다. 구모룡 평론가는 천병석의 시세계에 대해 “일견 묵시록적 이미지를 통하여 현실에 대한 회의와 문명에 대한 환멸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곧 기저에 흐르는 화해의 갈망이 가열함을 알게”(「해설」) 해준다고 평가한다. 결국 시인에게 ‘지고한 선’의 세계는 ‘화해의 갈망’으로 가득한 세계이고, 그러한 세계는 파괴적인 도시 문명과 거리가 있는 세계이다. 천병석 시인은 “다수 몰지각한 사람들이 퍼뜨린 독이 / …… / 도시 전체를 휘감아 물들여왔”(「다수, 몰지각한」)을 세계, “달빛 아래 검은 기름과 폐수가 범람하는 곳”(「쓰레기들은 바다로」), “우연을 가장한 맨홀과 싱크홀이 내 가족과 삶들을 송두리째 빨아들이”(「우연을 가장한」)는 세계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명백한 어떤 화(和)의 순간”(「물 아래 화의 순간」)을 제시한다. 이때 ‘명백한 화’의 세계는 전통적 삶의 공동체이자 건강한 생태적 공동체와 다르지 않다. 해방의 시와 시의 해방을 꿈꾸며! 노루 다녀간 발자국 토끼가 먹고 간 열매가 붉은지 푸른지 모른 척 해주는 것이 풍경 카페 앞 작은 연못의 불문율 하늘의 구름 또한 온다 간다 말없이 다녀가도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는다 이거라도 덮으렴, 하고 연못가 단풍잎 몇 물 위에 내릴 때 철새들은 다시 날아오르고 평온과 휴식을 얻은 물들도 다시 길을 나선다 어디로 가니, 하고 묻지 않는 것이 아마도 카페 앞 작은 연못의 도리일 것이다 물은 물이기에 흐르고 새는 새이기에 날아갈 것이다 ―「‘풍경’ 찻집의 풍경」 부분 “생의 한 갑자를 돌며 마침내 첫 시집”(이원규 시인)을 낸 천병석 시인에게 세계는 도리 없이 부조리하게 보인다. 그가 “작은 연못의 불문율”과 “작은 연못의 도리”를 묻는 것은 부조리한 세계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기 위해서다. “물은 물이기에” “새는 새이기에” 물처럼 흐르고 새처럼 날아가게 해주는 것이 부조리한 세계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도리이자 시인의 숙명이다. 그래서 그는 부조리 자체마저도 자유롭게 존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천병석 시인은 “사막은 / 고요하고 // 별은 / 거기 / 활처럼 빛나며”(「사막은 고요하고 별은 빛나며」) “이 산이 단풍으로 물들면 / 저 산이 단풍으로 물”(「품성론」)드는 자연의 생태에 눈길을 준다. 자연은 그 자체로 자유로운 생태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그의 시는 ‘산촌’이라는 자기 충족의 세계를 구축한다. ‘산촌’에서 그의 시선은 여전히 ‘제대로 된 세상’(이하석)을 향해 있고, ‘해방의 시와 시의 해방이 어울려 한바탕 춤을 추기’를 꿈꾸는 것이다.
1부 낙타의 꿈
절경 / 사막과 바다 / 공중의 어떤 입구 / 바다, 나무, 바람의 친화 / 혜성이 모두 친절하진 않다 1 / 혜성이 모두 친절하진 않다 2 / 낙타의 꿈 / 물 아래 화의 순간 / 양들에 관한 기록 1 / 양들에 관한 기록 2
2부 소리, 산해진미
산골 시인의 겨울여행 / 늙은 방물장수처럼 시간이 / 겨울 산을 지키다 / ‘풍경’ 찻집의 풍경 / 겨울, 운문 계곡 / 산촌, 나의 죄 / 운문댐, 겨울 풍경 / 소리, 산해진미 / 유채꽃 피는 세상
3부 푸른 점 위의 집
푸른 점 위의 집 / 꽃이 아름다울 땐 / 십자 문양, 십자가 / 뜨거운 풀밭에서 / 부부론 / 비 오는 날의 수묵화 / 숲, 지상에서 하늘로 / 꽃들, 폭포에 피다 / 도망치는 미이라
4부 고분을 보는 방법
사막은 고요하고 별을 빛나며 / 고분을 보는 방법 / 칼은 / 품성론 / 목욕탕의 법도 / 다수, 몰지각한 / 쓰레기들은 바다로 / 우연을 가장한 / 태양의 행방
해설 : 긍정과 생성을 지향하는 화의 시학 - 구모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