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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602430 / 148쪽 / 148g / 110 x 1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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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란, 권희,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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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까뮈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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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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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15,120
- 15,300
- 18,900
- 16,200
출판사 리뷰
_규칙도 모르겠고, 용어도 모르겠고, 음악에 박자는 맞춰야 되겠고 그러나 역시 발레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첫날부터 속옷도 안 입고 타이즈와 레오타드만 입는다는 것이 정말일까 반신반신하며 탈의실에서 한참을 꾸물거리고, 기초적인 팔과 다리의 포지션을 배웠지만 머릿속에 남은 건 ‘1번 발, 2번 발’뿐이었으며, 고등학교 때 프랑스어를 전공했음에도 ‘앙아방’, ‘앙오’ 같은 발레 용어가 프랑스어임을 한 달 후에야 눈치 챘다. 규칙도 모르겠고, 용어도 모르겠고, 음악에 박자는 맞춰야 되겠고, 몸이 마치 광고용 바람인형처럼 움직였다. 다리 동작을 하면 팔이 공중에서 헛짓을 하고 있고, 팔 동작에 신경을 쓰면 다리가 엉뚱한 데로 가 있다. 앞사람을 곁눈질로 따라 했는데 알고 보니 앞사람도 틀렸다. “총체적으로 완벽하게 자신의 존재가 바보스럽다고 느끼는” 초유의 경험.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수업 첫날 발레에 빠져버렸다. 도전의식이 활활 불타오르는 채로. 이후 야근으로 피곤한 날에도 홍삼 한 포를 입에 털어 넣고 발레 학원에 가는 날이 이어졌다.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는” 발레의 세계로 들어선 것이다. _‘세상의 쓴맛’을 아는 어른들의 ‘달콤한 끝맛’ 이 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옆찢기 180도’에 성공하고 싶다는 바람을 품은 채 어른이 된다는 것은 180도 다리찢기가 가능한 고관절의 유연성을 영영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선생님들은 자애로운 미소를 띤 얼굴로 수강생들의 안쪽 허벅지를 발로 밀어 다리 각도를 늘리고 심지어 안쪽 허벅지를 밟고 위에 서기까지 한다. 부끄러움도 다 잊은 채 “앗! 저! 선생님! 잠깐! 아! 아악!” 하고 비명을 지르고 나면 어느새 다리 각도는 10도쯤 늘어 있다. 세상에 애쓰고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돌아오는 일이 그리 흔하지 않다는 ‘세상의 쓴맛’을 아는 어른에게, 스트레칭의 고통이 보장하는 ‘달콤한 끝맛’을 알아갈 무렵, 어느새 잠들기 전 다리 하나 번쩍 들어 코앞까지 붙여보고 “어허 시원하다” 같은 감탄사를 내뱉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_“목에 제발 힘 좀 빼세요. 이렇게 힘주면 목 두꺼워져요.” 거의 매번 수업 때마다 힘 좀 빼라는 지적을 듣는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하는 소리인 줄 모르다가 어느 날 답답함에 못 이겨 선생님이 ‘바로 당신 이야기예요’ 하고 일러주었을 때에야 뒤늦게 문제를 인지했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이런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깊이 고민하면서 총체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자신이 모두 소진될 정도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곤 했음을 깨달았다. 한국형 ‘맏이 표준 교육’을 받으며 부모님에게 인정받는 큰딸이 되기 위해 자신이 우울한 줄도 모르면서 죽 우울하게 커왔음을 인정하게 됐다. 목표를 이루면 기뻐하기보다 안도했고, 이루지 못하면 쉽게 자기혐오에 빠졌다. 상황이 극단적으로 나빠졌을 때는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 달이라는 긴 휴식을 거치면서 자신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불안감을 지우기 위한 것이 컸음을 깨닫는다. 난생 처음으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러자 비로소 발레를 할 때의 몸의 움직임에도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다. _학원비 벌려고 일하고, 퇴근해서 발레하려고 출근한다 발레에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다. 한번 빠지면 벗어날 수 없는 개미지옥. 하지만 온몸으로 궁극의 아름다움에 도전하는 일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꿀잼’이다. 그래서 발레인들은 학원비를 벌기 위해 일하고, 저녁에 발레할 생각으로 즐겁게 출근한다. 비록 타고나길 뻣뻣하고 방향치인 몸이지만 이런 자신에게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발레를 아름답게 출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희망한다.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얼추 비슷하게만 해내도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는데, 이젠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는 열망에 불타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씨익 웃음도 짓는다. 이런 성취욕, 살면서 한 번쯤은 괜찮지 않나,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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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발, 2번 발이라는 게 있는데…
여기요! 미디엄, 미디엄 사이즈 갖다주세요!
좀 찢어드릴까요
오늘은 꽤 깊은 그랑 플리에를 하고 있구나
셰네로 돌다가 통베 파드부레 다음에 앙드오르로 두 바퀴 돌고
신발 가운데를 말이죠, (흡!)
소란스러운 고요함
고백하자면 나는 힘 빼기를 두려워했다
오오 터닝신이 강림하셨다!
어떤 동작이든 하나도 힘들지 않은 것처럼
나는 내 몸을 다시 빚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