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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71149 / 116쪽 / 220g / 130 x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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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너는 가을옷이 필요하구나 나는 봄옷을 생각하면서 양화대교를 건너고 있어 선유도에서는 볼 수 있을 거야 차마 겉으로는 구분되지 않는 계절 나의 9월은 너의 3월 _「선유도」에서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시집을 아우르는 가장 주요한 키워드는 시차時差다. “만남은 다른 두 개별적 타자들을 하나의 동일한 주체로 융합시켜주는 사태가 아니라, 각자의 고독을 상기시키는 간극을 계속해서 보존함으로써 유지될 수 있는 ‘감각의 시간’을 새로운 만남의 풍경으로 다시, 가시화하는 일”이라는 강동호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시인의 ‘겉으로는 구분되지 않는 계절’에 대한 감각은 ‘너’와 ‘나’의 관계를 새삼 재인식하게 한다.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너는 어떤 시절처럼 나를 본다”(「비희극」), “사이프러스 뒤에서 너는 겨울을 나는 그전 해의 겨울을 지나고 있다.”(「그러니까 좋은 사람」), “아이슬란드는 여름이고 서울은 겨울인데 같은 온도로 바람이 분다”(「새벽 네 시」) 같은 시구들은 그들이 지나쳐온 어떤 계절을 환기하게 한다. 그리고 시인이 불러일으키는 그 환기는 지금-여기 우리에게 분명히 잔존해 있는 과거를 현재화하는 과정이 된다. 그런 이유로 구현우의 시를 읽다보면 자연히 내가 떠나보낸 어떤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그리움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의 간극과 비례해 커지는 것이 아닐까? ‘너’와 ‘나’가 경험한 전혀 다른 계절은 우리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었다는 체념의 근거가 아니라 서로를 더 크게 염원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의 9월은 너의 3월』에서는 시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각별한 자의식 또한 엿보인다. 시인은 ‘너’와 ‘나’가 존재하는 세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만 문장, 단어, 그 어떤 이름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종류의 아름다움에서 종종 언어의 길을 잃는다. 그 길잃음의 흔적들은 “한때/ 너무 잘 어질러진 것들이 영원히 전시되어 있다”(「그러나 가끔 선연한」), “너는 누구에게도 불린 적이 없어 아름다운 병명”(「네거티브 필름」), “너무 많은 아름다움에 파묻혀 네가 보이지 않는다”(「거의 모든 사랑」) 같은 문장들에서 마주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시인은 그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이라 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불가해한 그리움을 발견한 것처럼, 구체화할 수 없음 그 자체가 바로 아름다움이라는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오늘은 아름답다는 이런 고백도 가능하다”(「거의 모든 사랑」)라고 독백했을지 모른다. 그는 ‘아름답다’고 선언하는 대신 조심스럽게 ‘가능하다’라고 되뇐다. 남부 지방에는 비가 온다는데 이곳에는 눈이 내린다 어제는 너에 대한 미움으로 잠을 설쳤고 오늘은 누구에게든 미워하는 마음을 먹지 않으려다 밤을 샌다 _「새벽 네 시」에서 그러나 그의 시어들이 우리의 마음 깊은 곳까지 와닿아 감각을 일깨우고 우리를 어떤 계절 속으로 끌고들어갈 수 있는 것은 그가 그토록 정확히 표현하고자 한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랜 시간 고심하고 다시 고민해 아름답고 정확한 단어를 고르다가 이내 실수처럼 내뱉어버리는 “그럼 이제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닌 거죠”(「결벽」)라는 가장 단순한 진심처럼, 끝내 세공해내지 못한 투명한 말들에 우리는 뜻밖의 기습처럼 사정없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나의 9월은 너의 3월』을 펼쳐들어 그 속에 담긴 공기를 호흡하는 일은, 매번 어김없이 찾아오는 새로운 계절 속에서 우리의 그리움을 마주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시인의 말
1부 아프다고 생각하자 병이 시작되었다
오로지 혼자 어두운/ 악인/ 네거티브필름/ 광시증/ 회색/ 빌헬름의 에로티시즘/ 붉은 꽃/ 감정은 여러 종류의 검정/ 동경/ 망한 시대와 올바른 생활
2부 네가 모르는 서울에 내가 산다
선유도/ 적/ 망실/ 본능 이상의 것/ 번역/ 노르웨이숲/ 산타클로스의 이별선물/ 설원/ 빨강/ 공범/ 만신창이의 역사/ 서글픈 오전부터 지루한 오후까지/ 도그빌/ 새벽 네 시/ 성
3부 사람이 멀어지자 마음이 멀어지게 되었지만
무서운 소설을 읽은 다음/ 불/ 우리의 서른은 후쿠오카의 여름/ 연찬/ 드라이플라워/ 깊은 밤에도 감춰지지 않는/ 바라만 보면 그리운 닿으면 부서지는/ 괘종시계가 어울리는 테이블/ 아무것도 아닌 말/ 몽유병자들/ 허브/ 혼혈/ 이토록 유약하고 아름다운 거짓
4부 그러나 가끔 선연한
Amnesia/ 두 목수/ 진화/ 인상/ 비희극/ 거의 모든 사랑/ 체호프의 총/ 그러나 가끔 선연한/ 결벽/ 너의 작은 캐리어/ 언젠가 되기를 바라는 건 당신 같은 사람/ 목격자들/ Alcoholic
5부 가깝다 여기는 만큼 가닿을 수 없는 당신에게
검은 집/ 그러니까 좋은 사람/ 설치/ 공중정원/ 간밤/ 연/ 미의 미학/ 와전/ 자각몽/ 홀/ 을의 독백/ 영
해설| 다시 만날 세계 / 강동호(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