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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2247151 / 184쪽 165 x 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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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엄마는 더이상 몸을 씻지 않는다. (…) 이 정도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느낌은 절대 들지 않는다.” 삶과 노화, 죽음의 곤란함을 어떻게 건너야 할까 이 책은 180쪽 남짓의 짧은 분량이지만, 엄마의 생몰 연도인 1933년부터 2017년까지를 아우르는 이야기의 깊이는 결코 얕지 않다. 저자는 침몰하는 엄마의 기억에 부표를 달아주려는 듯 기꺼이 그녀의 시간을 거슬러오른다. 거기에는 2차대전 때 독일군 공습으로 어린 오빠를 잃은 엄마의 아픈 기억부터 1970년대 노동자 계층 이웃들의 다정한 공동체 의식, 1990년대 언제나 집안의 팔팔한 엔진이었던 엄마와 힘세고 날쌨던 철도노동자 아버지 등 자신의 증명이자 주소였던 두 분의 이야기가 있다. 문화는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경제부흥기 가족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연도를 본다. 1933-2017. 저 대시. 저 짧은 대시. 저것이 인생이다. 모든 게 다 저 짧은 문장 부호 안에 들어 있다. 당신이 하고, 생각하고, 보고, 꿈꾸고, 울고 웃은 모든 것. 당신의 전부. 저 대시 안에.” _167쪽 이제 현재가 되어 늘 깔끔했던 엄마가 더이상 몸을 씻지 않고 턱수염이 자라고 머리가 헝클어지는 것을 보며 저자는 어떤 긍정적인 것도 기대할 수 없는 막막한 슬픔을 느낀다. 한 삶의 마지막 목격자이자 증인, 돌보미로서 꿋꿋함을 잃지 않아야 할 그는 얼마 못 가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누구나 공감하듯 아픈 가족을 돌보는 일은 어느 날 갑자기 슬퍼할 겨를도 없이 시작된다. ‘가족처럼’ 돌보겠다는 이런저런 돌봄 서비스가 있지만 누가 간병할 것인지는 벌써 정해져 있다. 해야 할 일의 목록은 끝이 없다. 환자를 병원에 데려가고 약을 타고 공과금을 내고 집을 치우고 장을 본다. 끊임없이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상황에 맞닥뜨린다. 이 정도면 됐다는 느낌은 절대 들지 않는다. 사랑하는 가족을 돌보고 있다는 기쁨과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무력감과 슬픔, 중압감은 그보다 훨씬 강력하다. 질병이 환자의 일상을 바꿔놓았듯 보호자 역시 완전히 다른 시간을 살게 되는 것이다. “질병이란 단순한 생물학의 영역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다. 돌보미들은 자신들이 맡은 역할에 지대한 영향을 받으며, 가족들은 그 일에 동반된 스트레스로 종종 붕괴된다. 돌보미로서 이 정도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느낌은 절대 들지 않는다. 구멍에서 더 빨리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구멍은 더욱더 깊어져간다.” _177쪽 저자는 서문 「한국의 독자 여러분에게」에서 당시의 위기를 “잿빛으로 뒤덮인 한겨울에 유월의 열기와 눈부심을 상상해보려 애쓰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술회한다. 아울러 시시포스의 노역과 다름없었다는 국가 돌봄 시스템에 대한 회의와 더불어 돌보는 사람으로서 불가항력적인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했는지에 대한 솔직한 경험을 전한다. “엄마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지만 그 서식들은 끔찍했다. 체크를 하는 네모 칸들, 양자택일들. 미묘한 차이가 들어설 여지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은 네모 칸 안에 쑤셔넣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인간을 위한 여지는 그 시스템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 돌보미들은 훌륭했지만 돌봄 시간은 너무 짧았고, 그들은 오자마자 택시를 불러서 다음 고객에게 가기 바빴다.” _93쪽 한편 이 책은 엄마를 떠나보내고 2년 동안 작업한 끝에 완성되었다. 엄마를 애도하며, 스스로 가라앉지 않는 삶을 지향하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것이다. 저자는 그 후기를 어느 지면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책을 끝냈을 때 이 작업이 카타르시스를 주었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슬픔의 과정을 통해 제 길을 찾았고, 마술이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뭔가 심오한 것에서 풀려났습니다. 이것이 그래픽 스토리텔링의 힘입니다.” _저자 인터뷰에서 영국 독립출판물이 한국에 출간되기까지… 상실과 애도의 주제 아래 모인 사람들 앞서 밝혔듯 이 책은 2019년 영국에서 독립출판으로 출간되었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에이전시를 거치지 않고 저자와의 직접 계약으로 이 책의 한국어판이 출간된 사연은 다음과 같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출판편집자이자 작가, 사진가로 활동하다가 제주로 이주한 강건모 씨는 근처에 사는 영국인 이웃에게서 우연히 책 한 권을 소개받았다. 저자가 그의 오랜 친구라고 했다. 몇 해 전 사진에세이를 내기도 했던 강 씨는 그 책을 주르르 넘겨보던 중 뇌 손상 과정을 사과의 부패에 비유해 그린 컷(본문 26쪽)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2년 가까이 사과 한 알의 부패를 관찰하며 찍은 사진 연작 <썩은 사과Rotten apple>의 하나가 바로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썩은 사과를 배낭에 담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른바 애도여행을 했던 강 씨로서는 책을 검토하며 저자가 펼쳐 보인 상실과 애도의 이야기에 크게 감동받았다. 치매라는 특수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인 슬픔과 의지를 담고 있는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기를 바랐다. 그는 교유당 출판사에 출간 제안을 했고, 마침 이러한 주제를 찾고 있던 출판사도 긍정적이어서 계약은 빠르게 성사되었다. 이러한 연쇄적 감응은 이후 작업에서도 이어졌다. 한 가족에게 닥친 상실과 회복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낸 소설 『슬픔은 날개 달린 것』을 번역한 황유원 시인이 번역을, 암 투병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형상화한 시 「가재미」를 쓴 문태준 시인이 기꺼이 추천사를 맡아주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저자의 작은 독립출판물을 가운데에 두고 문화와 활동 영역이 서로 다른 이들이 ‘가라앉는 엄마’의 무릎 아래 모인 것이었다.
엄마, 가라앉지 마
한국의 독자 여러분에게
옮긴이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