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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한승혜, 박정훈, 김용언 외 저 | 문예출판사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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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1023060 / 256쪽 130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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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타자를 주체로서 존중하지 않고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은 예술적 사기다.” 타자화된 채 박제된 여성들을 위한 문학적 진혼굿 여성의 관점으로 ‘고전’, ‘걸작’의 조건을 질문하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달과 6펜스』, 『안녕 내 사랑』, 『위대한 개츠비』, 『나자』, 『그리스인 조르바』, 〈날개〉, 〈메데이아〉. 이들은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국가에서 쓰인 작품이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첫째, ‘걸작’으로 불리며 오래도록 읽혔다는 점. 둘째, 모두 여성을 모욕하여 ‘예술적 성취’를 이뤘다는 점.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은 소위 ‘고전’, ‘걸작’으로 소개되고 읽혀온 이들 작품을 비판적으로 재독해하여 고전, 걸작의 조건을 질문한다. 핵심 질문은 두 가지다. 문학을 지배하는 시선은 누구의 시선인가. 문학 작품 속에서 여성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위 작품에서 여성 인물은 대개 악녀, 속물, 거짓말쟁이, 정신질환자, 마녀, 억압자, 예술적 객체 등으로 재현되었다. 긍정적으로 그려질 때도 있지만, 철저히 남성에게 종속되어 그들에게 돌봄과 재생산 노동을 제공했을 때만 그러했다. 반면 남성들은 여성들이 모욕을 감내하는 동안 위대해지고, 자유를 얻으며, 초월적 지위를 얻고, 보편적인 권위를 확보했다. 문제는 이 모든 게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었다는 점이다. 예술은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영향을 끼치며 자신의 관점을 재생산한다. 때문에 이들 작품의 여성혐오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모욕당한 여성들을 위한 문학적 진혼굿을 통해 그들의 빼앗긴 명예를 복권하는 일이 시급한 이유다. 악녀, 속물, 거짓말쟁이, 정신질환자, 예술적 객체… 모욕당한 여성을 복권하기 위한 여덟 가지 질문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을 쓴 여덟 명의 저자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여성을 모욕한 걸작을 고발한다. 먼저 한승혜는 사회가 여성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정신병’을 활용해온 역사의 연장에서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독해한다. 단지 남성에게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했다는 이유로 ‘말괄량이’ 취급받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교정’당하는 주인공 카타리나에게서 ‘미치광이’로 몰린 모든 여성의 초상을 발견할 수 있다. 박정훈은 실존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삼은 『달과 6펜스』를 거슬러 읽으며 ‘위대한 남성 예술가 신화’가 어떻게 구축되는지를 추적한다. 여성을 철저히 도구 취급하는 남성 예술가의 폭력성이 ‘천재성’으로 해석되어온 역사에 반기를 드는 것이다. 김용언은 하드보일드 장르의 대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안녕 내 사랑』을 좌절된 남성성의 어긋난 발현이라는 맥락에서 해석한다. 전쟁 후 남성들이 겪은 존재론적 위기가 ‘여성을 퇴치하라’라는 장르 문법의 확립으로 이어졌다는 독해는 ‘중립적’이라 여겨지는 장르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심진경은 낭만의 화신으로 일컬어지는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가 정말 위대한지를 질문한다. 개츠비의 위대함은 미국의 신여성인 ‘플래퍼’를 타자화한 후에야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라영은 초현실주의의 주창자 앙드레 브르통의 『나자』를 거슬러 읽으며 초현실주의자들이 예찬한 ‘발작적 아름다움’이 무엇을 대가로 했는지를 심문한다. 노동계급 여성 나자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 그는, 초현실주의자들이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의 구체적 삶을 보기를 거부했을 때만 ‘발작적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고발한다. 조이한은 현대인들이 자유의 대명사로 여기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자유가 철저히 남성에게만 허락된 영역이었다는 점을 성토한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여성혐오적 언어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그 안에 담긴 남성 중심적 인식을 폭로하기도 한다. 정희진은 ‘식민지 남성성’이라는 키워드로 〈날개〉를 독해한다. 식민지 남성성 개념을 통해, 우리는 아내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남성이 오히려 자신을 ‘피해자’라 주장하는 역설을 중층적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은수는 모든 ‘마녀’의 원형인 〈메데이아〉의 주인공을 탈식민주의 페미니스트 전사로 재해석한다. 메데이아의 ‘악행’이 사실은 능력 있는 이방인 여성을 향한 당대의 차별적 시선에서 연유했다는 점을 밝혀 그녀의 억울함을 달래주는 것이다. 여성을 모욕하는 문학적 관습에서 벗어나 고전 목록을 어떻게 다시 쓸 것인가 여성이 문학에서 어떻게 모욕당해왔는지를 살펴보는 보다 간편한 방법도 있다. 몇 명의 저자가 공통으로 사용한 방법은 작품의 성별 뒤집기다. 아무도 천방지축 남성을 ‘말괄량이’로 부르지 않고, 남편을 두고 ‘길들인다’고 표현하지 않는다(〈말괄량이 길들이기〉). 남자가 자신을 유혹한다며 ‘악마’라고 손가락질하는 여성은 상상할 수 없다(『그리스인 조르바』). 남성성을 팔아 가족을 부양하고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데도 남편이 자신을 억압한다며 비난하는 아내(〈날개〉),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헌신했으나 처참하게 버려지는 남편(〈메데이아〉)도 마찬가지다. 즉, 수많은 ‘걸작’은 여성을 남성보다 낮은 위치에 고정시켰을 때만 가능한 이야기 구조를 활용한다. 중립을 가장한 남성 화자를 내세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달과 6펜스』, 『안녕 내 사랑』, 『위대한 개츠비』, 『나자』, 『그리스인 조르바』 등의 작품에 등장하는 남성 화자는 ‘객관적 관찰자’를 표방한다. 그러나 모두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며 비판적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이는 작중 남성 화자는 끝내 남성 주인공이 설파하는 가치를 독자에게 설득시키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다. 중립적, 객관적 관찰자는 여성 타자화를 그럴듯하게 만드는 허울 좋은 핑계에 불과하다. 여성의 관점에서 걸작을 다시 읽는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의 시도는 고전의 의미를 확장적으로 재정의한다. 고전은 의미가 고정된 채 절대적 권위를 뿜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시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거리를 풍부하게 가진 작품이야말로 고전이라 불릴 만하다.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은 동시대의 관점에서 고전의 가치를 다시금 고민해보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나아가 이를 통해 우리는 고전의 목록을 다시 작성할 수도 있다. 여성을 타자화하지 않는 걸작, 여성을 주체로 존중하는 고전의 목록은 아직 쓰이지 않았다.

저자 소개

  • 저자 : 한승혜, 박정훈, 김용언 외
저자 : 한승혜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 살면서 겪은 장면을 소설 속에서 다시 맞닥뜨릴 때는 희열을, 누군가의 취향에 꼭 맞는 이야기를 찾아내 추천할 때는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서평집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와 비평·칼럼집 《다정한 무관심》을 썼으며, 다양한 매체에 서평과 칼럼을 기고 중이다. 주로 부엌에서 쓴다.

저자 :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로 일하면서 젠더 부문 기사를 쓰고 편집하고 있다.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TF 전문위원이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기자협회보 정기 칼럼 ‘스페셜리스트?젠더 부문’ 담당 필자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가부장제에 균열을 내는 대안적 남성성을 제시하는 책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2021),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2019)이 있다.

저자 : 김용언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비교문학 협동과정을 졸업했다. 미스터리 전문지 《미스테리아》 편집장. 영화 전문지 《키노》, 《필름2.0》, 《씨네21》과 장르문학 전문지 《판타스틱》, 온라인 서평 전문지 《프레시안 books》에서 10여 년간 기자 겸 편집자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 『문학소녀: 전혜린, 그리고 읽고 쓰는 여자들을 위한 변호』,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코난 도일을 읽는 밤』,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있다』, 『죽이는 책』이 있다.

저자 : 심진경
문학 평론가.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공저), 『여성, 문학을 가로지르다』, 『떠도는 목소리들』, 『여성과 문학의 탄생』이 있으며, 『근대성의 젠더』를 함께 번역했다. 서강대학교 등에서 강의한다.

저자 : 이라영
예술사회학 연구자. 예술과 정치, 그리고 먹을 것을 고민한다. 지은 책으로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타락한 저항》, 《정치적인 식탁》, 《폭력의 진부함》,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가 있다. 《비거닝》에 공저자로, 《우리는 다 태워버릴 것이다》에 공역자로, 연극 〈식사〉에 공동창작자로 참여했다.

저자 : 조이한
미술사와 젠더적 시각에 대한 글을 쓰고 강의를 한다. 시간 강사로 오래 일했고 여행서도 가끔 쓰고 미술 에세이는 자주 쓰며 신문 칼럼도 쓰고 번역도 꾸준히 하고 대중 강연으로 전국을 다닌다. 노는 일과 공부가 일치하는 전공이라 양심의 가책 없이 해외여행도 한다. 2019년 겨울부터 강원도 횡성에서 살고 있다. 『천천히 그림 읽기』(공저), 『그림에 갇힌 남자』, 『위험한 미술관』, 『혼돈의 시대를 기록한 고야』, 『베를린, 젊은 예술가들의 천국』, 『뉴욕에서 예술 찾기』, 『그림, 눈물을 닦다』, 『젠더. 행복한 페미니스트』, 『칠레에서 일주일을』, 『당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거짓말』을 썼고, 김정근과 함께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힐마 아프 클린트 평전』, 『가브리엘레 뮌터』, 『자유의 불꽃-네 명의 여자 철학자』(근간)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저자 : 정희진
여성학 연구자이며 문학박사이다. 탈식민주의, 다학제적 관점에서 공부와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페미니즘의 도전』 『아주 친밀한 폭력』 『정희진처럼 읽기』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전 5권) 등의 저서와 『미투의 정치학』 『한국 여성인권운동사』 등의 편저서, 공저서 70여 권이 있다.

저자 :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읽기 중독자.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민음사에서 오랫동안 책을 만들고,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주로 읽기와 쓰기, 출판과 미디어 등에 대한 생각의 도구들을 개발하는 일을 한다. 저서로 『출판의 미래』, 『같이 읽고 함께 살다』 등이 있으며, 『기억 전달자』, 『고릴라』 등을 옮겼다.

목차

서문 ‘걸작’은 누구를 모욕하는가

말괄량이는 정말로 길들었을까? _한승혜
셰익스피어, 〈말괄량이 길들이기〉

‘미투 이후’의 세상에서 《달과 6펜스》 읽기 _박정훈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그 여자를 찾아내 퇴치하라 _김용언
레이먼드 챈들러, 《안녕 내 사랑》

‘위대함’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_심진경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아름답게 미친 여자들, 그들은 누구인가 _이라영
앙드레 브르통, 《나자》

그리스인 조르바, ‘자유로운 남자’라는 환상 _조이한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식민지 남성성과 미소지니 _정희진
이상, 〈날개〉

고통을 대가로 자유를 선택한 해방의 여신 _장은수
에우리피데스, 〈메데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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