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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6122432 / 264쪽 152 x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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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지치至治의 세상을 부러워하다 인천을 떠나 중국 상하이, 캐나나 밴쿠버를 거쳐 워싱턴에 부임한 이범진이 처음 본 미국은 놀랍고 부러웠다. 철도로 뉴욕에 이르는 동안 미국을 보고 “길가에 집들이 즐비하고 휘황찬란 …… 대체로 모두 화기애애하고 스스로 만족하니 더할 나위 없이 잘 다스려지고 있는 (至治)의 세상”이라 했을 정도다. 아침에 미국 학생들이 등교하는 광경을 보고 “문명 진보의 풍속이 날로 상승하니 사람으로 하여금 부럽게 한다”고도 했다. 귀국 후 고종에게 활동을 보고할 보고서 작성을 위한 업무일지 성격의 이 기록에서 건물 내의 스프링클러와 소방차 등 신문물과 근대 문명에 대한 찬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조선의 자강自彊과 국체 보전을 모색하다 단순한 견문록에 그치지 않는다.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의 견문록 《미속습유美俗拾遺》처럼 체계적이지는 않아도 부국강병을 위한 선진 제도의 소개가 곳곳에 담겼다. 미국 의회의 토론 과정을 보고 “교묘하게 변론하면서 상대방을 비평하니, 부통령은 조용히 앉아서 듣고 많은 사람의 논의를 취한다. 비록 사적인 친분을 개입시키고자 하여도 조금도 용납되지 않으니, 진실로 좋은 법이고 아름다운 규정이다”라고 하는 대목이 그런 예다. 을미사변 후 “원수와 같은 하늘 아래 살 수는 없다”며 미국으로 건너와 공부하던 김헌식 등 일본 유학생 7명을 보고는 “그 충성과 절의의 기상이 가상하다”고 감탄하기도 한다. 약한 국력과 열악한 예산을 고민하다 열국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조선의 약한 국력과 넉넉지 않은 공사관 재정에 관한 고심도 엿보인다. 지진이 발생한 에콰도르의 공사관이 각국 공사관에 지원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는데 이에 응하지 못하면서 “보기에 매우 측은했지만 …… 원조를 하지 못했는데, 만일 각국이 본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나도 모르게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고 적었다. 다른 나라 공사의 연회 초청을 받고는 안 가자니 거만하다는 평을 받거나 교섭에 지장을 받고 가자니 답례로 연회를 열 여유가 없어 고민하는 대목도 실렸다. 그러면서도 늙은 말 같은 청나라와 강소국 벨기에 등을 비교해 “나라의 강약과 흥망은 사람에게 달려 있고 나라의 크고 작음에 달려 있지 않다”며 분발을 다짐하기도 한다. 꼼꼼한 해제와 주석으로 가치를 더하다 이 책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한미외교사를 복원하고 재조명하기 위해 벌이는 사업의 일환이다. 박정양의 《미행일기》,《미속습유》와 이상재의《미국공사왕복수록》을 펴냈으니 이 책은 그 후속 작품이다. 이 책 또한 단순한 번역을 넘어선다. 이범진 관련 논문을 쓴 바 있는 옮긴이가 꼼꼼한 해제와 주석을 붙여 일반 독자들의 이해와 읽는 맛을 돋우는 한편 원문을 붙여 관련 연구자들에게도 충실한 자료 구실을 하도록 했다. 여기에 본문처럼 현대어로 옮기지는 않았지만 원래 《미사일록》 뒷부분에 실린 이범진 개인의 ‘영어 연습장’을 원문 별점으로 실은 것이 흥미롭다. ‘하마취’(幾何?How much) 등 단어와 ‘희 싯스 드 룩스 미(저거시 안저서 나를 본다?He sits and look at me) 등 간단한 회화를 만날 수 있어 당시 언어 자료로서도 가치가 있다. 책 속에서 오늘은 당연히 27일로 써야 하지만, 서양 사람들이 하루를 더해야 미국 경내에 도착하여 날짜에 착오가 없다고 한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우리나라보다 4시간이 빠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미정未正(오후 2~4시)이지만 이곳은 사정巳正(오전 10~11시)이다. 시간의 차이는 점점 쌓여 워싱턴에 도착하면 12시간의 차이가 난다(55쪽). 뉴욕의 풍경은 큰 바다가 주위를 에워싸고, 물을 가로질러 무지개 다리를 만들었는데 높이가 하늘의 반이나 되었다. 범선과 증기선이 다리 밑으로 왕래하였다. 다리 위로는 기차와 전차가 다니는데, 소리가 천둥 벼락 같고, 빠르기가 별똥별 같아 바라보면 마치 천상의 신선이 은하수 다리를 날아서 지나가는 것 같았다. 집들은 빽빽하고 굉장히 큰데, 심지어 25층 높이의 건물도 있다(64쪽). 우리나라의 학생 김헌식金憲植, 이희철李喜轍, 임병구林炳龜, 안정식安廷植, 여병현呂炳鉉, 이범수李範壽, 이하영李廈永은 일찍이 일본의 학교에서 수업하였는데, 작년 8월의 사변 후에 나라의 원수를 갚지 못하였으므로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고 하여 멀리 바다를 건너 미국으로 와 학교에서 수업하고 있다. 그 충성과 절의의 기상이 아주 가상하다(66쪽). 참으로 서양의 큰 도회지이다. 와서 머무는 각국 공사公使가 30관館이나 된다.【각국이 19개국이고, 남미南美는 11개국이다.】 다른 나라 상인들이 수도로 들어와 장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니 대개 자국 상인이 이익을 독점하게 하려는 각리?利의 계책에서 나왔다(68쪽). 남부 미국인들은 흑인을 사 와 노비로 삼고 노비가 많은 것을 부자로 여겼다. 북부 미국인들은 사람을 사서 노예로 삼는 것은 금수와 다르지 않다고 여겨 야만의 풍속이라 하였다. 이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 북부군이 한바탕 전쟁하여 이겼으며 흑인을 모두 속전贖錢을 내고 천민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그 전쟁에 나갔던 병사들을 위해 노병원을 세워 봉양하여 그들의 공로를 보상하였다(74쪽). 오후에 해군 대신 힐러리 허버트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러 갔는데 집에 없었다. 스무 살 정도의 딸이 객당客堂에 나와 영접하였다. 세계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남자보다 도리어 나았는데, 학문을 열심히 익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각 아문衙門의 서기書記 등 관료로 있는 여인들 역시 급여를 받고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문에 출근한다고 한다(86쪽). 남미 에콰도르(에쿼도야국, Ecuador) 코피 항구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가옥이 잇달아 불탔다. …… 각국의 영사관이 열명列名한 편지를 써서 각국 공사관에 돌려가며 보이고 와서 보조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보기에 매우 측은했지만, 현재 공사관의 경비가 들어오지 않아 스스로를 구제할 겨를도 없다. 그러므로 지금은 원조를 하지 못했는데, 만일 각국이 본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나도 모르게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91쪽). 미국의 대도시는 인가가 조밀하여 매번 실화失火의 재난이 많다. 각 거리에는 푸른색과 붉은색 등을 걸어 둔다. 불이 나면 사람들이 방아쇠 같은 장치를 누르면 스스로 불을 끈다. 회사에서는 어느 거리, 어느 집에 화재가 난 것을 알면 급히 물을 뿜는 기계를 마차에 싣고 달려가는데, 달리는 형세가 마치 바람이 쏜살같이 불고 번개가 순식간에 번쩍이는 것처럼 신속하다. 멀면 15분, 가까우면 2~3분이면 화재 현장에 도착한다. 화재가 난 집에 많은 물을 일제히 쏘는데 마치 물병을 거꾸로 들고 쏟는 기세와 폭포가 떨어지는 모습 같다(98쪽). 나이 어리고 몰지각한 무리는 한번 서양에 들어가 서양 글자를 겨우 통하고 나면 걸핏하면 개화라고 하면서 위로는 군부君父를 무시하고 아래로는 윗사람도 안중에 없으며 예의염치를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고 제멋대로 행동하여 조금도 거리낌이 없다. 이와 같은 부류는 비록 서양 학문에 통달하였더라도 국가의 일에 해가 될 뿐 이익이 없다(101쪽). 교묘하게 변론하면서 상대방을 비평하니, 부통령은 조용히 앉아서 듣고 많은 사람의 논의를 취한다. 비록 사적인 친분을 개입시키고자 하여도 조금도 용납되지 않으니, 진실로 좋은 법이고 아름다운 규정이다. 곧이어 하원의 의사당으로 향했는데, 상의원과 한결같고 차이가 없다(110쪽). 지금 청국의 형편은 늙은 말이 병들고 큰 집이 기울어진 것과 같다. 그러나 원래부터 물산이 많고 땅이 넓어 융성하다는 명성이 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연회의 의식은 영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에 비할 만하지만, 이와 같이 형식과 자잘한 일만을 중시한다. 만약에 군국軍國의 급선무에 힘을 쏟는다면 어찌 유럽의 7대 강국과 같지 않겠으며, 마침내 몇 년 전의 동양의 수치가 있었겠는가. 이로 말미암아 본다면 나라의 강약과 흥망은 사람에게 달려 있고 나라의 크고 작음에 달려 있지 않다(113쪽). 각국 공사와 각 고등관이 다회를 연다고 초청장을 보내왔는데 가지 않으면 거만하다는 평가를 받을 뿐만 아니라 교섭하는 데도 흠이 된다. 만약 간다면 다른 사람이 마련한 음식을 많이 먹고서도 한 번도 사례하는 다회를 열지 못하였으므로 얼굴이 붉어지도록 부끄러운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남에게 진 빚이 산과 같으니 곤란이 몹시 심하여 다른 일을 돌아볼 겨를이 없는데 어느 겨를에 예의를 차리겠는가(114쪽). 외부 장관과 상원 의장도 한자리에 있었는데, 의자에 걸터앉아 마주보며 담배를 피우니, 평등한 친구와 같다. 군주가 다스리는 동양 사람의 안목으로 보면 대단히 놀랍고 괴상한 일이다. 대통령 부인은 각 공사의 부인과 함께 별헌에 머물며 꽃을 감상하며 놀았다. 대개 남자들은 친숙하지 않은 부인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대통령보다 더 부인을 공경히 대우하니 여기에서 서양에서 부인이 존귀하다는 것을 알겠다(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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