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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목욕탕

야스다 고이치 , 가나이 마키 저 | 정영희 역 | 이유출판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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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534318 / 384쪽 130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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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일본인이라 죄송합니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을 통해 일본의 극우 혐한 세력을 비판했던 야스다 고이치와 따뜻하면서도 예리한 그림으로 삶의 단면을 포착하는 카나이 마키가 일본의 태도에 반기를 들고 뭉쳤다. 태국과 한국, 일본 각지의 목욕탕을 탐방하며 가볍게 떠난 여행이 일제가 남긴 전쟁의 상흔을 마주하게 되면서 점점 무거워진다. 태국의 힌다드 온천은 정글이 우거진 숲속에서 노천탕을 즐기는 천혜의 휴양지이지만, 애초 일제 침략군이 자신들을 위해 지은 시설이다. 이 온천으로 향하는 ‘남톡 지선’은 일제가 침략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건설한 옛 타이멘 철도이다. 콰이강의 다리에서 “일본인이세요?”라고 묻는 관광객에게 ‘일본인이라 죄송합니다.’라고 답하는 카나이의 속마음처럼, 이 책에는 일본인으로서 지닌 가해와 그에 대한 속죄 의식이 묻어난다. ‘일본인에게는 이름을 가르쳐주고 싶지 않아요’ 일본에 대한 애증이 짙은 한국의 부산. 해운대에서 만난 최병대 선생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엔카를 듣고 자란 세대다. 해방 후 일본대사관에서 일하며 조선인 남성의 일본인 아내 등 한국에 체류하는 일본인을 돕는데 앞장섰다. 이들은 전쟁 직후 한국의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어렵게 살았고, 본국으로 돌아가도 차별받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인을 돕는 최 씨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도 곱지 않았지만, 이들 또한 전쟁이 낳은 희생양이라 여기고 도움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동래 온천에선 ‘일본인에게는 이름을 가르쳐 주기 싫다’라던 한 75세 할머니를 만나고 나서 자신들의 여행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예감을 한다. 벌거벗은 일본의 가해 역사 저자들은 일본의 귀환자 마을 사무카와에 이르러 일제가 저지른 잔혹한 범죄, 독가스 이페리트를 생산하던 현장으로 향한다. 두 사람은 이곳에 지어진 최초의 공중목욕탕 ‘스즈란탕’을 취재하러 갔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지역에서 독가스를 만든 공장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두 저자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휘몰아치듯 전쟁의 증언 속으로 빨려 들어가 마침내 이페리트 독가스 무기라는, 일제가 저지른 가장 참혹한 범죄의 핵심에 다다른다. 두 사람은 사료를 뒤지며 징용공들의 기록과 회고록을 찾아내고, 사가미 군수 공장 부지와 유독 물질이 담긴 맥주병이 출토된 ‘A사안 구역’을 방문한다. 16세에 사가미 군수 공장에서 이페리트 폭탄을 만들던 이시가키 하지메 씨는 90세가 되도록 당시 상황을 또렷이 기억했다. 열여섯 살 때 그가 그린 자살 공격 전투기와 징용공들의 노동 현장의 그림에는 전쟁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토끼로 독가스의 이미지를 가리는 일본 목욕탕에서 출발한 이 이야기는 부동성(浮動性) 이페리트와 적통(재채기 가스탄), 루이사이트 등을 만들던 독가스의 섬, 그러나 오늘날엔 토끼섬이라 불리는 오쿠노시마까지 이어진다. 이 섬은 독가스의 이미지를 가엾은 동물을 빌미로 은폐하려는 일본의 가증스런 역사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저자들은 여기서도 역사의 진실을 끊임없이 외치는 일본인들을 만난다. 14살부터 3년 반 동안 오쿠노시마 독가스 무기 공장의 양성공으로 일했던 후지모토 야스마 씨가 그렇다. 95세의 나이에도 당시 독가스의 화학 공식을 줄줄이 외던 그는 독가스 무기를 만들며 전쟁에 일조했던 자신과, 전쟁을 일으킨 국가와, 자신을 괴물로 만든 전쟁 그 자체에 분개한다. 훗날 중국에 가서 희생자 유족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 그는 독가스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두 저자는 후지모토 씨가 쏟아내는 날선 말들과 그에 동요하는 자신들의 속마음을 생생하게 기록한다. 잊히도록 두어서는 안 되는 전쟁의 상흔 온천과 목욕탕은 긴장을 풀고 이완되는 공간이다. 식민지의 일본군도, 학살당하던 주민들도, 일제에 협조하던 조선인도, 가혹한 노동에 죽어가던 노동자도, 독가스 무기를 만들던 징용공도 탕에 몸을 담글 때면 똑같이 벌거벗은 인간이었다. 그러나 전쟁은 그러한 온천에도 가해와 피해의 흔적을 남겨놓았고, 누군가는 그 흔적을 지우며 역사를 기만한다. 편안하고 소탈한 온천탕의 대화 속에 섬뜩하고 서글픈 진실을 담은 『전쟁과 목욕탕』.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증인의 이야기처럼, 세상에는 결코 잊히도록 내버려 두어선 안 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책 속에서 지글대는 하늘 아래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10분 정도 걷자 힌다드 온천으로 들어가는 문에 도착한다. 빽빽한 나무숲 너머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나무 그늘 사이사이 햇빛이 쏟아져 내린다. 계곡물이 흐른다. 수면에 쏟아지는 남국의 강렬한 빛이 현란한 색채의 오아시스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계곡 한편에 온천이 있다. 노천 온천! 계곡에서 솟는 노천탕이다.\t- 42쪽 이 벤치는 시게 할머니의 고정석이다. 노렌 안쪽에 카운터가 있지만 거기 앉아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매일 이 벤치에 앉아 손님을 맞고, 짧은 수다를 나누고, 목욕비를 받는다. 그리고는 느긋하게 씻고 오라는 말과 함께 안으로 손님을 들여보낸다. 목욕을 마친 손님은 땀이 마를 때까지 다시 또 이 벤치에서 잠시 수다를 떤다. 그런 뒤 “자, 그럼.” 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시게 할머니와 단골들의 일상적인 풍경이다.\t- 78쪽

저자 소개

  • 저자 : 야스다 고이치 , 가나이 마키
저자 : 야스다 고이치
태어나자마자 시즈오카현의 이토 온천물로 첫 목욕을 했다. 주간지 기자 일을 하다가 논픽션 작가로 전향했다. 저서로는 『르포, 차별과 빈곤의 외국인 노동자』(고분샤신쇼), 『헤이트 스피치』(분?신쇼),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 차별과 배제의 이야기』(고세이샤), 『‘좌익’의 전쟁사』(고단샤 현대신서), 『오키나와의 신문은 정말로 ‘편향’되어 있는가』(아사히문고) 외에 다수의 저작물을 발간했다. 『인터넷과 애국』(고단샤+알파 문고)으로 고단샤 논픽션상, 「르포, 외국인 ‘종속’노동자」(월간 《G2》 기사)로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 잡지 부문을 수상했다. 취재 틈틈이 탕에 몸을 담그는 게 기본 루틴이다.
국내 출간된 저서로 『일본 ‘우익’의 현대사』, 『일본 넷우익의 모순』 등이 있다.

저자 : 카나이 마키
텔레비전 구성작가, 단골 술집의 견습생 등을 거쳐 2015년부터 수필가,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다양성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일’을 생의 임무로 삼고 있다. 저서로 『세계는 ‘오!’로 가득 차 있다』(고세이샤), 『술집 ‘학교’에서의 날들』(고세이샤), 『파리의 멋진 아저씨』(가시와쇼보), 『벌레 공포증은 극복할 수 있을까?』(리론샤), 『세계의 스모선수』(공저, 이와나미서점) 등이 있다. 『일본어를 잡아라!』(마이니치신문출판) 시리즈에 삽화 작업을 했다.

역자 : 정영희
동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강원도 곰배령에서 제주도로 터전을 옮겨 유기농으로 귤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일본어로 출간된 좋은 책을 만나면 호미 대신 노트북을 펴고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옮긴 책으로는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산골기업, 군겐도를 말하다』, 『집을 생각한다』, 『건축이 태어나는 순간』, 『다시, 나무에게 배운다』, 『할머니의 행복 레시피』,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며

제1장 정글 노천탕과 옛 타이멘 철도 | 태국
제2장 일본 최남단의 대중목욕탕 | 오키나와
제3장 목욕탕과 때밀이, 두 나라에서 살았던 사람 | 한국
제4장 귀환자들의 목욕탕과 비밀 공장 | 사무카와
제5장 토끼섬의 독가스 무기 | 오쿠노시마

부록 / 대담: 여행 도중에
글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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