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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 나의 작은 날들에게

류예지 저 | 꿈꾸는인생 | 2022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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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1018165 / 192쪽 118 x 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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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건 그의 작은 날들인지 모른다 유치원을 다닐 때의 일이다. 체험학습 같은 것으로 고구마 캐기를 했고, 동네 친구에게 내가 캔 고구마를 주고 싶었다. 친구가 사는 지하방으로 향하면서 무척 들떴었다. 고구마가 든 봉지를 건넸을 때, 친구의 어머니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래, 이거 몇 개 캐 온 거야?” 그녀는 던지듯 봉지를 내려놓고는 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은 채 현관과 연결된 주방이자 욕실에서 친구의 얼굴을 씻겼다. 나는 인사할 타이밍을 찾지 못해 컴컴한 현관에 우두커니 서서 두 사람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슬프고 무안했다. 고구마를 많이 캐지 못한 탓에 집에는 한 개도 남겨 놓지 않고 전부를 가져간 거였다. 친구 어머니의 마음을 짐작해 보게 된 건,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서다. 그녀에게 나는 반가운 손님이 아니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에 가지 않는 딸의 마음이 혹 다치지는 않을까 염려되고, 딸을 유치원에 보내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서글펐을지 모른다고. 분명 나는 봉지를 흔들며 “유치원에서 캐 왔다”고 경쾌하게 말했을 테니. 그날의 고구마는 나와 친구네 가족에게 서로 다른 의미였을 것이다. 어린 나의 마음을 떠올려도, 뒤늦게 헤아려 본 친구네 마음을 생각해도 그날은 아프다. 나의 작은 날이다. 누구나 그런 ‘작은 날’을 가지고 있다. 즐겁지 않은 기억이기에 애써 흘려보내려 한 날, 있었는 줄도 모르고 살았을 만큼 별 의미를 두지 않은 날. 이 책은 그 ‘작은 날’들의 기록이다. 저자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 기억 속에 고요히 머물러 있는 작은 날들을 하나씩 꺼낸다. 늘 동생에게 양보한 엄마의 등을 오롯이 차지할 수 있었던 유치원 다과회,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전학생과의 짧은 추억, ‘탤런트’라는 장래희망을 친구들에게 들킨 순간, 대학생이 된 언니의 신발에 몰래 발을 넣어 보던 밤, 이름 없는 섬처럼 고독했던 사무실에서의 하루, 이제는 안부를 묻지 않게 된 친구와의 즐거웠던 한때, 부모의 나이 듦을 마주하는 시간 등. 저자의 작은 날들엔 쓸쓸함, 슬픔, 설렘, 놀라움, 그리움 등이 깊고 차분하게 묻어 있다. 작은 날은 근사함과는 거리가 멀다.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이 있기도 하고, 이야기를 꺼내기 민망할 만큼 별것 없기도 하다. 때로는 나조차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휘둘리느라 여전히 정의 내리지 못한 채로 덮어 둔 날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작은’ 날이다. 그런데 저자의 글을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을 설명하는 건 그런 날들이 아닐까 하는. 누군가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건 그 사람의 작은 날들인지 모른다고, 내 진짜 모습은 나의 작은 날들에 있는지 모른다고 말이다. 저자는 스스로에게 또 독자들에게, 큰 행복 큰 기쁨의 날에 가려지기 일쑤인 작은 날의 가치와 소중함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나의 작은 날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고 싶다’는 표현에 그 마음을 담아서. 만약 그런 거라면 적어도 내게는 통했다. 저자가 글에서 제안한 대로 당신의 작은 날들이 당신에게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 보기를 권한다. 분명 그날들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당신에게 아무것도 아닌 날은 없었다.

저자 소개

  • 저자 : 류예지
저자 : 류에지
문화원, 출판사, 기획사를 거쳐 현재 프리랜서 출판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한때 시인을, 여전히 소설가를 꿈꾸지만 이제는 (장르 불문) 쓰고 싶은 것을 충실히 쓰고 충분히 나누는 작가로 오래오래 기억되고 싶다.
내 안에서 작게 반짝이는 이야기를 ‘충실히’ 따라가다 보니 에세이집 『어떤, 소라』, 인터뷰집 『내가 딛고 선 자리』로 닿게 되었다. ‘충분히’ 나누며 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딘가를 향해 ‘충만히’ 흘러가 보겠다는 다짐을 매일매일 하는 사람.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해시태그를 좋아한다.

목차

프롤로그 지나온 날들이 보낸 작은 신호―4

동네 잔칫날―15
유치원 졸업사진 찍던 날―18
친척 어른에게 혼난 날―22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던 날―26
풍금으로 아라베스크를 들은 날―30
열한 살의 여름방학 1―35
열한 살의 여름방학 2―36
열한 살의 여름방학 3―40
타임캡슐을 묻은 날―45
둘째 고모의 죽음을 마주한 날―50
큰언니의 갈색 부츠를 신어 본 날―54
19금 영화를 본 날―58
코끼리를 처음으로 본 날―63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68
2002년의 끝, 종로에서 프랑스 영화를 본 날―72
일본에서 1―78
일본에서 2―83
엄마를 배웅하던 날 1―87
사무실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린 날―91
울산, 1박 2일―94
그날 이후 100일째 되던 날―99
엄마와 함께 요플레를 먹은 날―101
노르웨이에서 온 ‘생명의 물’을 마신 날―105
휴가가 끝난 큰언니의 출국일―109
고향 집에서 보낸 황금 휴가―114
딱 하루 출근했던 그곳에서의 하루―119
너의 말이 서운하게 들렸던 날―124
무주, 1박 2일―128
타인의 그림자를 훔쳐본 날―133
할매의 장롱을 정리하던 날―136
엄마를 배웅하던 날 2―141
보리암에 올라간 날―146
살구 밭에 딱새가 날아든 날―150
단골 안경점을 떠나보낸 날―154
장맛비가 쏟아지던 날―159
내가 쓴 편지를 돌려받은 날―164
차도 한복판을 걷고 있는 노인을 목격한 날―168
멧돼지에 대해 들은 날―171
옛 시절 소환의 날―175
신혼집을 보러 다닌 날―180
뒷산 꿀밤나무 이야기를 들은 날―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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