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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820712 / 144쪽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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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웨일 공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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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작품 세계
임윤은 한국 시문학사에서 중국의 단동을 중심으로 남북교류 상황을 집중적으로 그린 시인으로 평가될 것이다. 시인은 단동이라는 또 하나의 국경에서 남한 사람들, 북한 사람들, 중국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는 모습을 살펴보면서 남북 분단으로 인한 안타까움은 물론 그 극복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시인에게 단동은 지도상에 나오는 하나의 국경이라는 의미를 넘어 역사적인 장소가 된다. (중략)
단동에서는 남북 교류의 부침과 상관없이 경협이 이루어져 왔다. 남한 사람들이 주문한 옷을 단동에서 북한 사람들이 만들고, 그것이 중국 제품으로 한국에 합법적으로 들어온 것이 좋은 예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1990년대 이후 북한의 경제 악화와 반복되는 수해 및 가뭄으로 배급 체계가 붕괴하고 생필품 및 의약품이 부족해 대량의 아사자가 발생하면서 본격화되었다. 북한 사람들은 가구나 잡화를 파는 것으로 식량난을 해결할 수 없자 국경을 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일명 도강증이라고 불리는 국경통행증으로 양쪽을 자유롭게 오고 가고 있다.
단동에서는 한국, 북한, 중국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며 삶을 이루고 있다. 그들의 삶의 터전과 수단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 길림성의 연변 지역이 무역 중심지였는데, 2000년대에 들어서는 단동으로 이동하였다. 무엇보다 북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식량, 생활품, 의약품 등을 남한에서, 평양에서 만든 가공품을 남한으로 보내는 데 최단거리라는 지리적인 여건 때문이었다. 그에 따라 남북한 동포들은 귀국 후 문제가 될 소지를 최소화하면서 단동에서 경제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도 한국 사람들은 단동에서 이루어지는 남북 교류를 잘 모르고 있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임윤 시인이 단동을 중심으로 심화시킨 국경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시인은 그곳에서의 체험을 통해 남북 분단에 따른 남북교류의 한계는 물론 그 극복의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결국 임윤 시인은 남북 동포들의 경제적 교류를 토대로 분단 극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
책 속으로
<지워진 길>
아이가 엄마 손 놓치지 않으려
손가락 끝에 묻어난 계절이 안간힘 쓸 때
강물로 뛰어든 정강이가 시릴 즈음
단단한 각질 벗겨내는 물결처럼
잡목이 삼켜버린 길 위에 포개진 발자국은 침묵한다
강의 어깨를 물고
끝 간 데 없이 출렁거리는 국경
모래밭에 찍힌 화살표 물새 발자국이
위화도에서 말머리를 돌렸던 편자의 깊이 같다
봉두난발 백성들 머리카락인가
반질거리던 길을 에워싼 잡초를 헤집는 바람
신의주가 손에 잡힐 듯 끊어진 철교
수풍댐 가르는 보트의 굉음
집안에서 만포 구리광산으로 연결된 교각
중강진의 악산과 사행천에 자리한 너와집들
혜산의 얼굴을 차단한 세관의 철문
남백두에서 발원한 강물을 건너던 길
보천, 삼지연, 송강하, 이도백하 그리고 천지
대홍단 감자 보따리장수와
화룡을 오가던 무산의 얼굴
(후략)
<쌓여 있는 길>
몸이 과녁인 줄 몰랐다
중심을 먹고 자란 나이테 속에 쌓인 길
절개된 눈벽의 피부에서 꿈틀거린다
단층 이룬 틈바구니마다
질긴 목숨들 몸부림친 흔적 선명하다
흩어졌던 외길이 모여 신작로 만들듯
걸음마다 허방 짚던 어두운 길눈
보푸라기처럼 흔들리는
가슴에 숨겼던 등불 하나 꺼내
작은 새 한 마리 허공으로 날려 보낼 일이다
골목에 쌓인 녹슨 시간의 침묵들
회색 이념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눈동자
소통의 손길 뻗어보아도
건너길 거부하는 시퍼런 물결이 두렵다
민둥산에 홀로 선 늙은 소나무
황톳빛 능선에 핀 진달래는
그래도 낯설지 않아 눈시울이 뜨겁다
건너편 길 따라 남으로 가면
숙부가 일궜다는 묵정밭에도 분홍빛 만개했을 터
저 길은 끝인지 시작인지
깊이 잠든 눈동자는 길을 잃어
허물어진 허공을 무리 지어 날아가는 날개들
<출렁거리는 신념>
자작나무를 심자
민들레 노란 눈웃음이 그리울 때
녹슨 바람 한 줌 손에 쥐고
강변에 눈 녹고 새소리 날리도록
강물 빨아올려 나뭇잎 무성하게
휘파람은 어디에서 방황하고 있는가
울울창창한 숲의 근육
힘겨운 시간은 가슴에서 단단해지는데
바람 소리도 느끼지 못해
너울 일렁이는 저녁의 비음
철조망과 강이 맞잡은 악수는 숙명이 아니기에
헐거워진 빗장 열고
천년의 보폭으로 물은 흘러갈 것이니
숲에 붙박였던 눈길 외면한
기득권인 당신의 두려운 눈빛 분명치 않은가
강변을 뛰어가는 아이의 실한 엉덩이처럼
벌거벗은 상상을 하자
껍질 벗은 모습 강물에 비치면
너울에 쓸려간 이파리를 그리워하자
무화과나무처럼 가슴속에 꽃피우고 향기는 버리자
제1부
먹먹한 이별 / 오래된 침묵 / 지워진 길 / 단동역의 새벽 / 쭉 내자우 / 바닷길 족적 / 뤼순의 가을 / 압록강에는 섬이 많다 / 자작나무 편지 / 피라미의 가계 / 길은 활처럼 휘어진다 / 푸른 오리 / 당달봉사 / 강물 소리
제2부
압록강 물새 / 쌓여 있는 길 / 자작나무의 눈 / 얼음 왕국 / 혜산의 어둠 / 역류하는 강 / 압록강 지류 / 몽유 / 눈빛 대화 / 뜬눈 / 강변을 습격하다 / 어둠을 벗어난 그림자 / 구름 두부 / 백두산 일출
제3부
눈이 아프다 / 돼지 멱따는 날 / 제망매가 / 누이야 / 짝태의 눈 / 한눈으로 3국을 보다 / 장령세관 / 가슴에 흐르는 강 / 소야(消夜) / 변방의 넋두리 / 범법자들 / 늙은 개 / 훈춘에서 / 저녁 통증
제4부
황무지에 핀 민들레 / 철조망 증후군 / 필담(筆談) / 단단한 바람 / 동해 일몰 / 다시 압록강에서 / 북쪽 길 / 출렁거리는 신념 / 물의 기억 / 불편한 계절 / 손바닥 수맥 / 생의 줄기 / 막대자석의 습성 / 태풍의 눈
작품 해설 : 국경의 시학 - 맹문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