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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천히 오래오

백신애,최진영 저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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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262988 / 260쪽 115 x 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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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이제 내 몸에서 삶의 먼지를 활활 털고 쉬지 않고 달려가리다” 백신애에게 ‘자유’이자 ‘신념’이자 ‘예술혼’이었던, 사랑 「광인수기」는 광인(狂人)이 넋두리를 풀어내는 형식으로 서술된다. 비가 쏟아지는 날 자신의 팔자를 한탄하는 주인공 ‘나’는 동경 유학을 다녀온 남편을 두고 “교묘하게 이론만 갖다 붙여서 그저 합리화하려고만 하는 재주만 늘어”간다고 비판한다. 광인과 비광인의 어투를 오가는 ‘믿을 수 없는 화자’인 ‘나’는 남편의 불륜 현장을 급습한 대가로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사회와 격리되었다가 ‘탈출’한다. 그럼에도 화자가 돌아가는 곳은, 남편에 의해 빼앗긴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다. 「혼명에서」의 주인공 ‘나’는 이혼을 통해 “평화와 안심”을 얻게 되었지만, 가족들은 조용히 근신하며 여성으로서의 명예를 회복시키기를 요구한다. ‘나’에게 그들이 보이는 관심과 보호는 외부와 자신을 차단시킬 압박일 뿐이며, 또한 구속이다. ‘나’는 결국 집을 떠나 S를 처음 만나게 되는데, 그는 ‘나’에게 신념과 정체성을 찾도록 인도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곧 S의 부고가 들려오고, ‘나’는 그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쓴다. 작가 사후에 발표된 유작인 「아름다운 노을」에서 순희는 아들 또래의 소년 정규를 연모하고 있지만 이를 인정하기를 거부한다. 게다가 아들 석주는 손이 없는 시댁에 양자로 보냈으며, 따라서 순희는 친정의 대를 이을 아들을 다시 낳아야 한다. 소년은 정혼자가 아들처럼 키운 친동생이다. 가부장제에 종속된 자신의 처지와 소년에 대한 사랑을 예술적 욕망으로 치환하려는 순희는 자신의 감정을 토해내려다가도 아들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싶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보고 웃는 것. 비슷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반짝 빛을 내는 사랑의 순간 최진영의 소설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의 이십 대 취준생인 ‘나’는 낮엔 도서관에서 공부를, 저녁엔 편의점과 펍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나’는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서도 불안감이 수시로 찾아든다. ‘내가 원하는 건 취직, 월급, 적금, 월세에서 전세로. 근데 그런 건 삶의 기본 조건 아닌가?’ 하고 자문하면서. 그리고 ‘나’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에 순희를 만난다. 무례한 한 남자 손님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을 때 순희는 말을 거들어 도와주었다. 그날 순희는 딸의 가출한 친구의 행방을 수소문하고자 편의점에 들렀었다. 그 뒤 ‘나’는 순희와 또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갖는다. 주말 아르바이트 장소인 펍에서였다. 우체국을 다니는 순희는 퇴근 후 펍에서 맥주를 한잔씩 하곤 했다. 거기서 ‘나’와 순희는 통성명을 하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음악이나 영화, 잠자기 전 하는 생각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자기 말에 웃음을 터뜨리는 순희를, 간간이 생각에 골몰한 표정을 짓는 순희를 보면서 ‘매혹’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그것은 “서로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무언가”를 전하려는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그 순간은 내내 ‘나’의 의식을 휩싸고, 그렇게 ‘나’는 “순희 씨를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 백신애와 최진영이 선택한 ‘사랑의 연대’가 우리 곁에서 “천천히,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최진영 작가의 소설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의 주인공은 우체국을 다니는 사십 대 ‘순희’와 취준생인 이십 대 여성 청년 ‘정규’다. 두 주인공의 이름과 나이 차이 등은 백신애의 「아름다운 노을」에서 가져왔으나, 「광인수기」와 「혼명에서」에서 착안한 듯한 설정도 엿보인다. 순희와 정규는 「광인수기」의 ‘나’와 같이 현실의 모순을 거침없이 폭로하기도 하고, 「혼명에서」에서 ‘나’가 ‘S’와의 반복되는 세 번의 우연한 만남으로 흠모의 마음을 품게 되는 것처럼, 이들 또한 세 번의 만남을 통해 서로를 향한 이끌림을 확인한다. 다만 최진영 작가는 「아름다운 노을」에서와 같이 강렬한 정념에 이끌리는 사랑이 아닌 “서서히 사로잡히는” 사랑을 그린다. 최진영 작가는 이번 작업에 대한 소회를 담은 에세이 「절반의 가능성, 절반의 희망」에서 1938년에 발표한 「광인수기」의 여성 화자를 두고 시간적 배경을 현대로 바꾸어도 전혀 이질감이 없을 것 같은 인물이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소설 도입부에 나오는 문장인 “나를 영 사람으로 여기지 않더라”에 여러 번 밑줄을 그으면서 “현재에도 어떤 자들에게 여성은 사람이 아닙니다. 여성을 무시하고 억압하려는 자들은 여전히 있습니다”라고 덧붙인다. 그럼에도 최진영은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었다. 백신애를 비롯한 많은 여성 작가들이 앞서 글을 써주었기에, 현재에도 여전히 소설을 읽고 공감하는 누군가가 있기에. 그리고 그것은 ‘기적’이 아니기에.

저자 소개

  • 저자 : 백신애,최진영
저자 : 백신애
1908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한문을 수학한 후 경북사범학교 강습과를 졸업하고, 2년 동안 보통학교 교원을 지내다 잡지사 기자로 전직했다. 이 무렵 조선여성동우회·경성여자청년동맹 등에 가담하여 여성운동을 벌였다. 1929년 박계화란 필명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나의 어머니」가 당선되어 데뷔했으며, 신춘문예로 등단한 첫 여성 작가가 되었다. 식민지 조국을 벗어나 만주와 시베리아 등지를 방랑하는 꺼래이(고려: 한국인)들의 고초를 그린 「꺼래이」(1933), 극심한 가난 속에 가정을 꾸려나가는 매촌댁의 애환을 그린 「적빈赤貧)」(1934), 남편의 외도를 목격한 뒤 미쳐버린 여인의 한탄을 담은 「광인수기」(1938) 등이 대표작이다. 그 밖의 주요 작품으로는 「채색교彩色橋」 「낙오落伍」 「정현수鄭賢洙」 「정조원貞操怨」 「호도糊途」 「소독부小毒婦」 「혼명混冥에서」 「아름다운 노을」 등이 있다. 5년여의 기간 동안 수십 편의 소설과 수필 및 기행문 등을 남겼으나 1939년 6월 23일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2007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백신애문학상’이 제정되었다.

저자 : 최진영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팽이』 『겨울방학』 『일주일』,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해가 지는 곳으로』 『이제야 언니에게』 『내가 되는 꿈』, 경장편소설 『구의 증명』, 짧은 소설 『비상문』을 썼다. 한겨레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만해문학상, 백신애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이 책에 대하여

백신애
소설
광인수기
혼명에서
아름다운 노을

최진영
소설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에세이
절반의 가능성, 절반의 희망

해설
미친 여자들의 사랑의 실험_이지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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