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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저 | 도훈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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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2346489 / 136쪽 115 x 1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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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내가 껴안고 나눈 세상의 눈빛들, 그 모습 그대로를 데려오려 한다. 날것 그대로를 마주하는 누군가의 마음에 조금치의 감동과, 한 줌의 위로와, 각자의 시선으로 시를 읽고 느끼는 즐거움을 선물하고 싶다. 이 가벼움은 내가 시를 쓰는 이유이다. 시집에 평론가의 해설을 담지 않는 물음에 대한 변명 책 속에서 <작약 화분> 겨울을 다독이며 키워 온 마음을 담아 사월의 엽서처럼 분 하나 보냅니다 가까이 놓아두고 봄빛으로 쓰세요 오 년을 주춤대던 망설임 눈빛과 눈빛이 마주치면 꽃으로 피어날까 설레는 마음 숨죽이며 보내요 무심한 듯 한가한 듯 고요에 드는 시간 작약 한 송이 읽게 되면 삶의 한 귀퉁이 추신으로 달아줘요 꽃 지면 잊은 듯이 뜰 아래로 옮겨줘요 분 안에 잔향을 묻어놓고 안쪽과 바깥쪽 세상 경계는 지울게요 긴긴날 뜰아래 머무는 시간 맨 처음 받아 든 본문으로 남을게요 <도착, 그곳에서 다시> 내가 가는 곳은 어디든 아름다울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요 매달리지 않아도 꼭 그곳엘 가지 못해도 그래도 된다는 생각을 앞세우면 언젠가는 어디든 도착한대요 그곳에서 다시, 또 걸어가면 내가 가는 곳이 될 테니까요. 갑자기 길이 험해집니다 길을 잃는, 즐거움을 생각해야 하는 지점입니다 더 나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아픔을 감추고 타인을 다독이는 어진 손길들과 모두가 포기하고 싶을 때 혼자 애쓰는 긴 호흡 오!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모든 고민은 소중하고 절실하지만 오늘 하루는 그냥 걸어가기로 해요 설렘 하나만 품고서 걷고 또 걷기로 해요 <설렘> 말라버린 식물이라고 며칠째 방치한 것도 모자라 쓰레기통에 넣으려다 혹시나, 물에 담가놨더니 줄기가 물을 당긴다 내가 포기하고 있을 때 혼자 노력하고 있었던 수염 틸란드시아 생은 이렇게 위태로운, 찬란한 순간을 이어가는 것이리라 누구나 숨고 싶은 시간은 있는 것이다 더 빛나는 눈빛이 되기 위해, 다 죽어가는 것 같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에게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구름과 흙 사이> 언덕을 올라서자 저기 나지막한 구릉, 연분홍 물감 통을 엎질러놓은 복숭아나무 곁으로 부지런한 바람도 일손을 보태고 구름과 흙 사이로 툭툭 버려지는 다보록했던 꽃들 아직 열매 맺지 못한 복숭아 저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이 구름과 흙 사이를 채우네 꽃을 똑똑 따서 꽃의 목을 툭툭 잘라서 구름 바닥을 향해 던지면 분홍은 흐드러지게 뿌려지다 흙을 덮어주네 봄을 지우네 여름을 부르네 <한 모금의 사랑> 덖어지는 이 길이 너에게 가는 길이라면 바람과 풍경과 내 마음 오롯이 가슴에 안고 가겠네 다관 속 적막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다면 나는 못 보는 그 시간 고독으로 깊어져 안온하겠네 온몸을 활짝 열어야 너를 건널 수 있다면 다 우려져서 내 빛 사라져도 창문이 될 때까지 열어놓겠네 갈피갈피 풀어놓는 내 얘기가 아프고 추운 가슴 다독이는 한 모금 사랑이 된다면 너에게 당도한 그 순간 아득히 사라져도 나는 한 모금의 향기로 살겠네 <빈터> 사람들이 떠나가고 빈터를 지키는 외등은 돌아온 아이처럼 주춤거리면서 어두워지는 것들아 어둠에 떨고 있는 것들아, 빈곤의 통념은 아파야만 살아있는 것이라고 마른 혈관으로 피를 모은다 깨진 창문들아 빈 마당아 식어버린 온돌들아 이제는 일어서지도 못하는 그림자들아 저 찬란한 어둠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어둠으로 변주되는 시간 속에는 또 다른 시간이 빛을 품고 있으니 남겨진 외등은 점 하나처럼 찍혀있지만 발자국을 모으는 빈터를 일으켜 세운다 데스 매치 오늘은 네가 이기고 나는 사라지고 고드름이 뚝 떨어지는 한순간, 꽁꽁 언 몸이 와르르 부서진다 오늘의 얼굴을 미리 저장하고 호흡을 조절하는 시간들은 모두에게 주어져 있었다 그러나 오늘 너는 살고 나는 죽고 나는 길 끝을 돌아나가, 회전문을 밀며 빙글빙글 걷는다 몸의 공간에 마음의 영역이 끌려가는 순간이지만 불편과 고통은 걸어감으로써 지워야 한다 나가는 문 앞엔 또 다른 들어가는 문이 마련되는 절묘한 조화, 또 다른 하나의 길이 생성되는 순간이다 <어떤 몸짓> 작은 몸짓 하나일 뿐인데 모두가 환해지는 순간이 있다 한 모금 빛을 들고나오는 창문 생각의 변화나 행동의 전환으로 밝음으로 환기할 수 있다고 말하려다 창문은 그냥 빛만 꺼내놓았다 테라스에서 마주 보이는 건너 동 마지막 층 왼쪽 집 며칠간 깜깜하던 창문이 빛이 걸었다 누가 살고 있는지 얼굴도 본 적 없는데 반갑기 그지없는 건 몸짓 하나로 모두가 환해지기 때문이다 지워졌던 물체들이 제 그림자를 세운다 어둠을 벗는 일은 망설임이나 회한을 걷어내고 잠든 스위치를 켜야 한다고 창문은 웃음을 켠다 <외로움 담당 부서> 상처를 만져주는 그림책처럼 가끔 들여다보는 페이지 오래된 기억을 기억하고 있는 골목길에서 바람의 옷소매를 만지며 휘어진 몸의 감각을 깨워본다 한때는 어느 가장의 잔기침 소리로 세상을 일으켜 세우며 분주하기도 했던, 집어던진 사직서처럼 구겨져서 돌아오던 삶의 징검다리 낮은 지붕에 걸려있던 햇살 한 장이 잠깐 쉬었다가 날아가 버린 뒤 시대를 읽고 지나간 외로운 것들을 보듬어 안고 있는 귀퉁이 자리 쓰다 버린 마스크의 자유가 등뼈를 훑고 지나가는 골목길엔 해진 마음들이 가끔은 자박자박 걷기도 한다 가끔은 숨겨둔 울음을 혼자 꺼내기도 하는 골목길 <감정들> 가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이분화에 익숙한 한때가 있었어요 다른 것을 사랑한다는 이유가 자꾸 생성되던 시절이었는데 사랑이 필요 가치로 변환되어 의미를 잃었던 그때 다른 자세를 취하다 믿음을 저장 못 하고 나를 잃었던 시절이었지요 감각보다는 감정을 믿는 시간으로 내 안의 사랑으로 다시 내게 돌아오니 사랑과 무관심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겠네요 아무것도 안 하는 내 마음으로 필요와 불요의 차이를 이제는 만들지 않아요

저자 소개

  • 저자 : 김영희
저자 : 김영희
강원도 정선에서 출생하고, 현재 원주에 거주 중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를 읽고 시를 쓰며 시를 사랑했지만,
은퇴 후인 2014년 계간 《문학과의식》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부터 시를 쓴다.
시집으로 『양파의 완성』 『당신이 내게로 올 때처럼』
『나무 도마를 만들다』 『여름 나기를 이야기하는 동안』이 있다.
2019아르코문학창작기금, 강원문학작가상,
원주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1부 발신
작약 화분 … 12
도착, 그곳에서 다시 … 14
설렘 … 16
구름과 흙 사이 … 17
한 모금의 사랑 … 18
빈터 … 19
데스 매치 … 20
어떤 몸짓 … 22
외로움 담당 부서 … 24
감정들 … 26
입 혹은 잎 … 28
거울아 미안해 … 30
조르바처럼 … 32
난독을 읽다 … 34
강물의 자세 … 35
러시안룰렛 … 36
가을 엽서 … 38

2부 추신
재 … 42
이런 이유 … 44
그림자를 데리고 … 46
스무아흐레 … 48
잃어버린 단추 … 50
꽃의 시간 2 … 52
신이 계신 곳 … 54
황량한 날 … 56
자세를 바꾸며 … 58
찬란한 슬픔 … 60
꽃잎들 … 61
다음이라는 말을 줄게 … 62
아슬아슬 … 64
빗살무늬 … 65
잃어버린 것들 … 66
이번 생에서는 글렀어 … 68
얼음꽃 … 70

3부 본문
매화의 시간 … 74
함백산의 사월 … 75
동강할미꽃 … 76
외딴집 … 78
새해를 빚다 … 80
몽당연필 … 82
노을 … 84
유행 상자에 들다 … 86
작은방 … 88
늙은 감자들 … 90
어머니의 둘레 … 92
생일 … 94
체질적 자가 격리 … 96
내려오는 계단 … 98
아우라지 … 100

4부 수신
대화 … 104
출렁다리 … 106
혹독하고 아름다운 … 108
현재라는 선물 … 110
수장 … 112
오늘은 안녕하신지요 … 114
참 괜찮은 바퀴 … 116
염려는 팔았습니다 … 118
경계선 … 120
커피 한잔하실래요? … 122
굳이 이름을 묻는다면 … 124
사나흘쯤 … 126
가을이 피었습니다 … 127
시월에는 … 128
십일월을 건너며 … 130
겨울 수국 … 132
모서리 수선 … 133
측백나무 책갈피 …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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