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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여 바람이여

안재영 저 | 페이퍼버드 | 202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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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4161652 / 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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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천황 만세를 외치며 죽으라고? 내가 마지막 순간에 찾은 것은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한 남자가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남자는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났다. 민족을 버리고 출세를 택한 아버지 덕분에 가난을 모르고 자랐으며 어머니로부터 명석한 머리를 물려받아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공부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일본군이 일본인과 조선인을 가리지 않고 징집했기 때문이다. 글밖에 모르는 학생을 데려가서 속성으로 훈련시키고는 실전에 투입해야 할 만큼 전황은 처절했다. 결국 조선인인 남자는 일본을 위해 싸워야 했다. 남자는 공군에 들어가 비행기 조종술을 배웠다. “천황을 위해 죽을 각오가 된 자가 있느냐”는 말에 손을 들으면 기특하다며 사지로 보내졌고, 마지막까지 손을 들지 않아도 결국 사지로 보내졌다. 싸워야 할 명분도, 승리할 가능성도 없는 전쟁을 위해 조선인인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부조리란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 법이다. 오직 상황만, 처절한 상황만 제시할 뿐이다. 결국 찾아온 마지막 비행. 그는 미군기에 격추되어 시커먼 바다로 침몰한다. 미군에 구조되어 기적처럼 살아나고 일본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 남자. 남자는 이제 모든 것을 기억하며 남은 생을 살아야 한다. 전쟁은 끝났지만, 남자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정말 ‘살아있는’ 것일까? 거대한 폭력을 겪어낸 인간에게 영혼은 남지 않는다. 소설 《신이여 바람이여》는 ‘살아있다’라는 감각을 잃어버린 남자를 그린다. 그는 그저 살아남았을 뿐이다. 이후로 펼쳐질 그의 삶은 생(生)이라기보다는 죽음에 가깝다. 인생의 찬란한 순간 속에서도 여전히 죽음의 환영에 시달리는 남자를 보며 우리는 역사 이후에 남겨진 개인의 삶을 생각해보게 된다. 책 속에서 “이 새끼들아! 제대로 안 서?” 날카로운 교관의 목소리가 귓전에 띄엄띄엄 들렸다. 군홧발로 흠씬 걷어차이는 건 잘 견뎠는데, 복부를 걷어찬 그의 일격은 나를 한껏 움츠러들게 했다. 충격에 오그라든 내 몸과 달리 내 눈알은 십 리나 튀어나갈 것처럼 부릅떠져 별로 보고 싶지도 않은 광경을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개돼지처럼 얻어맞고 있는 까까머리들…. _<표현할 수 없는 언어> 중에서 구마모토 선배처럼 조국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자신이 사용되길 바라며 자신을 갈고닦은 그런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신병이 됨과 동시에 그 초록빛 꿈을 꺾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는 것이다. 그 시작은 입대 직후, 훌륭하게 죽는 법을 배운 때였다. 우린 입대 직후, 훌륭하게 죽는 방법을 교관으로부터 배웠다. _<혼란스러운 마음> 중에서 우리 막사가 이런 방법으로 서로를 아슬아슬하게 붙들고 있을 때, 여기저기서 탈영병이 생겨났다. 오늘 탈영한 병사는 아직 16살밖에 안 되는 어린 소년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이야기를 듣자 평소 탈영병을 향해 제국의 수치라는 말을 하던 이들이 그저 아무 말 없이 눈빛을 떨구었다. _<박제된 나비의 날개> 중에서 “너희들은 제국의 산같이 무거운 명예를 새털 같은 목숨으로 바꾸려 했다. 그 불충을 나라를 위해 적함을 격침시켜 사죄하라. 안심하라! 너희들의 불충은 상부에 보고되지 않을 것이며, 제군들의 가족은 불충한 그대들의 가족으로 치욕을 당하고 살지 않아도 된다. 제군들은 그대들의 불충과 달리 군신으로 야스쿠니신사로 모셔질 것이며, 2계급 특진의 영예 또한 얻게 될 것이다. 가족의 걱정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오직 제군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최후의 순간까지 적의 함대를 침몰시켰는지에 대한 확인뿐이다.” _<가는 것과 남는 것> 중에서 하지만 이런 나의 부인을 또다시 무력하게 하는 것은 오키나와 해상에서 죽어야 했던 내 몸 대신 먼저 죽은 왼쪽 다리이다. 아무리 외면하고 저항하려 애를 써도 이 다리는 내게 그날의 기억을 되살린다. 오키나와 바다 위 벌 떼처럼 떠있던 나의 동료였던 이들, 그들의 고통이 나의 다리에 달라붙어 외치는 고함 소리, 이명처럼 들리는 추락하는 비행기 소리, 터지는 폭탄 소리, 끔찍하게 분노한 바다 소리, 그리고 그 바다 위에 하늘을 삼킬 듯 타올랐던 불기둥. 내가 아무리 잊으려 노력해도 나 대신 이 다리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 마치 영화처럼 이 다리를 보면 모든 것이 떠오른다. 과거는 결코 꿈이 아닌 것이다. _<생의 기억> 중에서

저자 소개

  • 저자 : 안재영
저자 : 안재영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무렵 이사한 부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대학에서 행정학과 일문학을 공부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지인이었던 가미카제 조종사의 이야기를 들었었고, 언젠가 그의 이야기를 한국인이 기억해야 할 역사로 남겨 놓고자 생각했다.

목차

해가 지다 | 표현할 수 없는 언어 | 혼란스러운 마음 | 나의 치에코 | 동료와 적 | 박제된 나비의 날개 | 우리 둘 서로를 위해 | 새로운 길 | 비행 | 민족과 국가 | 바람이 분다 | 존재하는 법 | 가는 것과 남는 것 | 이제 모든 비행기는 가미카제 | 튀어올랐다가 떨어지는 | 끝과 시작 | 벗어날 수 없는 사실 | 다시 일어난 비극 |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 생의 기억 | 집필 후기-지워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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