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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7235689 / 264쪽 110 x 1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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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만화책을 모아놓고 ‘불태우던’ 시절에서 누구나 웹에 만화를 공유하고 평가받는 지금까지 ‘만화’라고 할 때, 당연히 손바닥만 한 흑백의 종이책과 만화 잡지를 떠올리는 세대가 있는가 하면, 휴대폰 액정 크기만큼의 컷을 빠르게 스크롤하는 웹툰이 당연한 세대도 있다. 만화는 그만큼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아온 장르이자, 또한 그만큼 오해받고 때로는 ‘박해’받아온 문제의 장르다. 저자는 1970년대에 만화 화형식이 이루어졌음을 상기한다. 이는 상징적인 표현이 아니다. 말 그대로 만화책을 운동장에 한데 모아놓고 불태웠던 시절을, 지금 우리는 차마 상상하기 어렵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만화를 ‘밀수, 탈세, 도박, 마약, 폭력’과 묶어 사회 6대 악으로 규정했다. 저자는 그 악의 자리에 왜 하고많은 것들 중 하필 ‘만화’가 들어갔는지 질문한다. 독재자가 억압해야 하는 문화예술은 많고도 많았을 터인데 왜 만화였을까. 저자는 그것이 사회의 전반적인 ‘어린이 혐오’와 관련 있다고 추측한다. 당시만 해도 만화는 어디까지나 어린이들의 즐길거리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핍박받았던 만화의 과거와 비교하자면, 현재 만화의 지위는 매우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만화는 어린이만 보는 것이라는 말을,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1년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웹툰 산업 매출액은 전년보다 64.6% 증가하여 무려 1조 원을 돌파했다. 인기 웹툰은 다시 종이책 출판이나 드라마 및 영화 제작 등으로 이어지며 2차 수익을 발생시킨다. 네이버의 도전만화, 다음의 웹툰리그처럼 아마추어 만화가들이 작품을 올리고 무한경쟁을 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여전히 ‘만화가’는 ‘먹고살’ 만한 직업이 못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적 인식이다. 만화가 거대 자본이 되는 이면에는 ‘배고픈 예술’, 혹은 ‘변변한 직업조차 못 되는 일’이라는 낙인이 존재하며, 거기에 플랫폼을 둘러싼 자본의 논리가 낙인을 공고히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만화에 대한 인식과 환경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만화가 광장에 끌려나와” 불타던 시절로부터 우리는 과연 몇 걸음이나 나아왔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인권기록활동가 박희정이 깊숙이 들여다본 만화, 만화가, 여성 창작자, 플랫폼 노동자 이 책의 특이점을 하나 꼽자면 저자의 이력이다. 인권기록활동가라는, 만화 독자들에게는 조금 낯설지도 모르는 직업 말이다. 저자는 10년 가까이 인권이 무너지고 있는 현장 또는 참사 생존자들을 취재해 그들의 억눌린 목소리를 듣고 기록하고 사회에 알리는 일을 해왔다. 그런 그가 10년 만에 펴내는 첫 단독 인터뷰집의 주제가 의외로 ‘만화’였던 것은 알고 보면 필연이다. 그 자신이 어릴 때부터 대학 때까지 직업 만화가를 꿈꿨으며 현재도 만화가로서의 자의식을 소중히 지키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인권기록활동가가 아닌 다른 기자나 업계 종사자였다면 담아내기 어려웠을 법한 삶과 사유의 두께가 더해져 있다. 단지 만화의 스토리와 등장인물의 이야기 외에도 그것을 창조한 만화가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 자기 삶과의 교차 지점을 응시하며 사유하는 인터뷰어 즉 저자의 이야기까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넓고 깊은 정체성의 서사들이 가득 얽혀 있다. 먼저 저자는 저마다 다른 삶의 슬픔과 기쁨을 버텨내온 다양한 나이대 여성 창작자들의 ‘작지만 위대한’ 역사를 추적한다. 그들이 그려내는 만화 속 인물은, 우리가 익히 보아온 소년만화 혹은 순정만화 속 클리셰 인물들하고는 거리가 멀다. 지혜를 인정받고 진정한 예언가로 다시 태어난 신화 속 여성 카산드라부터, 독박육아를 상세하게 기록하며 그에 대한 ‘화’를 사회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젖먹이 엄마, 자기가 나고 자란 땅과 엄마로부터 독립하는 젊은 여성, 고독사라는 인생의 마지막 위기를 앞에 두고 방법을 찾아나가는 비수도권 소도시의 각계각층 노인들, ‘중2병’이라는 혐오의 주요 피해자이지만 첫사랑을 통해 다른 세계와 접속하는 열다섯 살 소녀까지, 이 다양한 인물들은 또 저마다 복잡한 궤적을 그리며 여성 작가의 삶과 풍부하게 결합한다. 덧붙여 책에서는 지금의 만화가들이 처해 있는 극한의 플랫폼 노동환경을 사실적으로 조명한다. 그렇다고 플랫폼이 모두 없어져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을 통해 만화를 향유하는, 그야말로 ‘만화의 전성시대’인 만큼, 잘못된 관행을 어떻게 바꿔나가며 만화 생태계를 더욱 살 만한 곳으로 가꿔갈 것인지 함께 고민하기를 청한다.
펼치며
목숨 붙어 있는 한, 그냥 그릴 거야
― 이하진 인터뷰
덜덜 떨면서도 기어이 용기를 내는
― 송송이 인터뷰
세상에 그런 작가는 없다
― 다드래기 인터뷰
왔다 갔다 하면 멋진 그물이 짜이지
― 소만(천정연) 인터뷰
평생 성장하는 마음, 매이지 않는 만화
― 국무영 인터뷰
추천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