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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는 믿음

정재율 저 | 현대문학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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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7901927 / 104쪽 104 x 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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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정재율 시집 『온다는 믿음』 [현대문학 핀 시리즈] 마흔다섯 번째 시집 『온다는 믿음』의 화자는 “혼자 걷고, 혼자 찾고, 혼자 계속해 기록하는 사람”(김연덕)이다. 시 속의 화자는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주인공이 되지는 못하지만, 묵묵히 세계를 바라보고 자신이 느낀 것을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기계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세계에서 가장 값싼 자재인 나무 몸을 지닌 모리키 씨 또한 이야기 밖으로 밀려난 존재다. 시인은 화자와 모리키 씨를 통해 인간과 영원, 사랑에 대해 말하며 우리 안에 내재한 “어떤 강력한 믿음”(정재율)을 마주하길 소망한다. 나무인간 모리키 씨는 “완벽한 기계인간”이 되기를 꿈꾸지만 “오직 인간만이 모든 인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열차를 가로막은 전기버섯을 제거하고 죽는다(「모리키 씨는 어디로 갔을까」). 그러나 그의 희생에도 “밖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깜깜”하고 열차는 멈추지 않고 앞을 향해 달려간다(「그래도 열차는 멈추지 않고」). 시 속의 화자는 죽은 자가 산 자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산 자가 죽은 자를 따라가기 위해”(「온다는 믿음 1」) 그를 부단히 괴롭히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죽은 자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산 자의 곁을 계속 맴돌면서 함께 종착역을 향해 가는 것이다. 이는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이 죽은 자들을 추억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추모 자리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화음”을 맞추며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한 아이가 갑자기 달려와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기쁘다고” 환영해주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자리의 의미는 축하 자리인지 추모 자리인지 희미해져가지만, 화자는 “무언가를 심어보려고”(「나무들의 합장」) 새로운 길을 계속해서 찾아 나선다. 이처럼 정재율의 시편에는 떠난 이를 배웅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굳건하고 안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시인은 『온다는 믿음』을 통해 “모두들 자기 자신에게 맞게 좌석을 앞뒤로 조절해보”(「객실」)면서 각자의 종착역에 잘 도착하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 핀 시리즈 공통 테마 [에세이]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에 붙인 에세이는, 시인의 내면 읽기와 다름없는 하나의 독자적인 장르로 출발한다. 이로써 독자들이 시를 통해서만 느꼈던 시인의 내밀한 세계를 좀 더 구체적이고 심도 있게 다가설 수 있게 해준다. 나아가 이 에세이가 ‘공통 테마’라는 특별한 연결고리로 시인들의 자유로운 사유공간의 외연을 확장시키고 자신만의 고유한 정서를 서로 다른 색채로, 서로 다른 개성으로 보여주는, 깊숙한 내면으로의 초대라는 점은 핀 시인선에서만 볼 수 있는 매혹적인 부분이다. 새로운 감각으로 여섯 시인이 풀어나가는 이번 볼륨의 에세이 주제는 ‘반려’다. 정재율 시인은 에세이 「필름 카메라 사진」에서 부모님이 물려준 필름 카메라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시론을 독특하고 세밀한 방식으로 쌓아나간다. 그는 사진을 포착한 순간 프레임 안에 담기는 장면이 아닌, 프레임 바깥에 있는 것들을 떠올릴 때 더 먼 세계에 다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시인에게 사진은 “서랍 안쪽에 숨어 있는” 것이며 “과거와 현재의 순간이 겹쳐지는” 장면이다. 서랍에서 인화된 사진을 꺼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시인은 “잘 버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소망과 다르게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 물건들이 제자리에 있을 때 비로소 안정감을 느끼기에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조차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는 공간 속에서 시인은 자신이 쌓아 올린 추억을 시라는 형태로 재탄생시킨다. 시인에게 시와 사진은 “프레임 안에 철학”이나 과거의 한 장면을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그래서 그는 사진과 마찬가지로 시를 읽을 때 “종종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다. 에세이를 통해 온갖 시간과 장면들 속에서 말없이 견디는 나무인간과 같은 시인의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현대문학 × 아티스트 마이클 크레이그-마틴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든 표지 작업과 함께 하나의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구성된 독창적인 시인선, 즉 예술 선집이 되었다. 각 시편이 그 작품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그윽한 예술적 매혹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시와 예술, 이 두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낸 영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독창적인 시선집을 선보이는 이 핀 시리즈 시인선의 이번 시집은 개념미술의 시초인 마르셀 뒤샹(1887-1968)의 정신을 이어받아 ‘1세대 개념미술가’로 활동해온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의 작품과 함께 어우러진 만나보기 어려운 귀한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 마이클 크레이그-마틴 Michael Craig-Martin 1941년 아일랜드 더블린 출생. 미국 예일 대학교 순수미술 전공. 1966년부터 영국에서 거주 및 활동. 지난 40여 년 동안 파리 퐁피두센터, 뉴욕 현대미술관, 오스트리아 브레겐츠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기관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설치 프로젝트 진행. 제23회 상파울루 비엔날레(1998) 영국관 대표. 런던 화이트채플갤러리(1989), 더블린 아일랜드 현대미술관(2006), 런던 서펜타인갤러리(2015)에서 세 차례 회고전 개최.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교 교수 및 테이트 이사회 임원 역임. 영국 현대미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기여한 핵심 인물로,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대영제국 훈장 민간 부문 CBE 및 2016년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 받음.

저자 소개

  • 저자 : 정재율
저자 : 정재율
1994년 광주에서 태어나 201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2022)가 있다.

목차

1부
넓고 큰 창을 손바닥으로 쓸어보면
어둠이 흩어졌다

해변에서
객실
모리키 씨는 어디로 갔을까
그래도 열차는 멈추지 않고
온다는 믿음 1
속도 좀 줄이세요
온다는 믿음 2
어떤 상가
치과에 갔다
컴컴한 것과 캄캄한 것
화가의 일
저수지는 깊고 고요해

2부
여전히 그의 머리 위로
우주를 여행하는 자들이 있었다

나무들의 합창
숲 1
깨진 백자
맨홀
숲 2
정월 대보름
나의 크고 둥근 가방
잔디는 자유로워
영원성
마냐나

에세이 : 필름 카메라―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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