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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1953023 / 464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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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닥치고 훈련! 빨리 뛰어, 세게 물어! 도나 J. 해러웨이(Donna J. Haraway)는 세계적인 페미니즘 사상가이자 생물학자, 과학학자, 문화비평가이다. 1944년생으로 콜로라도 대학에서 동물학, 철학, 문학을 전공하고 예일 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와이 대학과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여성학과 과학사를 가르쳤고 1980년부터 캘리포니아대학 산타크루스 캠퍼스의 의식사학과 교수였으며, 지금은 동 대학의 석좌교수이다. 해러웨이는 남성/여성, 인간/동물, 유기체/기계 같은 이분법적 질서를 해체하고 종의 경계를 허무는 전복적 사유로 명성이 높다. 1985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사이보그 선언>에서 해러웨이는 “세속적(earthly) 생존을 위해 사이보그를!”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사이보그 선언>은 테크노사이언스에 대한 진보 진영의 무조건적인 반대가 얼마나 순진한 것인지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만약 정보통신 시스템의 최말단에서 일하는 유색인종 여성 같은 페미니스트가 사이보그가 된다면 테크노사이언스는 어떻게 바뀔지를 물었다. 해러웨이는 사이보그는 1980년대 중반 레이건의 스타워즈 시기에 페미니스트 작업을 위해 만들어진 형상이라고 말한다. 2003년 발표된 해러웨이의 두 번째 선언인 <반려종 선언>의 주인공은 보통의 개다. 이 두 번째 선언에서는 “닥치고 훈련!” “빨리 뛰어, 세게 물어!”로 슬로건이 바뀐다. 해러웨이는 부시의 후예들이 ‘자연문화’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는 시대에 필요한 구호는 이것이라고 말한다. 이 구호와 ‘자연문화’의 연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우선 ‘자연문화’는 자연과 문화를 가르는 이분법을 비판하기 위해 해러웨이가 사용하는 용어다. 해러웨이는 ‘자연문화’가 띄어쓰기 된 두 개의 단어가 아니라 붙여 쓰는 한 단어임을 강조하기 위해 자연문화를 뜻하는 영어 낱말 “네이처컬처”를 다른 단어보다 빠르게 발음하며 강의하기도 한다. 자연과 문화의 이분법에 따르면 자연에서 태어난 생물종 중 자연을 개조하고 변형하여 문화를 만든 능력을 가진 유일한 종은 인간이다. 해러웨이는 여러 저작들에서 다양한 개념무기들로 이 이분법을 내파해 왔다. ‘반려종’도 한몫을 한다. 해러웨이에 따르면 인간예외주의는 반려종이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반려종 선언>의 구호와 관련하여 알아야 할 두 번째 사실은 해러웨이가 반려견과 함께하는 스포츠 어질리티의 참여자라는 점이다. <종과 종이 만날 때>는 해러웨이가 반려견 카옌과 장애물을 정해진 규칙에 따라 통과하는 어질리티 스포츠를 함께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 맺게 된 연결들로 가득하다. 해러웨이에게 어질리티 스포츠는 반려종들이 상호 훈련과 돌봄을 통해 존중의 관계를 맺는 법을 체득하는 과정이다. 이 책 <종과 종이 만날 때>(2008)는 <반려종 선언>(2003)의 문제의식을 이어받는 후속 이론서라 할 만하다. 2장과 4장의 일부분은 그 초고가 <반려종 선언>에 실리기도 하였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 반려종의 복잡한 그물망이 숙고되어야 한다 국민 4명 중 1명이 개 집사이거나 고양이 집사인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에 ‘반려종’이라는 말은 반려동물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해러웨이의 반려종은 반려동물보다 훨씬 넓은 의미를 띤다. 해러웨이의 반려종 여정의 입구에는 그녀의 반려견이자 어질리티 스포츠 파트너인 오스트레일리언 세퍼드 견 ‘미즈 카옌 페퍼’가 있다. 해러웨이는 <종과 종이 만날 때>의 도입부에서 카옌이 자신의 세포를 모조리 식민화하고 있다고 쓰며, 책의 끝에 이르면 카옌과의 얽힘으로부터 퍼져간 끈적끈적한 실들이 이 책을 이끌어나간 안내선이었음을 고백한다. 해러웨이는 이 책에서 시리아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입식자들의 목장, 파리의 프렌치 불도그, 미국 감옥에서 개와 수감자들을 관계 맺게 하는 프로젝트, 개 용품 문화 산업의 투자 전망, 생쥐 같은 실험실 동물을 취급하는 연구실과 유전학 연구실에서 벌어지는 일, 야구나 어질리티 스포츠 현장 문화의 보수성과 가능성, 대학의 회식 자리에서 벌어진 채식주의 및 태반 먹기 논쟁, 해양동물 몸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크리터캠> TV 프로그램이 던지는 흥미로운 쟁점들, 공장식 닭고기 산업의 잔혹한 현실, 개 유전학 활동가의 존경스러운 활약상, 길고양이 지원 단체들과의 우연한 연결, 멸종위기종 북쪽털코웜뱃와 예술 상상력의 조우 등을 실뜨기한다. 이는 해러웨이가 카옌이라는 다른 종과 함께 일상을 보내고 먹고 마시고 관계하는 와중에 만들어진 연결들이다. 해러웨이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쓰면서 디테일이 제기하는 질문들에 관해 연구하고 “닥치고 훈련!”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복수의 종이 일상에서 식사동료(messmate)로서 관계 맺으며 생기는 문제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어떻게 우리를 세계 속에 위치시키고 돌보게 하고 정치를 자유롭게 상상하고 관계할 수 있게 하는가”(370쪽)가 이 책을 이끄는 질문이라고 해러웨이는 말한다. 동물 : 고통받고, 죽임당하며, 먹히는 반려종들에 대하여 “동물들은 도처에 있고 세계-만들기와 함께 되기에 있어서 빈틈없이 완전한 파트너”라고 해러웨이는 말한다. 도심의 출퇴근길에서 길고양이와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새들은 아침마다 지저귄다. 해러웨이의 말처럼 동물은 도처에 있다. 인간은 매일같이 동물을 보고, 듣고, 만나고, 또 먹기도 한다. 많은 철학자가 동물에 대해 사유해 왔다. 데리다는 반려 고양이 앞에 나체로 있게 된 체험을 소재로 한 유명한 발표문 <그러면, 동물은 응답했는가?>를 썼고 거기에서 동물을 수동적 존재로 폄하해온 ‘철학의 스캔들’을 비판했다. 해러웨이에 따르면 그는 철학적 고전들에 대한 대체 불가능한 독해방식을 우리에게 남겼지만, 동물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데 있어서 충분히 멀리 나아가지 않았다. 해러웨이는 개코원숭이 연구자인 바버라 스머츠의 관점과 데리다를 대비시킨다. 스머츠는 “개코원숭이들의 신뢰를 얻는 과정에서 걷는 법과 앉는 법, 자세 유지 방법, 눈과 목소리의 사용법 등 나에 관한 모든 것을 바꿨다.”고 썼다. 시간과 훈련의 과정이 지나자 개코원숭이들과 스머츠는 서로 존중을 표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 들뢰즈/과타리는 어떨까? ‘동물되기’를 포함해서 ‘되기’에 대한 들뢰즈/과타리의 사유는 많은 후속 세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런데 해러웨이는 들뢰즈/과타리의 동물에 대한 서술 속에서 소형 반려견과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자신과 같은 중년 여성에 대한 경멸을 발견한다고 쓴다. 그들이 늑대와 개를 대립시키고, 무리 동물과 그 밖의 부르주아 동물 및 국가적 동물을 대립시키면서 자신 같은 소형견 애호가에 대해서 혐오를 개진한다는 것이다. 반응하는 기계로, 인간 이하의 것으로, 상품으로, 장난감으로, 인간의 감정 풀이 노예로, 실험실에서 도구 이상의 쓰임을 가지지 않는 실험체로 격하되어 왔으며, 먹히기 위해 잔인한 조건에서 사육당하고 죽임당하는 식품의 원료인 동물들과 어떻게, 어떤 세계-만들기에 연루될 것인가? <종과 종이 만날 때>의 여러 장은 서로 다른 역사를 가진 다양한 동물들이 인간과 반려종 관계에 놓여 있으며, 지금까지 인류와 학문이 이 관계를 어떻게 경시 또는 무시해 왔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관점과 질문들이 긴급한 것인지를 살펴본다. 채식주의에 대한 해러웨이의 입장에서 해러웨이 사유방식의 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해러웨이는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예/아니요의 답을 성급하게 내리지 않는다. 해러웨이는 채식주의, 비건주의, 동물실험 반대가 페미니즘의 강력한 입장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그것이 페미니즘의 교의는 아니라고 말한다. 나아가 페미니즘은 우리 일상을 만들어내는 인간과 동물의 노동(실험동물들의 임상노동, 실험노동자들의 노동, 축산업의 닭, 돼지, 소들의 노동, 축산업 노동자들의 노동 등)에 존중을 표하는 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해러웨이에 따르면 우리에게 필요한 윤리는 “그대, 죽이지 말지어다”가 아니라, “그대, 죽여도 되는 존재로 만들지 말지어다”이다. 레스페체레! 반려종은 존중하는 관계를 향해가야 한다 해러웨이는 이 책 1장에서 반려(companion)와 종(species)이라는 영어 낱말의 어원을 탐구하면서 반려종을 위한 윤리로서 ‘존중’을 끌어낸다. 컴패니언(companion, 반려)은 라틴어의 ‘쿰 파니스’(cum panis), 빵을 함께 나눠 먹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이다. 영어에서 컴패니언은 반려 이외에도 다양한 의미를 띠는데, 해러웨이는 그 의미 스펙트럼을 검토한 뒤 거기에는 성적이고 생식적인 의미도 들어있음을 지적한다. 스피시즈(species, 종)는 어떤가? 이 단어는 보다, 응시하다의 의미를 가진 라틴어 스페체레(specere)에 뿌리를 둔다. 해러웨이의 용어사전에서 종(species)은 생물학적인 것이 무엇인지와 차이를 정의하는 철학적인 방법이자, 돈, 금, 똥, 부와 같은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론적인 낱말이기도 하다. 종의 다양한 어원적, 사회적 의미 분화를 탐사한 끝에 해러웨이는 종의 어원이 되는 단어 스페체레에 ‘거듭’이라는 접두사 re가 붙은 레스페체레(respecere)에 주목하게 되고, 종과 종의 중요한 윤리의 하나로서 존중하다(respect)를 제기한다. ‘보다’라는 뜻의 스페체레에 ‘거듭’을 의미하는 레(re)가 붙은 레스페체레는 거듭 보다, 뒤돌아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종과 종의 만남에 임해서는 상대에 대한 예의 바른 존중, 예의 바른 인사, 다시 보기, 뒤돌아보기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함께 되기라는 공동의 미래를 만드는 관계는 불가능하다고 해러웨이는 말한다. 해러웨이는 책의 여러 곳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주문을 외듯 “레스페체레!”를 외친다. 반려종은 현대 자본주의에서 번창하고 있는 ‘애완동물’ 문화와 연결되는 용어라기보다 이처럼 근본적인 철학적 사유 끝에 해러웨이가 도달한 곳이다. 해러웨이는 “나는 포스트휴머니스트가 아니라, 반려종과 함께 되는 누구이다. 이때 반려종은 ... 유한한 놀이에서의 정말로 기이한 식사 동료들.”이라고 쓴다. 자신에 대한 세간의 명명법을 의식하면서, 스스로 포스트휴머니스트도, 포스트페미니스트도 아니고 식사동료들과의 시끌벅적하고 지저분한 그물망 속에 역사적, 상황적으로 위치 지어진 반려종과 함께 되는 누구라고 해러웨이는 말한다. <종과 종이 만날 때>의 두 가지 물음 이 책의 서두에서 해러웨이는 두 개의 물음을 제기한다. 첫째 물음은 “내가 나의 개를 만질 때 나는 도대체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만지는 것일까?”이다. 두 번째 물음은 “ ‘함께 되기’(becoming with)는 어떤 의미에서 ‘세속적이게’(worldly) 되는 실천이라고 할 수 있을까?”이다. 첫 번째 물음은 익숙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대에 대해 근본에서 존재론적인 물음을 다시 제기하게 만든다. 이 물음은 또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근본에서 되묻는 것이다. 두 번째 물음은 존재의 변신에 결부된 세속성(worldliness)을 강조한다. 이 두 가지 물음에서는 해러웨이 사유의 독특성이 드러나는데, 그것은 존재론적인 물음이 일어나는 자리가 일상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일상을 살지만, 일상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일상은 그저 통념에 사로잡힌 삶이기에 철학적인 물음 따위가 일어날 리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의 바깥 그 어디에도 살지 않는다. 그러므로 존재 또한 일상을 말끔히 치웠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라고 여겼던 것이 ‘누구’의 모습으로 만져질 때, 그리고 상대가 ‘누구’가 되었을 때 나는 반드시 ‘무엇’이 되어야 함을 알아차릴 때이다. 이러한 존재의 변신인 “함께 되기”는 이용하고, 이용되면서 함께 살고, 일하고, 놀고, 죽고 죽이는 일상의 고투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 책은 반려동물이라고 불리는 관계에 있는 동물과의 이야기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에 한국 사회의 많은 반려인들에게도 해러웨이의 질문들은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은 보호자가 아니라 존중하고 존중받는 동료 어른으로 그들을 대하는 것이 일차적 과제임을 이야기한다. 반려동물들이 반려인들에게 책임을 다하는 만큼 반려인들은 그들에게 어떻게 책임을 다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감사의 글 5
1부 우리는 결코 인간이었던 적이 없다
1장 종과 종이 만날 때 : 서문 11
2장 가치를 띤 개와 살아있는 자본 62
3장 고통 나누기 : 실험실 동물과 인간의 도구적 관계 90
4장 검증된 삶 : 순혈종 개 세계의 사랑과 지식의 실천들 123
5장 잡종견을 복제하고, 호랑이를 구출하기 : 생명윤리의 불안과 풍요의 문제 170
2부 스포츠 기자 딸의 노트
6장 유능한 신체와 반려종 202
7장 우정으로 맺어진 종 225
8장 접촉지대에서의 훈련 : 어질리티 스포츠에서 권력, 놀이, 그리고 발명 255
3부 얽힌 종과 종
9장 크리터캠 : 자연문화 속의 겹눈 309
10장 치킨 328
11장 테크노문화에서 반려종 되기 340
12장 마지막 식사 : 영양가 있는 소화불량 351
옮긴이 후기 372
후주 380
출판 이력 454
인명 찾아보기 455
용어 찾아보기 4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