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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기 괴담의 문화사

김지선 저 | 뿌리와이파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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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4621851 / 200쪽 143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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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작고 자질구레한 이야기’는 어떻게 장르콘텐츠의 원류가 되었나 장자莊子는 소설에 시큰둥했다. 관직을 얻거나 큰 뜻을 펼치는 데에 소설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천일야화』의 셰에라자드가 밤마다 샤리아르 왕과 사투를 벌일 수 있었던 무기가 ‘이야기’였듯이, 이야기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또한 이야기는 호기심이자 욕망 그 자체가 아닌가. 더 듣고 싶은 욕망, 결말을 알고 싶은 궁금증은 인간을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그러니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황당무계하다는 이유로,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이라는 이유로 괴력난신의 이야기들을 버릴 수는 없다. 일상의 평범한 존재를 낯설게 바라보게 함으로써 즐거운 상상을 하게 하는 『수신기』의 이야기들을 지금, 여기의 현실에 접목하기 위해 저자는 민담과 전설뿐만 아니라 현대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을 끌어들인다. 예를 들어, 그 하나, 도사들이 부리는 도술은 대체로 현실의 총량을 벗어나지 않는다. 일본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의 ‘등가교환의 법칙’처럼 말이다. 서양의 마법사는 지팡이를 허공에 대고 흔들어 마음대로 신비한 마법을 일으킬 수 있지만, 동양의 도사들의 주술은 소박하다. 도사 서광은 오이 장수에게 오이를 구걸하지만 오이를 주지 않자, 당장 저잣거리에서 도술을 부린다. 오이씨를 심어 오이가 열리자 그 자리에서 따먹고는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도 나누어준 것이다. 오이 장수의 오이가 사라진 건 그다음의 일이다. 그 하나, 아이 열매가 열리는 나무에 대한 상상력은 오늘날 동아시아 판타지에 그대로 수용되어 만화 〈십이국기〉에서 부부가 함께 빌면 열매 안에서 아이가 태어난다는 상상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인간과 동물, 반인반수의 경계를 넘나드는 서사는 젠더의 경계를 초월하고 새로운 형식으로 생명을 잉태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또 하나, 한국의 홍수설화에 등장하는 목도령은 개미 떼와 모기 떼의 도움으로 인류의 시조가 될 수 있었다. 『수신기』에서도 세상이 부조리하여 아무도 도와주는 이 없는 상황에서 인간의 도리를 이해하고 돕는 벌레의 신비한 능력에 대해 들려준다. 더럽거나 혐오스럽거나 두렵거나 한 벌레\u003d타자의 편견을 극복한 아름다운 이야기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정보. 임금의 사위를 부마라고 부르게 된 연유가 『수신기』에 나온다. 산 사람과 귀신이 만나 사랑을 나누었다. 저승의 영혼과 이승의 남성이 부부 연을 맺었음을 증명해줄 것은 금베개밖에 없다. 그 증표를 현실세계에서 확인받고 나서야 남자는 왕의 딸이었던 귀신의 남편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왕은 금과 비단, 수레를 하사하였고, 부마도위駙馬都尉에 봉해 진짜 사위로 받아들였다. 어쩌면 그 시대의 SF였을 『수신기』에는 날개옷을 입고 하늘을 날고, 불에 타지 않는 옷을 입으며, 천일주를 마시고 시간여행을 한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이야기는 삶의 다양한 경험들을 끌어안고, 인간에게 지혜를 부여한다. 그러니 우리는 꿈을 꾸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꼭 이런 식이지. 지나가는 나비 한 마리도 함부로 못 하게.”(드라마 〈도깨비〉에서) 괴력난신을 표방한 판타지의 세계를 기록한 『수신기』에 실려 있는 신화나 전설, 민간 고사들은 후대의 소설이나 희곡에 소재를 제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설화 연구에서도 중요한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괴소설의 백미이자 설화문학의 보고인 『수신기』를 새롭게 다시 읽어야 할 이유다. 특히 기괴함과 황당무계함을 통해 인간의 모습과 사회상을 말하고, 죽음과 타자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는 데에 특출난 『수신기』를 현대에 다시 소환한 저자는 공포보다는 연민의 시선으로, 자극보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귀신을 바라보고 타자의 세계를 설명하려고 노력하였다. 옛 선조들이 죽음과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상상하였는지 탐색해나간 저자의 모색은, 이 세상에는 어떤 것도 이상하지 않고 그것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인간이 이상할 뿐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수신기』에서 ‘신’은 위대한 신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신비로운 일과 사물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벌레 한 마리, 돌 하나 그 어떤 미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사유가 깃들어 있다. 온 세상의 존재에 영혼이 깃들어 있어 그들이 살아서 인간과 함께 조화롭게 공존한다는 사실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신나고 즐거운 일인가. 그래서일까, 우리는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괴담을 즐기고 판타지 소설에 열광한다. 덧붙임: 상상력과 환상성의 진가를 엿볼 수 있는 판타지 소설의 원류를 소개하는 『수신기, 괴담의 문화사』와 무협소설의 원조를 소개하는 『수호전, 별에서 온 영웅들의 이야기』에 이어, 이 기기묘묘한 이야기들을 ‘살아-잇기’ 위한 프로젝트는 계속됩니다.

저자 소개

  • 저자 : 김지선
저자 : 김지선\t
이화여대 중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고려대 중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대 중문과 강의전담교수, 고려대 중국학연구소 연구교수 등을 지냈고, 현재는 고려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석사 논문으로 「신이경 시론 및 역주」, 박사 논문으로 「위진남북조 지괴의 서사성 연구」가 있고, 주요 저서 및 역서로 『붉은 누각의 꿈』(공저, 나남), 『신이경』(지만지), 『부생육기』(달아실)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괴력난신, 즐겁지 아니한가!

─제1장 신神: 절대신과 인간 그 사이
신의 영역 / 신선의 세계 / 신비한 도술 / 귀신을 부리다 / 여신들의 사랑

─제2장 인人: 예감에 가득 찬 세상
징조를 해석하다 / 꿈으로 예언하다 / 사람 열매가 열리는 나무 / 기이한 신체

─제3장 귀鬼: 그들도 우리처럼
무덤에서 나온 여인 / 죽음을 초월한 사랑 / 섬뜩하거나 다정하거나 / 어리석은 귀신들

─제4장 동물動物: 모든 사물은 변한다
변하는 것은 우주의 본질 / 오래 묵을수록 좋다 / 영혼은 변하지 않는다 / 여우의 변신은 무죄 / 인간의 감정을 공유하는 동물

─제5장 충蟲·물物: 만물은 살아 움직인다
낯설지만 반가운 손님, 벌레 / 요괴가 깃든 사물들 / 신비한 술

에필로그 | 세상에는 그 어떤 것도 이상하지 않다
저자 후기 | 세상의 모든 소외된 존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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