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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41650 / 144쪽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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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창문 밖에도 절벽 위에도 온몸으로 피우는 시에 대한 순정 강은 흘러야 강이고 꽃은 피어야 꽃이라고 말하는 듯 동강할미꽃 피네 수만 년 동안 강과 산이 밤낮으로 만나 빚은 절경 절벽을 수놓는 꽃 댐을 막아 절경을 수장시키려던 시절 때맞추어 세상에 나타나 아름다움의 가치를 증언한 꽃 강은 한없이 젊고 그리움은 늙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 동강할미꽃 피네. ―「동강할미꽃」 전문 시인이 자신의 여덟번째 시집 『두루미의 잠』 원고를 다 엮었을 때, 강원도 정선과 영월에는 예년과 다름없이 동강할미꽃이 피었다. 동강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서 온몸으로 피어나는 꽃은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식물로 하늘을 향해 꽃망울을 터뜨리는 게 특징이다. 초봄, 그것도 열흘 남짓 꽃 피우는 동강할미꽃을 보기 위해 매년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매번 화제가 되는 것은 꽃의 아름다움이 아닌, 꽃을 훼손하는 이들이다. 바위틈에서 자라는 꽃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묵은 잎들이 죄다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그뿐만 아니라 꽃의 영롱한 자태를 혼자만 보기 위해 아예 뿌리째 파낸 일도 있었다. 꽃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절벽에 오른 자가 그 마음을 꺾고 짓밟는 것을 두고 시인은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는 이가/꽃도 함부로 꺾는다”(「꽃꺼끼재를 지나며」)며 꽃의 안위를 걱정했다. 한겨울 새벽 버스 안에서 누군가의 한숨으로 피어난 성에를 처음으로 꽃이라 명명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역시 꽃의 이름을 꼼꼼하게 곱씹는다. 꽃이 필 때면 “부러 새삼스럽게/더 즐거운 일 찾지 않”고 “더 긴한 일 만들지 않”(「따사로운 봄날」)는다는 시인은 “떨군 꽃잎이/쓰레기가 되어 발길에 밝히는 게 싫”은 나머지 산 속에 사는 화자가 되어 “사람들의 번거로운 눈길에서 벗어나”(「산목련이 백목련에게」) 그윽하고 깊이 걷기만을 원한다. 시적 상상력과 비유를 삼간 채 자연의 생태만을 포착하는 시인의 시선에는 인간의 마음이 아닌 꽃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순정만이 남아 고개를 숙인 채 절벽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꽃의 흔적을 선연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시간을 헤아리다 자연의 일부가 되는 시인 영월 동강가 제장마을에 옻나무를 심어 가꾸던 이가 있었다. 그는 옻나무에 칼집을 내 상처에 고이는 진액을 채취하였다. 그는 칠장이였고 소중하게 모은 옻액을 걸러 옹배기에 담아두었다. 그런데 장난치며 뛰놀던 누렁이가 옹배기를 엎질러 칠액을 뒤집어썼다. 불같이 화가난 칠장이는 부지깽이로 개를 두들겨 팼다. 졸지에 검둥이가 된 누렁이는 산으로 도망쳤다. 개의 행방이 궁금한 칠장이는 개 발자국을 따라 산에 올랐고 바위 위에 검둥개가 앉아 있었다. 칠장이가 개의 곁에 다가가 주위를 둘러보니 동강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동강이 백운산 자락을 휘감아 흐르며 굽이굽이 세워놓은 뼝대가 하늘 아래 절경이었다. 절경을 보며 개는 슬픔을 다스렸고 칠장이는 화를 다스렸다. 이후 칠장이는 개와 함께 이곳에 자주 올랐고 해가 바뀌자 검둥이는 다시 누렁이가 되었다. 칠장이와 누렁이가 나란히 앉아 있곤 했던 자리는 훗날 칠족령이라 부르게 되었고 산 너머 문화마을로 가는 길도 그들이 처음 찾게 되었다. ―「칠족령」 전문 자연 앞에서 한낱 인간의 욕망은 반드시 사라지고야 말 인위의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시인이 채록한 영월 동강가의 설화를 담은 4부의 시 「칠족령」은 언뜻 보기에는 불같이 화를 내는 칠장이와 주인한테 맞고 검둥개가 되어버린 누렁이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시의 주인공은 “훗날 칠족령이라 불리”는 자연이다. 이렇듯 최두석의 시는 “자연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호명해 새로운 능동성을 부여”(문학평론가 박혜경)한다. 자연이 보여주는 절경 앞에서 욕망이 뒤섞인 칠장이의 분노는 천천히 사그라들고 그 옆에 있는 누렁이의 슬픔 역시 고요해진다. 자연과의 긴밀한 연결 속에서 개개인의 욕망은 자연의 일부로 자기 안의 헛된 욕심을 내려놓았을 때 우리는 비로소 충만함을 느끼게 된다. 여전히 훼손되지 않은 야생의 자연을 노래하기 위해 시인은 숨을 죽이고 발꿈치를 들고 다시 걷는다. 한반도 곳곳을 누비며 시를 써온 시인의 시간은 “주로 야생으로 살아가는 생명들을 만나는 데 쓰이”(「시인의 말」)면서 독자들을 인위의 시간에서 벗어나 오롯이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으로 초대한다. 수록된 작품 전반에 걸쳐 시인이 잃지 않고 고수하는 것은 고요히 생명이 움트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겸손한 태도라 할 수 있다. 가장 쉬운 단어와 명확한 문장만으로 오롯이 감탄하는 것. 자연의 생동력 앞에서는 그 어떤 사족도 필요하지 않는다는 고집. 최두석의 시는 40년 동안 그렇게 묵묵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을 이야기했다. 자유와 혁명을 지나 자연으로 가 닿은 시인의 시는 우리가 다시 걸어야만 하는 오솔길처럼 길을 헤맬 필요 없이 고요하기만 하다. 우리의 서정시가 오래도록 지켜온 겸손한 마음과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순정을 이 시집에서 오롯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의 말 요즘 나의 시간은 주로 야생으로 살아가는 생명들을 만나는 데 쓰이고 있다. 꽃 피우고 열매 맺는 나무나 풀뿐만 아니라 그걸 먹고 살아가는 새나 곤충의 생생한 모습을 보며 활기를 얻는다. 그들의 숨결과 맥박이 시의 호흡 속으로 나도 몰래 스며들기를 기원한다. 2023년 6월 최두석
1부
따사로운 봄날
동강할미꽃
개개비
휘파람새
물매화
동박새
뻐꾹채
꽃꺼끼재를 지나며
바람꽃
호리꽃등에
노루귀와 빌로오드재니등에
산호랑나비
할머니산수유나무 아래에서
산수유나무
금강초롱
천마산에는 미치광이가 많다
도체비꽃
2부
새를 본다
곤줄박이
두루미의 잠
뜸부기
황새야, 훨훨
먹황새
저어새
각시바위
물수리
백로와 숭어
공릉천 멧비둘기
알락꼬리마도요
파랑새
검독수리
독수리
검은머리물떼새
3부
새는 무릎 꿇지 않는다
후투티
유부도
마름과 흰뺨검둥오리
뿔논병아리
뿔논병아리 가족
장다리물떼새
우포늪 물꿩
때까치
비둘기조롱이
팔당호 큰고니
플라타나스와 멧비둘기
장릉 원앙
기러기 울음소리
임진강 재두루미
참수리
꾀꼬리
4부
연령초
요선암에서
웅녀
칠족령
주목의 환생
살구
쥐 이야기
등칡
마포와 여의나루 사이
꿀도둑
운교역 밤나무
깽깽이풀
설중복
엄천강 수달
충주호
산목련이 백목련에게
해설
시인과 자연이 함께 쓰는 시·박혜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