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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지나는 시간

강미 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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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9503 / 190쪽 14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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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사막에 있어서 더욱 빛나는 존재가 되는 게 아닐까” 아들을 의대에 진학시키는 일이 자신이 집안에서 인정받는 길이라 여기는 어머니와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민준. 작은 마트를 운영하는 단란한 가정에서 밝게 자랐지만 대형마트로 인해 가세가 기울고 취미에서부터 사교육까지 민준과의 격차를 느끼며 힘들어하는 창우. 항상 노래를 흥얼거리며 유쾌해 보이지만 친구의 오토바이 사망 사고로 인해 웃음을 잃은 재희. 성적이 뛰어나고 집안형편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민준의 새 과외 멤버로 붙여준 성택. 교지편집장으로 활동하며 명실상부 동네의 전통인 얄개 분식의 손자 준영. 성적, 가난, 우정, 이별 등 이들이 겪고 있는 3년은 결코 지나고 말 일로 치부되지 않는다. 민준의 집 현관 앞에 걸린 황금색으로 칠해진 그림 안에는 황금색이 갈색으로 짙어지는 사이쯤에 개 한 마리가 끼어 있다. 이 그림의 제목은 두 가지. ‘물살을 거스르는 개’와 ‘모래에 파묻히는 개.’ 자신이 아닌 자식이 왜 꿈이 되어야 하는지, 가난은 왜 이토록 불편하고 불합리한지. 평생 함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은 우정도 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가운데 불안하고 힘겨운 시간은 이어진다. 상심한 친구를 위로하는 방법 같은 건 가르쳐주지 않는 학교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꾸며 각자의 길을 걷는, ‘친구’라는 타인들 틈에 끼인 아이들. 하지만 이들은 함께할 수 없을지라도 오랜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가 그곳에 있다고 기억해주기를 바라며 ‘지금’이라는 시간을 건너가고 있다. 그 안에서 빠지고 데이고 스러지면서 견뎌낸 시간이 눈기둥처럼 솟아나기를, “자신의 잠재력과 의지를 믿고 눈앞의 사막을 잘 건너길 바”라본다. 책 속으로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림 속 모래가 꿈틀거렸다. 윙윙거리며 몸집을 불린 모래는 잠깐만에 밖으로 쏟아져 민준을 에워쌌다. 까끌까끌한 모래가 입안에 들어차더니 민준의 가슴과 목을 압박했다. 〔……〕 민준은 버둥거리는 마음으로 들고 있던 와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달곰쌉쌀한 기운이 목을 타고 가슴 밑바닥까지 흘렀다. 물살을 거스르는 개라고도 했던가. 민준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중심을 잡으며 상체를 곧추세웠다. 모래에 묻히고 말 것인가, 물살을 거슬러 오를 것인가. 민준의 눈가가 붉어지더니 이윽고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탔다. (62쪽) 창우는 또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눈기둥을 찾는 이유가 뭘까? 그건 아마도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에 생겨서일 것이다. 북극이나 남극에 있는 눈기둥이라면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눈기둥은 사막에 있어서 더욱 빛나는 존재가 되는 게 아닐까? 그러니 민준이 차갑고 도도한 눈기둥이 되더라도 사막을 잊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창우는 앞으로 눈기둥이 드리우는 그늘에서 내내 서성이게 될 것이다. 그곳에서 마른침을 삼키며 민준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늘이라고 내내 어둡기만 할까? 아버지가 꺾어 온 진달래처럼 그늘에서 피는 꽃도 있겠지. 창우는 이제 그런 꽃을 꿈꾸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늘에서 피어도 진달래처럼 고울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 그걸 위안 삼아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 되지 않을까. (78~79쪽) 나무 계단을 다 내려와서야 재희는 사비나를 창우에게 업히고 배낭을 가져갔다. 눈앞에 갈대숲이 펼쳐져 있었다. 발을 디딜 수 없는 어둡고 거대한 황무지처럼 보였다. 하지만 들어온 길이 있으면 나가는 길도 있을 터, 창우는 산책로로 접어드는 재희의 뒤를 따랐다. 흰 물새가 날고 갈대가 서걱거렸다. 창우는 끄응, 힘을 주며 사비나를 추슬렀다. 이대로 땅끝까지 간대도 괜찮을 것 같았다.왜 이렇게 변했는지 이상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119~120쪽) ……우리는 그냥 걷기만 할 거야. 숲을 통과해 산을 넘고 마을을 지날 거야. 벼랑 끝도 밟고 논두렁길도 만나겠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터덕터덕, 말은 아주 조금만 할 거야. 해가 저물면 걸음을 멈추는 그곳에 배낭을 내려놓을 거야. 민박집에 깃들어 주인이 구워주는 고구마를 먹으며 별을 세게 되겠지. 살아온 날과 살아갈 이야기들이 뒤죽박죽 쏟아져 나와도 내버려 둘 거야. 진지하게 반응하지도 않을 거야. 정신과 육체가 간질거리는 느낌만 간직할 거야…… 모든 코스를 다 걸어야 한다는 목표 같은 건 없어. 걷다가 시시해지면 군내 버스를 타고, 그것도 싫으면 다른 곳으로 가볼 거야. 둘레길만 길은 아닐 거잖아. 이름 있는 다른 길도 있을 테고, 길이 없으면 만들어도 되니까 말이야…… 느티나무 나목을 만나면 걸음을 멈추겠지. 너와 함께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절실해질 거야. (181~182쪽)

저자 소개

  • 저자 : 강미
저자 : 강미
고등학교 국어교사이다. 청소년소설 『길 위의 책』 『겨울, 블로그』 『밤바다 건너기』 『안녕, 바람』을 지었으며, 공저로 『문학시간에 소설읽기 1~4』 등을 펴냈다. 여러 과목 교사들과 함께, 다중매체 시대가 요구하는 교과융합수업의 실천과 확산에 힘쓰고 있다.

목차

적응―민준 1
코스프레 수업―창우 1
모래에 묻히는 개―민준 2
사막의 눈기둥―창우 2
프레임―민준 3
순천만―창우 3
들어는 봤어도―민준 4
작은 괴벨스―창우 4
길―민준과 창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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