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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8243991 / 232쪽 / 310g /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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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란, 권희,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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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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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칼라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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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영
- 15,120
- 10,800
- 17,820
- 15,750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우리는 호스피스 장마가 끝난 다음날 폭염은 찾아 왔다. 문을 열면. 열기는 기다린 듯이 턱하니 내 숨구멍을 막는다. 창 밖 참깨 밭에는 익은 것만 먼저 속아냈는지, 듬성듬성 서 있는 깨 대가 흰 꽃을 달고 바람에 흔들린다. 간간히 바람이 불고 있으니 다행이다. 이 더위에도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작은 바람이 얼마나 소중하겠는가. 폭염에도 예쁜 여인은 찾아 왔다. 인사도 없이 조용히 어머니 방으로 들어간다. 그분은 가져온 짐을 침상 귀퉁이에 놓고. 어머니 볼에 입을 맞추고,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인사를 할 거다. 어머니를 자주 찾는 딸은, 오는 줄도 모르게 살그머니 와서, 어머니와 함께 있다 조용하게 간다. 어머니 몸을 닦아 드리고, 팔 다리를 주무르고, 사온 간식을 먹여 드리고, 좁은 침대에서 어머니를 끌어안고 누었다 간다. 인사만 주고받을 뿐, 눈길도 주지 않는 딸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있다. 다음에 올 때까지 드실 간식도 충분하게 가지고 오는 딸은 인사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엄마보고 싶을 때 부담 없이 올 수 있게 해 달란다. 오랫동안 병상에 계시지만 어머니는 품위가 있는 분이다. 어머니를 닮은 딸도 기품 있고, 사려가 깊은 분이다. 병실 침상에서 어머니를 끌어안고 누워있는 딸에게, 어머니의 체온을 오랫동안 느끼게 해 주고 싶다. 내 어머니가 생존해 계실 때, 어머니에게서만 나는 냄새와 포근함과 달큰함을, 그 여인을 보면서 느끼고 있었다. 병원에서 고생하실 때, 안타까워 가슴 적시던 감정도 예쁜 여인을 통해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여인이 나타나면 같이 행복하고, 가슴 절이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 여인이 오면 기분이 들뜬다. 워낙 연세가 많은 분이다 보니 컨디션에 따라 식사를 못하시고 거르는 경우가 있다. 가정간호사 도움으로 수액을 놓았다. 어르신들은 영양제가 아닌 수액만으로도 혈관에 볼륨이 생겨 한결 나아진다. 마침 방문한 딸에게 “요즈음 식사를 잘 못하셔서” 라고 하자, 교양 있고, 조용한 따님은 사무적이고 단호한 어조로 똑 부러지게 말했다. “저의 어머니가 백 살이 넘었습니다. 어떻게 하자는 건지 모르겠네요. 저번에 왔을 때, 어머니가 가래가 많아 그르렁거린다고 기관지 흡인을 해서 가래를 뺀다고 했어요. 그 때도 제가 반대 했습니다. 가래가 숨구멍을 막아 어머니가 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너무 오래 고생 하시지 않나요. 이렇게 누워계시면서 아무도 몰라보는 시간이 10년도 넘었는데, 더 사시기를 바라면 욕심이지요.” 어머니 숨구멍을 막아 편하게 가셨으면 좋겠다는 말이, 내 숨구멍을 막는 것 같았다. 내 어머니가 병원에서 고생하실 때, 나도 매일 기도 했었다. 제발 우리 어머니를 편하게 해 주세요.라고, 한번 터진 눈물을 멈출 수가 없도록 울었었다. 그 여인도 그렇게 울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대화도 되지 않고, 불러도 눈도 잘 뜨지 못하고, 반응도 별로 보이지 않지만, 식사 때가 되면 입을 벌리고 죽을 받아 넘기신다. 대소변도 스스로 보시고, 텔레비전 앞에 조는 듯이 앉아 계신다. 이렇게 어머니는 살아가고 계신다. 알아보지 못하고, 당신표현을 못하고, 웃어주지 못하고, 손들어 잡아주지 못하는 어머니가 너무 불쌍하다고. 가슴이 저며 온다고 한다. 그 후도 그 예쁜 여인은 간식을 들고 어머니를 찾아 왔다. 그리고 닦아 드리고, 먹여 드리고, 얼굴을 부비고, 안고 누었다 간다. 늘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간다. 어머니의 따뜻한 체온을 가득 안고 그녀는 간다. 예쁜 딸이 어머니를 위한 마음을 우리가 이어받아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다. 어떤 보호자에게 “요즈음 어르신 컨디션이 좋아요. 말을 알아듣고,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요”라고 하자 “그래서 뭐가 변하는 거죠.”라고 반문했다. 뇌경색으로 아무 반응도 없이 누워만 계시는 어머니에게 어떤 희망을 바라겠는가. 내 소망이 그분에게는 별다른 의미를 주지 못해도, 그 어르신이 명을 다 할 때까지 그 분의 감각을 살리려고 노력하며 희망적인 마음을 늦추지 않을 거다.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인다고 그 분이 일어나 앉지는 않는다. 명이 더 길어지지 않는다. 천천히 흐르는 이곳 생활에서 나는 깨 대를 흔드는 한줄기 바람이고 싶다. 오신 길로 편안하게 돌아가실 수 있도록, 슬프지 않게, 무섭지 않게 손을 잡아 드리는 일이다. 그래서 요양보호사선생님들에게 우리 직업은 호스피스라고 외치게 한다.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일 하자고 말한다.
책머리에
작품해설 | 김홍은(충북대학교 명예교수)
남포등 13
석양 18
꽃이 예쁘다 23
우리는 호스피스 28
어머니의 목욕 32
갈증 39
아버지의 집 44
엇갈린 모정 49
유자식이 상팔자 53
꼬부랑 할머니의 장맛 57
아들의 눈물 65
어머니의 생인 손 70
어머니 살아 계셔서 감사합니다 76
그래도 보고 싶은 내 아들 80
위대한 유산 85
3초의 기억·1 91
3초의 기억·2 96
3초의 기억·3 101
3초의 기억·4 106
3초의 기억·5 110
길 117
은혜 방 122
믿음 129
사전연명의료의향서 133
회생 138
미움·1 145
미움·2 148
뮌히하우젠증후군 152
상구님 158
자업자득 163
행운목 171
시종점부始終點府 176
바라보기도 아까운 내 아들 180
막걸리 할아버지 185
휠체어를 밀던 여학생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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