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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85054 / 440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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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1921년 퓰리처상 뉴스위크 선정 ‘역대 최고의 명저 100’ 모던라이브러리 선정 ‘20세기 100대 영문학’ 무지와 위선이 만든 삶의 실제와 허상을 가르는 심연 그 사이를 풍요롭게 채운 아이러니와 로맨스의 정교한 향연 뛰어난 연애소설로서 『순수의 시대』는 1870년대 뉴욕 상류층 세 남녀의 연정과 결혼을 다룬다. 주인공 뉴런드 아처가 새하얀 피부에 투명한 눈동자를 지닌 스물한 살의 메이 웰런드와 막 약혼한 때, 메이의 사촌 올렌스카 백작부인(결혼 전 이름 엘런 밍곳)이 폴란드 귀족 남편과 이혼하기 위해 뉴욕으로 돌아온다. 새로운 경향과 예술에 대한 너른 이해, 열린 생각과 합리적인 사고를 자신해온 뉴런드 아처는 유럽에서 성장해 자유분방하며 솔직한 엘런을 다시 만나 매료된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나 개성보다 관습과 예법을 중시하는 뉴욕 사교계는 “그렇게 유럽 사람 같아진 것도 당연”하다며 엘런을 “특이한 외국 여자”로 규정하고, 밍곳 가문은 이혼을 원하는 엘런의 의사에 반해 부와 지위가 보장된 남편에게로 돌아가도록 은밀하게 단합하며 변호사인 아처를 내세워 엘런을 회유하게끔 만든다. 아처는 연민과 열정으로 엘런을 사랑하지만 “어떻게 멈춰야 할지 몰라서 끝없이 흐르는 강물” 같은 냉담하고도 막아낼 수 없는 상황에 떠밀려 결국 메이와 결혼하게 된다. 아처는 그렇게 엘런을 잃은 후 자신의 “너무 많은 것이 허비되고 망가졌”으며 “운명에 묶여 꼼짝할 수 없다”는 회환으로 남은 생을 보낸다. 『순수의 시대』에 대한 초기 리뷰들은 관행에 준해 익명에 따른 것이 대다수였으나, 소설가 캐서린 맨스필드는 기명 리뷰를 통해 독자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섬세하고도 애절한 로맨스만큼이나 작품 내에서 강력하게 기능하는 아이러니를 언급했다. 마찬가지로 워턴의 작품들 중 ‘삼각관계 3부작’으로 묶이는 『이선 프롬』 『암초』를 모두 옮긴 손영미 원광대 영문과 교수 역시 워턴이 사용한 아이러니에 주목한다. “고전 비극의 본질은 어떤 대상이나 현실에 대해 주인공이 갖고 있는 정보의 오류나 부족, 그리고 거기서 비롯된 오판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여러 층위의 아이러니가 비극의 대표적인 수사학적 장치로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삼각관계 3부작’의 『이선 프롬』과 『암초』에도 아이러니가 자주 등장하지만, 『순수의 시대』는 그야말로 수많은 아이러니를 동원해 아처의 운명을 그리고 있다.”(해설 중에서) 특히나 이디스 워턴이 회고록에서 “나의 캐릭터들은 반드시 그들의 이름과 함께 온다”고 밝힌 바대로, 뉴런드 아처, 메이 웰런드, 엘런 올렌스카 백작부인 이 세 캐릭터의 이름들에 담긴 아이러니에 대한 분석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더해준다. 딜레탕트인 뉴런드 아처는 섬세한 안목으로 세상의 변화를 인지하고 그와 대조되는 옛 뉴욕 사교계의 관습과 위선을 꿰뚫어보며, 뉴욕 사교계라는 상형문자 같은 세계 안에서 평생 사소한 것들을 완벽하게 관리해오면서 얻게 된 헛된 권위만 깃든, 팽팽하고 평온해 보이는 얼굴들과 소름끼치도록 무섭게 박제된 그들의 삶을 인지한다. 그리고 메이 같은 젊은 여성들이 선대 할머니들의 음모를 통해 인위적인 순수함, 상상력을 거부하는 정신과 경험을 배척하는 마음이 만드는 그런 순수함을 지니도록 길러졌음을 안다. 그러한 앎을 지녔으나 뉴런드 아처는 사회 변화에 동화되지 못하고 그 변화를 스스로 이루어낼 자질도 없는 한계를 지닌 주인공이다. 그러한 한계로 인해 그는 결국 사랑하는 여인인 엘런 올렌스카가 속한 세계로 나아갈 수 없었고, 평생 곁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해온 아내 메이의 내면도 엿보지 못한 채 정말 무미건조한 삶 속에 스스로를 갇히게 만든 현대 비극의 주인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