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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409932 / 280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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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넌 최선을 다해 잘 살아왔어” 섬세한 일상과 감정으로 쌓아올린 최선의 이야기들 이주란의 소설 세계는 촘촘한 일상과 미세한 감정으로 일군 박물관과도 같다. 그 박물관에 들어서면 너무나 사소해서 그대로 지나칠 법한 것들이 어느새 절박하고 소중한 순간들로 변모한다. 이를테면 “어두운 밤 산책길엔 어디선가 풍겨오는 은은한 라일락 향기를 맡고 주말이면 준경 씨네 밭에서 쑥을 캐고 쑥국 한 그릇과 오이지를 두고 소박한 밥 한 끼를 먹는 일”(118쪽)이 단박에 일으키는 정서 같은 것. 미안함과 고마움,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 믿음직스러움과 따스함 등 ‘정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독자들은 초대된다. 표제작 「별일은 없고요?」 속 ‘나’는 회사에 사직서를 쓴 뒤 고향도 아닌 곳에서 살고 있는 엄마에게로 향한다. 아랫집 아저씨의 방화 사건이 그간 오랫동안 해온 고민을 해결한 셈. 리 단위의 고요한 풍경 속에 내려온 ‘나’는 그날 밤 엄마의 5평짜리 원룸에서 숨죽여 운다. 겨울 내내 그림을 그리며 엄마가 밥을 해주는 공장의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철물점에 심부름을 다니는, 일상을 지속한다. 얼굴을 보고 먹고 이야기하고 산책하고 마음을 나누는 나날 가운데 이윽고 찾아온 봄에는 재섭 씨를 만나게도 된다. 우연한 서울 동행 후 귀갓길에 ‘별일은 없고요?’라는 재섭 씨의 안부 메시지에 불현듯 눈물이 날 듯한 마음이 든다.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당분간은 좀 쉬어.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런 말도 해주었다. 엄마의 말에 나는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만 너무 쉽게 부서진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_「별일은 없고요?」 「어른」 속 ‘나’는 남은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의 장례 후 고인의 짐을 정리하고자 시골집에 머문다. 몇 해 전 우연히 알게 된 ‘아줌마’는 청계천 미싱사로 오래 일해온 정직하고 호방한 인물로 내 곁에 남아 힘이 되어준다. 계약직 사원인 나는 4년째 4개월마다 계약을 이어왔었다. 그때마다 심장이 뛰었고 그래서 더 열정을 쏟아붓고 “초조하고 불안해서 그만하지 않고 그럴수록 최선을 다했으나” 회사로부터는 당연히 보답받지 못했던 터다. 삭막한 서울살이를 그나마 아줌마 덕분에 견딜 수 있었던 것. 할머니의 집을 정리할 엄두는 나지 않고 아줌마와 함께 울고 웃으며 못 다한 감정을 풀어낸다. “마음 놓고 울라는 거야”(104쪽). 아줌마는 소맥을 말아주며 최선을 다해 살아온 내 인생을 긍정해준 단 한 명의 어른. “아줌마가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의 모든 것을 내가 지금 나눠 받고 있다는 무자비한 따뜻함”(114쪽)을 느끼며 아줌마가 알려준 방식으로 나는 달린다. 힘이 들면 중간에 멈췄다가 다시 뛰는 것, 너무 힘들 땐 그러는 게 좋다는 것. 이야기는 끝나도 삶은 계속되듯, 떠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희망 쪽을 향해 있다. 이 무자비한 세상에 맞서 “무자비한 따뜻함”(「어른」)을 전하는 그의 소설에 또다시 큰 신세를 입었다._오은(시인) “떠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희망 쪽을 향해 있다” 상실 이후를 건너가는 단단한 발걸음 마치 한 편의 연작 소설처럼 각 단편은 다양한 상처와 상실의 풍경을 그려낸다. 「사람들은」은 엄마의 죽음을 겪은 ‘나’를, 역시나 엄마를 잃은 뒤 찾아와 신세를 지고 떠난 전 직장 동료와의 며칠을 담았다. 「서울의 저녁」은 객지에서 20대를 함께한 친구의 기일에 모인 이틀을 이야기한다. 「이 세상 사람」은 가정폭력을 일삼았던 아버지인 ‘그’에 관한 서류에 답하는 형식의 소설이다. 20년간 수없는 이사를 하고 그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여기고 살고 있지만, 지옥 같은 기억이 점령한 ‘나’에게 일상의 평화는 간절하다. 「위해」는 불우한 환경 탓에 어려서부터 뭔가를 아예 꿈꾸지 않는 법을 익혀온, 그게 오로지 나를 ‘위한’ 것이라는 명목에 길들여졌던 내가 어느 날 어쩌면 어릴 적 나와 비슷한 처지의 이웃집 소녀와 함께한 하루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소설들이 단순히 상실의 재현에 그치지 않는 건 이주란 특유의 소설적 태도 덕분일 터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슬픔 속에 머물지 않고 그것이 지나가고 조금은 고요해진 뒤의 상태나 감정에서 출발한 소설을 쓰고자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상실이나 슬픔은 어느 시기, 누군가 혹은 어떤 감정이 들고 나는 삶의 심상한 흔적이다. 「별일은 없고요?」 속 엄마가 “새집이어도, 아무튼 언젠가 그 방에서도 누군가는 죽을 수 있어”(25쪽)라고 하는 말처럼. 만나고 헤어지고 살고 죽는 것이 한 길 위에 있고, 그렇다면 우리는 매일 작별한다. 그럼에도 그 길 위의 모든 발걸음은 결국 희망 쪽을 향할 수밖에 없음을 이주란의 소설은 세세히 일깨운다. 천천히 흘러가는 삶을 따스하게 바라보며 기어이 ‘다음’이 있다고. 남편의 죽음 이후 몇 달 만에 세상으로 외출한 ‘현경’이 옛 연인을 만나는 하루의 여정을 담은 「파주에 있는」 속 마지막 당부는, 그래서 다음 행보 앞에 선 우리를 향한 작가의 응원처럼 읽힌다. 현경은 잠깐 재한의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 현경아. 잘. 잘 살아야 돼. 재한이 다시 한번 말했다. 응. 잘 살게. 현경은 그렇게 말하고 ‘예약’ 등이 깜빡이는 택시를 향해 걸어갔다._「파주에 있는」 추천사 이주란의 소설을 읽고 ‘신세’에 대해 떠올렸다. 어쩌면 신세를 지고 끼치고 갚는 것이 인생일 것이다. 동시에 누군가와 만나는 일은 인생의 한 ‘시기’에 방문하는 일이기도 하다. 시기는 퇴사나 이별, 죽음 등으로 인해 단절되곤 하는데, 적당히 거리를 두는 적절한 사람이 있어 “다음이 있다는 마음”(「서울의 저녁」)은 단절을 다시 연결로 이끈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려고 무던히 애쓰지만 선을 넘지는 않는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다시 혼자가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끝나도 삶은 계속되듯, 떠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희망 쪽을 향해 있다. 이 무자비한 세상에 맞서 “무자비한 따뜻함”(「어른」)을 전하는 그의 소설에 또다시 큰 신세를 입었다. - 오은 (시인)
별일은 없고요?
사람들은
어른
여름밤
위해
이 세상 사람
서울의 저녁
파주에 있는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