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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40479 / 304쪽 125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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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작가의 말 지구 반대편에서 열흘간 격리된 채 홀로 남겨질 수 있다는 마지막 주의 사항은 불길한 매혹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열리는 국제 도서전. 함께 출국하는 작가들 중 현지 확진으로 귀국 명단에서 제외되는 사람이 나온다면 내가 유력했다. 불운에 당첨될 확률이라면 어려서부터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똑같이 우물물을 마신 동네 사람들 중에 장티푸스에 걸린 사람은 나뿐이었고, 가족들과 나란히 잠든 방에 연탄가스가 새어들었을 때도 병원 신세를 진 사람은 나 혼자였다. 목적지가 『백년의 고독』의 나라가 아니었다면 3년 만의 국제선 탑승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는 노트북 대신 두툼한 스프링 노트를 캐리어에 챙겨 넣고 있었다. 최고의 뮤즈는 완전한 고립이다. 억울한 감옥살이에서 탄생한 『돈키호테』, 불시착한 사막에서 물 한 방울 없이 견딘 닷새가 낳은 『어린 왕자』. 근대문학의 효시 『데카메론』은 아예 페스트에 포위된 사람들이 돌아가며 들려주는 이야기 아닌가. 내게도 일생일대의 뮤즈를 만날 기회가 온다면, 백년 같은 열흘의 절대 고독 속에서 창작 혼을 불사르게 된다면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써야만 할 것 같았다. 귀국 날 아침 PCR 검사 결과 ‘음성’을 받아 든 순간 나는 실망했던가. 실은 그 자리에 무릎 꿇고 감사 기도를 드릴 뻔했다. 입국 심사관이 쏟아내는 스페인어 앞에서 머릿속이 새하얘진 순간부터 작가로서의 각오는 반쯤 무너져 있었다. 백두산에 버금가는 고지대라 비말은 더 멀리 날아갔고, 낮밤이 뒤바뀌어 에스프레소를 연거푸 들이켜도 하품은 그칠 줄 몰랐다. 더구나 그곳은 불면증도 전염되는 ‘마콘도’의 땅, 마술적 리얼리즘의 심장부였다. 부끄럽게도 나는 작가적 본분을 망각한 채 한국에서보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더 철저했고, 다시 못 올 절대 고독으로부터 허둥지둥 도망치고 말았다.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콜롬비아산 커피를 마시며 빈 문서창을 멍하니 바라볼 때마다 탄식처럼 자문하곤 한다. 그날 아침의 결과가 ‘양성’이었다면 어땠을까. 날짜변경선 너머에 두고 온 열흘 속에 머물 수 있었다면. 겁에 질려 죽거나 굶어 죽지 않고 스프링 노트에 뭔가를 적어 내려갈 수 있었다면. 커피의 뒷맛처럼 달콤 쌉싸름한 공상은 번번이 지구 반대편 어느 골방에 갇혀 인생 작품을 완성하는 유니버스 입구에서 막힌다. 가정법의 결론이 궁금하다면 열여덟번째 ‘작가의 말’을 쓰고 있는 이 유니버스에서도 계속 작가로 남아야 한다. 마술같이 차원의 문이 열려 제목조차 모르는 육필 원고를 가져올 날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2022년 8월 김경욱
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
돼지가 하는 일
그분이 오신다
타인의 삶
튜브
하늘의 융단
가브리엘의 속삭임
윗집 남자
이것은 내가 쓴 소설이 아니다
해설 | 이것은 당신이 쓴 소설이다 허희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