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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87843 / 200쪽 133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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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깊은 상실을 공유하고 헤어짐을 택한 두 사람 삶의 파동에 흔들리며 조금씩 나아가는 그들의 이야기 나는 이곳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우경과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우리는 열일곱 살에 처음 만났다. 삶의 반 이상을 함께해왔고 중간에 한 번 결혼을 했다가 헤어진 적이 있다. 결혼식을 하던 날에는 평소 말수 적은 나의 어머니와 우경의 동생 우재까지, 넷이서 차례로 울었던 것 같다. _12~13쪽 해인은 매일 아침 마을버스를 타고 ‘해동중고’라는 이름의 한 중고물품점으로 출근한다. 그녀의 일상은 새로 들어온 중고 물품을 닦아서 진열하고, 종종 물건을 팔러 가게에 들르는 장미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가게 근처 공원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구경하는 등의 작은 일들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녀는 가끔 우경을 만난다. 우경은 해인과 같이 동네를 걷기도 하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해인의 집에 와서 함께 카레를 먹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나누기도 한다. “한 번 결혼을 했다가 헤어진 적이 있”는 그들은 일상에서 때때로 즐거운 순간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 즐거움은 두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어떤 기억에 의해 번번이 가로막힌다. 우경이 더없이 좋다고 느낄 때마다 왜인지 그날의 우경이 천천히 떠오르곤 한다. 우리는 누구도 그날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낸 적이 없다. _51쪽 두 사람이 이야기하지 않는 ‘그날 일’. 해인의 서술로 이어지는 이 이야기에서는 (아마 차마 말할 수 없기에) 분명히 언급되지 않지만, 우리는 그 일이 두 사람이 베트남에서 아이를 잃고 돌아온 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해인과 우경이 말없이 공유하고 있던 커다란 상실의 아픔은 잔잔하게 이어지는 듯 보였던 풍경에 전혀 다른 색채를 덧입힌다. 그리고 어느 날 우경은 해인에게 상사로부터 베트남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아픔을 딛고 나아가고자 하는 우경, 괜찮느냐는 물음에 여전히 괜찮다고 대답할 수 없는 해인. 우경은 해인에게 그곳에 함께 가자고 말하고, 그로 인해 그동안 깊은 수면 아래 아픔을 묻어둔 채 지내온 두 사람의 관계에 고요한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그냥, 난 우리가 괜찮았으면 좋겠어. 각자의 자리에서, 많은 순간에, 정말로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수면 아래』는 해인의 일상을 따라가며 진행된다. 베트남에 함께 가자는 우경의 이야기를 들은 뒤에 그녀는 뜻하지 않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다행히 그녀의 주변에는 온기어린 인물들이 있다. 이주란의 소설에는 늘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어딘지 허술해 보이면서도 마음이 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해인과 함께 분식을 사먹고, 달리기를 싫어하던 그녀에게 함께 달려보자고 제안하는 장미씨, 진해에서 함께 해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어주는 유진씨, 실없는 듯하지만 뜻하지 않은 순간에 위로를 주는 성규, 천진하게 ‘슬퍼도 괜찮으니까 슬퍼도 괜찮다고’ 말하는 어린아이 환희. 이주란의 소설에는 커다란 슬픔의 크기와 비례하는 커다란 온기가 존재한다고 말해볼 수 있을까? 이 이야기가 극적인 사건 없이도 이토록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온기어린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커다란 감정의 진폭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수면 아래』를 읽는 내내 마음이 저릿한 이유를 알 듯도 하다. 그것은 비단 슬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어떤 안도에서 비롯된 동요가 아닐까.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위로가 아니라, 심장이 저릿할 정도의 강력한 위로. 혼자가 아니었다는 생각, 누군가가 함께여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에 큰 소리로 울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러한 감정을 이해할 것이다. “시 없이 시로 가득하고, 청승 없이 슬픔의 끝점을 보여준다”는 박연준 시인의 서평처럼, 이주란의 소설은 음악이 없는 음악이기도 하다. 가사 없이도 곧바로 마음을 파고드는 애잔한 선율처럼, 단 몇 문장으로도 이 소설 속의 공기와 정서가 읽는 이의 마음에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200쪽으로 그리 길지 않은 이 소설이 이만큼의 울림을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이주란의 문장이 가진 불가사의한 힘 덕분일 것이고, 그건 우리가 이주란을 읽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추천사 나는 이주란의 소설을 사랑한다. 그의 소설은 극적인 장면 없이 고루 팽팽하고, 대단한 플롯 없이 완벽하며, 시 없이 시로 가득하고, 청승 없이 슬픔의 끝점을 보여준다. ‘도―’라는 음계만으로 이루어진 음악 같고, 연노랑으로 그린 핏물 같고, 발 없이 멀리 가는 구두 한 켤레 같다. 내가 잘 아는 세계, 잘 아는 사람이 오래 지켜온 비밀을 모아둔 화단 같다. 이번 소설의 인물들은 새처럼 조금, 지저귀듯 말하고 초식동물처럼 천천히 오래 먹는다. 날씨와 식사, 수면으로 이루어진 일상을 돌보는 일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돌봄이다. 이주란이 만든 작고 가벼운 종이배 위에서 내리고 싶지 않다. 슬픈데 한 톨의 격정도 없이, 기어이 순해진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깨끗해진 기분이다. 누군가가 나를 씻기고, 먹이고, 재운 것 같다. _박연준(시인)
수면 아래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