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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

엘리자베스 하드윅 저 | 임슬애 역 | 코호북스 | 202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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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1922110 / 192쪽 130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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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엎다 “플롯을 원하면 댈러스(70년대 미국 인기 드라마)를 보겠다.” 엘리자베스 하드윅이 《파리 리뷰》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잠 못 드는 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전형적인 플롯의 부재다. 기억과 사유, 상상, 인용문, 편지 등이 조각조각 모여 콜라주를 이루며 화자의 삶과 주제를 드러내는 이 작품은 로렌 그로프가 서평에서 말했듯이 전통적인 소설보다는 한 곡의 음악을 상기한다. 같은 인터뷰에서 하드윅은 『잠 못 드는 밤』의 구상은 한 문장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이제 소설을 쓰려고 하는데 화자를 ‘나’라고 부를지 ‘그’라고 부를지 모르겠다.” 하드윅은 결국 ‘나’를 택하고 화자에게 자신의 이름 엘리자베스를 붙이는데, 이것은 화자가 ‘나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나의 언어로 자유롭게 회고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삼인칭시점으로 쓰였지만 저자의 이야기라는 것이 분명한 소설들과 전혀 다른 접근인 것이다. 이 작품은 소설이 특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에세이, 산문시, 메모어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되면 문학의 세계가 얼마나 다채로워질수 있는지 보여준다. 기억이라는 허상에 삶의 정수를 담아내다. 소설 도입부에서 화자는 기억을 과제로 삼아 이 삶을 계속 살아가겠다고 결심한다. 기억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변하고 편집되고 왜곡되는 허상이다. 그런데 이 허상은 바로 우리가 이해하는 지금까지의 삶이다. 이것은 자기 정체성의 기반이 되고 현재와 미래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화자가 말한 대로 자신의 삶을 계속 살아나가려면 그에 앞서 이 허상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어떤 기억을 돌이켜볼 것인가? 화자는 “선반에서 캔을 꺼내듯”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바로 다음 순간 의미심장한 단어 ‘아마도’로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있으며, 우연히 길에서 주워들은 한마디가 수차례 되풀이한 대화보다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어떤 기억이 ‘사소’하고 ‘중요’한지는 결국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는 것이다. 또한 화자는 자신의 기억을 마치 관찰자처럼 감상이 배제된 투명한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지 그것의 사실 여부를 밝히려들지 않는다. “때로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쥐고 있는 내 삶의 어휘집이, 사실관계의 색인이 끔찍하다. 다들 여벌의 쌍안경처럼 꼭 쥐고 있다. 그러니까, 사실이 내 기억을 방해한다는 말이다.” 화자에게 중요한 것은 그 기억의 사실 여부가 아니라 기억 그 자체인 것이다. 현재의 엘리자베스가 과거의 엘리자베스가 관찰한 바를 새로이 관찰하는 것이며, 저자와 화자의 시선과 목소리가 하나로 녹아든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타자에 대한 연민과 상실에 대한 애도라는, 삶의 정수를 체험한다. 타자에 대한 연민과 상실에 대한 애도 『잠 못 드는 밤』에서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화자가 자신이 회상하는 인물들에게 보이는 깊은 연민과 공감이다. 화자가 기억하는 대상은 대부분 여성인데, 각자 자기만의 불행을 안고 처절히 살아간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매춘을 하다가 지독한 염증과 통증으로 죽은 이웃 아가씨. 불도저처럼 밀어닥친 가난에 모든 것을 잃은 동네 음악 선생, 학대의 기억과 질병을 안고 사는 조젯, 살아 있으니 다른 사람의 빨래를 해주고 있을 것이 분명한 아이다. “그저 늙어 낙오한 소처럼, 그 누구의 부양도 없이, 끔찍한 자유 속에서 방황”하는 여자들. 비운의 스타 빌리 홀리데이를 제외하면 이들은 화자가 기억해주지 않았으면 세상에 자취를 남기지 못했을 여자들이다. 이들을 기억하기로 한 화자의 ‘결정’을 통해, 또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독자는 엘리자베스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하고 이해한다. “어쩌면 여기서 시작된 걸까, 반복되는 실수와 나태의 희생자를 향한 호기심 섞인 연민은. 중력의 법칙에 따라 아래로 가라앉는 생, 연처럼 부드럽고 천천히 낙하하는, 아니 격렬한 추락과 함께 산산이 조각나는 생을 향한 연민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하드윅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소설의 화자는 관찰하는 사람입니다. 관찰하기로 결정한 대상을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처절하게 살아가는 거리의 망가진 여자들, 청소부, 미드타운 호텔의 한량들 등 온갖 종류의 패배자들과 무의식적으로 공감한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 나는 저들과 다름없다고.” 그들의 상실과 고독과 처절함에 보이는 연민은 결국 엘리자베스 자신의 삶으로 귀결된다. 한 사람의 삶은 다른 삶과의 연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법이고, 홀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여인의 이야기로 시작한 『잠 못 드는 밤』은 아끼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은 소망으로 끝난다.

저자 소개

  • 저자 : 엘리자베스 하드윅
저자 : 엘리자베스 하드윅 (Elizabeth Hardwick)\t
1916년 켄터키주 렉싱턴에서 태어났다. 켄터키 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 대학원 박사 과정에 진학하였으나, 여성에게 차별적인 당시 학계 그리고 이론에 얽매여 있는 학문적 글쓰기에 회의를 느끼고 학업을 중단했다. 이후 뉴욕에서 보헤미안적인 삶을 체험하며 단편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1945년에 첫 장편 《유령 같은 연인The Ghostly Lover》을 출간했다. 이 소설로 《파르티잔 리뷰 Partisan Review》의 공동 편집자 필립 라브의 관심을 끌었고 문예지에 기고 의뢰를 받으며 평론가로서 데뷔했다. 1949년 시인 로버트 로웰과 결혼했다. 퓰리처상,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고 20세기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시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로웰은 양극성장애가 있었다. 로웰의 불륜으로 인해 이혼에 이르기까지 다사다난했던 23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하드윅은 로웰을 보살피며 그가 집필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왔다. 1962년 뉴욕 신문업계에서 대규모 파업이 일어나며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많은 신문사들이 발행을 중단했다. 당시 평론계에 새로운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믿은 하드윅은 이 공백을 기회로 삼아 편집자 로버트 A. 실버, 바버라 앱스틴과 연대하여 《뉴욕리뷰오브북스》를 창간했다. 편집진의 절대적인 신뢰와 지지 속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얻은 그는 냉철하고 뚜렷한 주관이 담긴 비평에 문학적인 문체와 상상력을 접목시킨 독특한 스타일을 발전시키며 평론가로서 명성을 쌓아나갔다. 1955년에 두 번째 장편 《단순한 진실 The Simple Truth》 이후 비평에 집중했던 하드윅은 1979년 세 번째 장편 《잠 못 드는 밤 Sleepless Nights》을 발표했다. 사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에서 일인칭시점으로 서술되는 이 소설은 장르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엎는 독보적인 형식 그리고 시를 연상시키는 함축적인 문장으로 평론계와 독자들을 매혹했다. 저명한 비평가로서 여러 유명 문학상의 심사위원을 역임한 하드윅은 차세대 작가들의 양성에도 기여했다. 1965년부터 1985년까지 버나드 칼리지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며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와 작가로서의 길을 찾을 수 있게 이끌었다. 반 세기에 가까운 기간 동안 그는 절친 한나 아렌트, 메리 매카시, 에이드리언 리치 등과 더불어 미국의 지성을 대표하는 여성이었다. 문학 에세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백 편이 넘는 에세이와 다수의 단편 소설, 세 권의 소설, 그리고 허먼 멜빌 전기를 집필하였다. 최고의 극평에 주어지는 조지 진 네이선 어워드를 여성 최초로 수상했고, 소설 《잠 못 드는 밤》으로 전미비평가협회상 후보에, 에세이집 《유혹과 배반》으로 전미도서상 후보에 선정되었다. 2006년 향년 91세로 맨해튼에서 별세했다.

역자 : 임슬애
고려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한영번역을 공부하고 현재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숨을 참던 나날』,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우리가 있던 자리에』, 『두 번째 장소』, 『영광』,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1890』, 『더 로스트 키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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