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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99839 / 124쪽 130 x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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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그래 나는 약속을 잊은 사람 썩은 장승 하나가 흙에 묻혀 갈 곳 모르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뜻하지 아니한 사람이여, 나는 이제야 비로소 내 인생에 같은 가을이 한 번도 없었음을 알겠다 _「작은 사건」에서 나가려고 옷을 차려입었다가 다시 하나씩 벗고 발가숭이가 되어 중환자실의 외삼촌 자세로 누워본다 임신한 아내가 냉면을 찾는다 뱃속의 아이는 실컷 놀았다 제아무리 더하고 빼도 세상의 무게는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 _「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에서 그래도 가끔 나는 아이들에게 포켓 동물도감을 읽어 주기는 했다 사자는 30년을 살고 코끼리는 80년을 살지만 쥐는 7년이면 죽어요 그러면 아빠는요? 아빠는 낙천주의자야, 아빠는 시간 보따리가 있어 보따리를 펼치면 아이들은 파도를 탔고 나무에 기어올랐고 코끼리 코에서 미끄러져 내려왔다 _「슬기로운 삶」에서 실비가 하늘에서 흩어진다 여름에 일본문화원에서 떠온 금붕어들이 차례로 죽어나가고 아! 행복해라고 중얼거린 죄로 여자는 며칠째 어두운 곳에서 뻗쳐온 슬픔에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_「이 아이는 누굴까」에서 빌려입은 옷 같은 인생, 떼쓰는 어린애를 안고 정부 보조금을 타고 이상한 미로를 헤매듯 고통과 슬픔만을 골라 디디는 신기한 인생 무사하게 죽고 싶다, 인생은 재난이 아니다 밀과 보리가 자란 것은 누구든지 알지요 _「사랑의 목소리로」에서 불행은 모두 현찰로 지불해야 한다고 불행을 만들다가 지친 아내의 사촌이 오늘은 슬픈 얼굴로 가정식 떡볶이를 만들어 줍니다 나이 마흔에 ‘나는 귀여운 아빠 딸’ 티셔츠를 입고는 뭔가 미련을 못 버린 자세로 엉거주춤하게 서 있습니다 희망을 버려라 결심 중에서도 가장 힘든 결심입니다 _「아내의 사촌에게」에서 나의 영혼은 고깃집의 갈고리에 매달려 있다, 파리들이 달라붙는다 자 이제 다시 계속해볼까요 어디든 마음을 다해 가라, 이 문장을 똑같이 따라 해보세요 누구든 내 마음에 들어오세요 지상에서의 행복이 소나기 같다는 걸 그 누가 모르겠는가 _「내가 누구예요?」에서
시인의 말
택시 안에서 돌아보니 4기 폐암 환자인 그가
인천사랑병원 환자복을 입고
자신의 손바닥 안에다 담뱃불을 붙이고 있다
그는 지금 외로울까 후련할까
죽음을 통보받은 사람의 재담에 우리는 울다가 웃다가
꽤나 속이 쓰라렸다, 아직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가 나이롱환자인지 우리가 나이롱환자인지
모르게 되는 경이의 순간이 있다
죽었다 깨어났을 때 하는 대부분의 사람의 말은 ‘덤’이다
2022년 6월
박판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