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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2085555 / 152쪽 12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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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노엘 페린은 일본이 경험한 한 역사적 사건을 다룬, 하이쿠처럼 팽팽하고 우아한 책을 써냈다.”
_《더 뉴 리퍼블릭》
당신은 결투를 앞두고 있다. 자, 그리고 여기 총 한 자루와 칼 한 자루가 놓여 있다. 둘 중 어떤 무기를 택할 것인가? 당신은 두말할 것도 없이 총을 택할 것이다. 총은 상대에게서 떨어져 있어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칼을 휘두를 때처럼 상대에게서 공격받을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조준만 잘한다면 힘이 약한 사람이라도 상대를 즉사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도. 의심할 여지 없이 총은 칼보다 진보된 무기로 여겨지며, 진보된 무기다. 총을 두고 칼을 집어 들 이가 있을까?
18세기 일본인들은 그러했다. 그들은 손에서 총을 내려놓았다. 대신 칼을 들었다. 왜, 그리고 어떻게?
1855년 1월 초, 일본 다네가 섬에 상륙했던 존 로저스 중령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그는 해군성에 보내는 보고서에 이렇게 썼다. “이들[일본인들]은 화약 무기 사용법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 내 장교들 중 한 명이 총을 뜻하는 일본어 단어를 알아냈다. 그건 매우 박식한 한 일본인이 동료들에게 자기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 쓴 말이었다.”
이 보고서는 사실이었다. 그들, 일본인들은 총에 무지했다. 하지만 그러한 무지함은 원시적인 것이 아니라 학습된 것이었다. 그들 조상은 단순히 총기를 사용한 것을 넘어, 일본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이들이었다. 이 때문에 16세기 중엽 일본에서는 총이 ‘다네가 섬(다네가시마)’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 후 그 표준적인 명칭은 ‘테포teppo’, 즉 鐵砲(철포)가 되었는데, 이것이 로저스가 보고서에 쓴 “총을 뜻하는 일본어 단어”였으리라.
총이 일본에 도착한 것은 1543년이었다. 일본에 닻을 내린 첫 번째 유럽인들이 가져온 이 총을, 일본인들은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여러 사료들은 일본인들이 이렇게 대량 생산된 총으로 무장하고 훈련했음을 보여준다. 16세기 말에 일본은 전투에서 어떤 유럽 국가보다도 많은 총을 사용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총은 아주 천천히, 사라졌다. 총이 도입되는 예는 흔했지만 버려지는 예는 그렇지 않았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일본은 군사적인 측면에서 퇴보하기를 선택한 것만 같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퇴보하기를 ‘선택’할 수가 있는가? 가령 우리 중 누구도 컴퓨터가, 전기가 존재하지 않았던 생활로 돌아가기를 선택할 수 없다.
따라서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바로 이렇게. 총을 버리고 칼로 회귀한 것은 퇴보인가? 일본은 과연 퇴보하기를 선택했는가?
《총을 버리다》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자, ‘진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진보는 멈출 수 없다.” 전기를 사용하던 이가 촛불을 사용하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듯이, 더 발전된 것에서 원시적인 것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진보라는 것은 (이 규정하기 힘든 개념을 누가 어떻게 정의하든) 흡사 신격神格을 지닌, 인간 통제에서 벗어난 불가항력적인 무언가라는 말이다. 물론 그렇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인도할 수 있고, 지휘할 수 있고, 심지어 멈출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은 기억하기를 선택할 수도 있고, 망각하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바로 다네가 섬에서 그랬던 것처럼.
책 속에서
“서양에 알려질 정도였던 일본인들의 총기 모험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수 세기에 걸쳐 거의 사라져버렸다. 이는 지금까지도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일본인들은 100여 년 동안 총기를 능숙하게 다뤘다. 그럼에도 그들은 칼로, 창으로 돌아갔다. 무엇 때문에 혹은 어떻게 그들이 총과 그토록 멀어졌는지, 다시 말해서 어떻게 총으로부터 뒷걸음질 칠 수 있었는지를 놓고 학자들은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당대의 기록은 부족하다.” _23쪽
“10년 후라면, 그들은 변화에 놀라고 말았을 것이다. 1878년부터 현재까지 화약 무기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여느 선진 산업 사회와 거의 다를 게 없다. 뒤로 되돌려졌던 시계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다시 앞을 향해 돌려졌다. 1900년 이전에 일본은 다시 군사적으로 서양을 따라잡았다. 핵 세상이 된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 250년에 걸친 일본의 기술적인 퇴보는 별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역사적 호기심의 대상, 그리고 아마도 문명사회에서 의도적인 퇴보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증거라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렇지만 동시대인들이 직접 본 바에 따르면, 그것들은 별개의 문제였다.” _119쪽
“그들은 지속적인 문화 안에서 기술을 역행시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가정한다. 만약 어떤 기적으로 인해 그런 역행이 가능해진다면, 그들은 퇴보나 침체 같은 결과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기술을 역행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선택이 모든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발전 아니면 암흑시대로의 회귀로 본다. 요컨대 중성자탄과 생물유전공학을 계속 추진하거나, 치과 진료와 유리창을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하지만 도쿠가와 시대 일본의 역사는 이런 우울한 견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분명 선택적 통제를 실행했다. 그들은 무기 개발을 완전히 중단했다. 아니, 엄밀히 말해 후퇴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수십 가지 분야에서는 진전을 이루었다. 천천히, 확실하게.” _123쪽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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