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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8611498 / 104쪽 12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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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 기다림과 그리움의 미학 첨성대 앞 나무의자에 앉아 있다 비단벌레차를 기다린다 온다는 시간 지났다 나는 매표원에게 항의하지 않는다 이렇게 기다려본 지 오래다 기다리는 동안 계림의 황금 가을이 나에게 온다 아름다운 호사다 비단벌레차가 천년 전에 출발했든 천년 후에 도착하든 조급하지 마라 신라가 나에게 오는 데 천년이 걸렸다 오늘 내게 중요한 것은 너를 기다리는 일 내 손에 탑승권이 있으니 만족한다 비단벌레차가 오고 있나 보다 황남동 쪽 어디에서 푸른 사랑의 섬광 번쩍하며 눈부처로 내려앉는다. _「비단벌레차를 기다리며-경주 남산」, 전문 이 시집은 ‘기억’과 ‘그리움’이 감각의 근원을 이룬다. 정일근 시인은 1980년대 ‘새로운 서정’의 지역문학운동을 개진한 바 있는데, 이 ‘새로운 서정’에는 세상을 바꾸자는 시인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었다. 구모룡 평론가는 1990년대 이후 정일근 시인은 삶의 거처가 옮겨지고 그의 시 세계에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였다. 구체적인 장소가 매개가 되어 시인의 ‘움직이는 시’ 세계 또한 순례의 과정을 보이는 것이다. 「비단벌레차를 기다리며-경주 남산」에서 드러나듯 기억은 기다림과 다가오는 것들, 그리고 저 너머 세계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을 안고 화자에게 돌아온다. 「고래, 52」 또한 한국의 대표적인 고래보호운동가인 그가 ‘고래’를 유토피아의 표상으로 생각하여 숭고한 아름다움을 그려낸 시다. ▶ 삶과 죽음을 껴안는 생명의 긍정성 우수서 경칩까지 같이 걸어와 보니, 아니다/ 응달에 쑥 수북하다, 산수유꽃 터진다/ 저건 어느 땅 한줌이든 버리지 않는/ 은현리의 가르침, 부지런히 볕 찾아/ 청솔당 문 앞 시멘트 바닥 갈라진 틈새마다// 봄까치꽃, 별꽃 스스로 지천이다. _「우수서 경칩까지」, 부분. ‘움직이는 시’로서 정일근 시인의 시세계가 압축적으로 드러난 부분이 시인이 거주하는 장소인 ‘은현리’이다. 그는 “은현리 유월, 꽃 한 송이 피운 뒤에 또 한 송이 피우며 접시꽃이 걸어”(「접시꽃이 걸어간다」)가는 모습을 묘사하기도 하며, “어느 땅 한줌이든 버리지 않는/ 은현리의 가르침”(「우수서 경칩까지」)을 들며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외를 표현한다. 이처럼 끊임없이 생동하는 자연사물의 움직임을 오로지 시인의 경험에 의존하여 서술함으로써 시적 공감을 획득할 뿐 아니라, 시적 화자와 다양한 의미망으로 연결되어 있는 자연사물의 인과관계를 특유의 서정성으로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 삶의 미궁에 놓인 궁극의 시 시인이 제 피 찍어 시 한 편 쓰지만/ 마침표는 죄의식처럼 찍어야 한다/ 이 시가 끝났다는 시의 마침표는 되겠지만/ 그건 시인의 마침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시는 시인과 함께 살아 있는 생물이어서/ 시인의 눈물로 고쳐지고 또 고쳐지며 시는 살아 있어야 한다 _「마침표」, 부분. 이 시집은 정일근 시인이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후 등단 30주년을 기념하여 출판되었다. 따라서 정 시인이 갖고 있는 시에 대한 생각과 철학이 보다 압축적으로 묘사되기도 했는데, 이는 “자갈밭에 제 몸 굴려가며 시의 뼈를 깎아야 한다”(「별이름 루婁에 대하여」), “미궁의 시”(「미궁의 시詩」), “미궁에서 찾아온 시”(「미궁에서 찾아온 시詩」)와 같은 시어들에서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나 시인은 시인의 수행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시집의 표제이기도 한 『소금 성자』처럼 한 편의 시를 쓰는 일이 “소금”처럼 읽는 이에게 스며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삶의 미궁에서 궁극의 시를 찾는 과정이 빚는 그의 ‘새로운 서정’은 80년대 이래 여전히 역사성을 가지고 전진할 것이며, 이후로도 끊임없는 운동성을 갖고 지속할 것이다. 책 속에서 그 낡은 가방 속 옛 상처 탈탈 털어 다 비우고, 작은 진공관 라디오, 공책과 연필, 편지와 그 편지가 닿을 주소, 참, 자네에게 줄 시집 한 권,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리, 나는 그 낡은 여행가방을 들고 시애틀행 비행기에 오르겠네 ---「낡은 여행가방」중에서 소금이 무한량으로 넘치는 세상 소금을 신이 내려주는 생명의 선물로 받아 소금을 순금보다 소중하게 모시며 자신의 당나귀와 평등하게 나눠 먹는 사람이 있다. ---「소금 성자」중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고래가 있다, 조심해라 사람이 사람에게 겨누는 작살이 그 뒤에 숨어 있다 ---「바다에서 사람의 자리」중에서
시인의 말 하나
수세미꽃이 있는 풍경 | 소금 성자 | 따뜻한 사진 | 물의 뺨을 쳤다 | 악착, 보살 | 꽃밥 | 끓는 사과 | 수박의 흥분 | 맛 | 그믐치 | 우수서 경칩까지 | 동백에 사무치다 | 비단벌레차를 기다리며 | 지나간다는 것 | 아, 시다 시 | 어머니의 자리 | 별이름 루婁에 대하여 | 장자의 그릇 | 청와靑蛙 선생 일 획이 더해져 | 미궁의 시詩 | 미궁에서 찾아온 시詩 | 꽃, 능소 | 바다의 적바림·11 | 바다의 적바림·12 | 바다의 적바림·13 | 바다의 적바림·14 | 바다의 적바림·15 | 돌고래는 사람의 칭찬에 춤추지 않는다 | 바다에서 사람의 자리 | 고래, 52 | 추도 메기 | 대구 떡국 | 씨 없는 나라 | 접시꽃이 걸어간다 | 고추가 달린다 | 환경적 시론 | 거짓말 | 미안하다_울다 | 죽은 친구에게 편지가 왔다 | 호모패스워드쿠스 | 멸치똥 | 시인의 견적 | 양주공원 주변 | 묘묘杳杳한 밤 | 제주 감귤과 싸우다 | 붉어, 먼나무 | 종고모 | 다시, 월영동 449번지 | 핸드크림 | 기차가 온다 | 낡은 여행가방 | 피니스테레Finisterrae에서 지다 | 보다나트 스투파 가는 길 | 그리운 동쪽 | 돌아 가다면 | 마침표
해설 | 서정의 궁극-구모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