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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끝에 사람이

전혜진 저 | 한겨레출판사 | 202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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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409925 / 352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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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만약 내가 세상이 말하는 투사라면, 나를 투사로 만든 것은 바로 세상이었다.” 사회와 개인을 바투 보는 일 세상 밖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하여 “역사는 늘 가장 좋지 못한 부분만 골라 되풀이”되고, 이 순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죽음의 그늘이 드리운다.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참사가 잇따르고 누군가는 부조리한 시스템을 향해 목소리를 내지만 쉬이 바뀌지 않는다. 주제의 무게를 기꺼이 관통하면서 다채로운 서사를 흥미진진하게 끌어나가는 이 책의 이야기들이 유효한 이유일 테다. 표제작인 〈바늘 끝에 사람이〉의 ‘나’는 지상에서 7만 2천 킬로미터 떨어진 우주에 궤도 엘리베이터를 짓기 위해 몸의 절반 이상을 기계로 대체한 사이보그 노동자다. 완공을 앞두고 경기가 안 좋아지자 회사는 현장 노동자들을 해고하기에 이르고, 나는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와 어마어마하게 징수된 청구서를 든 채 궤도 엘리베이터 85층에 혼자 남겨진다. 그리고 나는, 217일째 홀로 이곳에 있다. 지구 표면으로부터 약 7만 2천 킬로미터 떨어진, 대기권을 아득히 벗어난 이곳, 궤도 엘리베이터의 카운터웨이트 끝에. _본문에서 사이보그 노동자뿐만 아니라, 어릴 적 참교육 배지를 달고 죽었던 담임의 낡은 카라비너가 30년이 지나 눈앞에 나타나자 혼란에 빠지는 〈안나푸르나〉의 ‘나’와, 1980년대 광주 출신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영웅 혹은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야만 했던 〈너의 손을 잡고서〉 속 미경의 모습은 사회가 범해온 오류와 압력이 한 개인에게 얼마나 잔혹한 낙인이 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 모든 일은 그저 살아남기 위한 일이었다”라고 말하는 무고한 이들을. 어쩌면 내 친구, 가족, 지인일 수도 있는 사람들을. “전쟁을 빙자하여 도덕이 무너지는 세상에 말이야.” 전쟁의 광기와 폭력의 잔재들, 신의 힘을 빌려 전하는 전혜진표 계보의 서막 전쟁은 국가가 저지르는 가장 큰 폭력의 초상이다. 이제는 소설에서나 나올 이야기가 될 법도 하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선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다친다. 《바늘 끝에 사람이》는 역사의 격변기마다 자행되는 지배 권력의 과실을 과감히 세상에 내어놓는다. 〈내가 만난 신의 모습은〉의 삼준은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이었다. 본대가 올 때까지 인민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세워두는 허수아비. 팔순이 넘어 손주의 군복 사진을 바라보던 삼준은 자신이 겪은 일들, 전쟁이라는 광기와 그때 만난 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로 한다. 〈창백한 눈송이들〉의 나는 이제 막 부사관이 된 스무 살 군인으로 근무 첫날 행정동에서 자신과 같은 단발머리 여군을 보게 된다. 그러나 부대원들은 행정동엔 그런 군인이 없다며 자신을 귀신이나 보는 미친 사람 취급을 하기 시작하는데……. 〈할망의 귀환〉의 박 경장은 제주도 해양기지건설 반대 시위를 막기 위해 서울에서 파견된, ‘제복 입고 완장 찬 뭍놈’의 경찰로 돌하르방 몇 기가 연쇄적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쓰러지는 사건을 추적하고, 〈단지〉는 한국전쟁 이후 제주에서 무참히 살해된 이들의 혼을 담은 ‘단지’의 봉인이 풀리면서 당시 제일가는 만신의 제자였던 소화가 그들의 원혼을 달래는 이야기다. 그의 할머니가 무당이었다는 말이 떠올랐다. 뭍사람들에게 살해당한 무당의 손자. 그가, 돌하르방의 얼굴에 피를 바르고 있다. 돌부처가 피를 흘리니 홍수가 나고 해일이 일었다고 했지. 그건 정말로 돌부처가 피를 흘린다는 뜻이 아니었어. 누군가가 거기에 피를 바르는 것으로도 그 일은 일어났다고. 그 말을 누가 했더라. 술 취해 경찰서에 드러누워 있던 남자가 했던 말이었나, 양 주임의 말이었나. 박 경장은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눈을 깜빡였다. _본문에서 “제주할망들의 힘을 빌려서라도 복수를 계획”했던 작가는 세상엔 “복수에 성공하지 못하고 처벌도 원껏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더욱 많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서막이다. 전혜진 작가가 좀 더 나은 길을 택하기 위해 애쓰는 이이고, 잊어선 안 될 사건과 그 안에서 무력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목하며 그 애환의 계보를 이으려는 사람이기에 더욱더 값진.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라는 정보라 소설가의 ‘서곡’이 그 빛나는 서막을 알린다. 신의 힘을 빌어도 복수에 성공하지 못하고, 처벌도 원껏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너무 무기력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늘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어떤 것들은 이야기되어야 하기에 일단 세상에 내놓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나의 부족함 때문에 죄송해한다. 가끔은 별일 없이 사는 듯하다가도 미안합니다, 하고 말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런 부끄러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_작가의 말 추천사 국가폭력 피해 당사자분들은 생존 자체가 투쟁이다. 나는 그분들의 투쟁을 글로 옮길 자신이 없다. 전혜진 작가는 그 투쟁의 무게를 차분하고 명징하게 전달한다. 그는 나처럼 폭력의 거대한 투쟁의 깊이 앞에서 지레 움츠러들거나 먼저 울어버리지 않는다. 전혜진 작가의 글은 꼿꼿하고 강하다. 기록으로 연대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소설의 장점은 이야기의 결말을 현실과 다르게 상상할 수 있다는 측면일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주도하는 목소리는 작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피해 당사자분들의 목소리여야 한다. 상상된 결말 또한 작가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반드시 당사자분들이 원하는 방향, 인간의 존엄을 향한 정의로운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전혜진 작가는 이 점을 언제나 기억하고, 언제나 사안에 정중하게 접근한다. 그리고 피해 당사자분들께는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가해자들에게는 엄격하고 날카롭게 상상의 방향을 잡는다. 상상의 서사가 연대의 방식으로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나는 전혜진 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새삼 깨닫게 된다. 분명히 말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전혜진 작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방식이다. _정보라(소설가)

저자 소개

  • 저자 : 전혜진
저자 : 전혜진
만화와 웹툰, 추리와 스릴러, 사극, SF와 사회파 호러, 논픽션 등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장편소설 《280일》, 소설집 《아틀란티스 소녀》, 앤솔러지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우리가 다른 귀신을 불러오나니》, 논픽션 《책숲 작은 집 창가에》 《여성, 귀신이 되다》 《순정만화에서 SF의 계보를 찾다》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목차

바늘 끝에 사람이
안나푸르나
할망의 귀환
단지
내가 만난 신의 모습은
창백한 눈송이들
너의 손을 잡고서

작가의 말
추천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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