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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7909429 / 360쪽 150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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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 넉넉잡아 넉 달이면 끝난다던 집 짓기가 열네 달이 걸린 까닭은?
_이론과는 다른 현실의 집 짓기, 실험보고서처럼 소상하고 일기처럼 솔직하다!
집을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 말은 그만큼 신경 쓸 것이 많고 마음고생이 크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막상 무엇이 왜 그렇게 힘든지 알기 어렵다. 다 지어진 멋진 집만 보여주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인스타 감성의 화보집 같은 책은 말할 것도 없고, 전문가나 건축주가 쓴 책에도 실제로 집을 지으며 건축주가 겪는 어려움이나 현장에서의 갈등 상황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기존의 집 짓기 책들과 다르다. 이 책은 성공적인 집 짓기 방법을 알려주는 대신, 현실의 집 짓기 경험을 속속들이 공유한다. 집을 짓기로 한 순간부터 계약을 하고 공사를 하고 취득세를 납부하기까지 저자가 통과해야 했던 공식적 절차와 비공식적 과정이 모두 담겼다. 그 길은 건축주가 가야 할 바람직한 길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길이다. 집 짓기도 인생과 같아서 성공의 방법을 안다고 누구나 그 길로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론은 이론일 뿐, 정답도 아니고 원하지도 않았지만 가게 되는 길이 있다. 그것이 현실 아니던가. 저자가 복기해서 보여주는 현실의 집 짓기 지도에는 중간 기착지와 통행료는 물론이고 각종 지뢰 매설 지역도 표시되어 있다. 이 지도를 미리 확인하고 준비한다면 2년만 늙고도 집을 지을 수 있을지 모른다. 때론 매끈한 성공의 법칙보다 생생한 경험담이 유용한 법이다.
“공사비를 미리 주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도 그 정도는 알아. 아는 정도가 아니라 머리에 박혀 있어. 그런데 나도 어쩔 수 없는 걸 어떡해.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건축업자에게는 돈을 미리 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지만 돈을 안 주면 공사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데 어떻게 하냐고.” _52쪽
● 공사판에서 벌어지는 갈등에는 생존경쟁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난다
_집을 지으면서 겪은 사람 사는 이야기, 드라마처럼 재미있고 세태소설처럼 날카롭다!
문화 충돌은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다. 30년을 물리학과 교수로 살다가 정년퇴임한 건축주는 공사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한 공사를 끝내고 다음 공사를 시작하면 좋으련만 왜 무리하게 일을 받아 놓고 생색내기 공사를 하면서 욕을 먹을까. 내가 준 돈은 어디다 쓰고 작업자들 인건비마저 주지 않고 있다니! 작업비를 못 받았다고 힘들게 쌓은 축대를 허물어 돌을 다시 실어 가겠다는 건 또 무슨 경우인가?
저자는 이처럼 어이없는 상황에 화를 내다가도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그들의 입장을 이해해 보고자 노력한다. 집을 짓다 보면 건축업자, 설계사, 공무원, 목수, 단순 작업자, 포클레인 기사, 전기 기사 등 참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저자는 그들을 일만 하고 가면 그만인 이름 없는 작업자로 대하지 않는다. 한 명 한 명 인사를 나누고 대화하며 저마다의 삶과 입장을 헤아려 보는 것이다. 물론 그 끝은, 이해가 아니라 실망이나 더 큰 분노일 때도 있고 자괴감일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저자는 인간이라는 존재와 이 시대의 사람살이를 통찰하고 성찰한다. 독자로서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무척이나 아슬아슬하고 흥미롭다.
“공사 일은 날씨가 좋은 봄이나 가을에 몰리게 마련이고, 비라도 오면 일을 쉬어야 한다. 따라서 일을 할 수 있을 때 가능하면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니 해 달라는 일을 마다할 수 없다. … 그러고는 욕을 먹더라도 여러 현장을 오가면서 찔끔찔끔 일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공사판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_101쪽
김희철에게 받지 못한 작업비로 축대 쌓은 돌을 실어 간다는 것이 말이나 될까? 하지만 이 바닥에 말이 되는 일이 얼마나 될까? 이것은 나보고 대신 그 돈을 내라는 협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일한 값을 받아 내겠다는 윤성호를 나무랄 생각도 없었다. _191쪽
사람이 누구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상상력은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특성 중 하나일 것이다. 풍부한 상상력 덕분에 인간은 우주의 시작과 끝을 논하고 원자보다 작은 세상을 파헤칠 수 있게 되었지만 때로는 그 상상력으로 터무니없는 오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_97쪽
그나저나 성중이 일을 안 하면 목수들은 누가 데려오고 데려가나…. 나는 성중의 아들이 휴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우리 공사 걱정을 하고 있었다. _173쪽
● 누군가 곁에 있다면 파란만장한 공사 현장도 견뎌낼 수 있다
저자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이 건축 일지를 가장한 노년의 러브스토리는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책에는 아내라는 낱말이 50번도 넘게 나온다. 아내와, 아내는, 아내가, 아내도, 아내에게…. 그렇게 함께 겪고 함께 나누었기에 분통 터지고 파란만장한 집 짓기의 터널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속상하고 민망해서 화를 내다가도 미안해하고, 애를 태우는 모습이 안쓰러워 위로하고, 또 그런 마음 씀씀이에 고마워하는 부부의 모습은 세월과 더불어 단단해진 아름다운 관계를 보여준다. 둘이 함께 오일스테인을 칠하며 마주 보고 웃는 대목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 그려져 덩달아 미소 짓게 만든다. 부부든 친구든 힘든 상황에서도 짐을 노나 지고 마주 보며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인생은 살아볼 만하지 않나 싶어지는 것이다.
하루 종일 마음 상해하는 나를 본 아내가 이번 공사로 우리 농장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손해는 감수할 수 있다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자고 했다. 종일 속을 끓이는 내가 안돼 보였던 모양이다. 사람을 너무 잘 믿어서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고 원망을 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인데 위로까지 해 주니 고맙다. _85쪽
오일스테인을 칠하고 있는 동안 비구름이 다가오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날씨가 쌀쌀해졌다. 금년 들어 가장 춥다는 오늘 전방 고지에는 눈까지 왔다고 한다. 바람이 훅 불어와 추위를 느끼는 순간 아내와 나는 서로를 쳐다보면서 웃었다.
“그 생각 했구나. 오래전에 청주 목수가 했던, 추워지기 전에 공사를 끝내야 한다고 했던 말.”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또 웃었다. _335쪽
머리말 _4
건축일지 1부 _8
2021년 8월 9일~2022년 8월 17일
건축일지 2부 _204
2022년 8월 18일~2022년 10월 26일
후기 _354
건축비 내역 _3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