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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 최선을

강석희 저 | 창비교육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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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5701000 / 240쪽 133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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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작가의 말 저에게 있어 소설이 시작되는 순간이란 ‘장면’을 마주하는 순간과 같습니다. 진녹색으로 가득한 지리산 숲길이나 2006년 겨울의 대전 터미널 같은 것이 몸 어딘가에 툭, 하고 놓이거나 눈앞에 펑, 하고 나타나는 때가 있어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아주 소중하고 귀한 걸 손에 쥔 기분이 되고요. 그다음 장면을 상상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일처럼 여겨집니다. 그 장면들은 저의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는 것일 수도, 겪어본 적 없는 세계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종류가 되었든 그 장면에서 소설을 시작하거나 그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 소설을 쓰지만, 퇴고를 하는 동안 소설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일단 쓰기 시작한 뒤에 ‘나 이런 이야기가 하고 싶었구나’ 깨닫는 편이어서 그렇습니다. 그간 써온 소설들을 모아놓고 보니 끝내 소설에 남기지 못한 장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왜 미안하지? 생각을 해보니, 그 장면들이 온전히 저의 것이기만 한 게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와 함께 만든 장면일 수도 있고, 누군가가 저에게 들려준 장면일 수도 있고, 누군가가 부탁하는 마음으로 맡긴 장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한 장면에는 그것이 만들어질 때의 고유한 마음도 함께 담겨 있는 것은 아닐는지요. 끝까지 실어 나르지 못한 장면과 그 안에 마음을 나눠 주신 누군가에게 사과와 감사를 드립니다. 아마도 저는 계속해서 어떤 장면들과 함께 소설을 쓰고 어떤 장면들은 끝내 덜어내겠지만, 시간과 공간을 넘어 도착한 우리의 장면들을 잊지 않고 꼭꼭 간직하겠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소중한 장면들을 나누어 주세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실 누군가에게, 부탁드려요. 그럼 언젠가 또,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로 연결되기를. ○추천사 “밝고 정직한 눈이 발견한 진실을 진심으로 말하는 입술.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어난 사연과 사건을 부지런하게 옮기는 두 손. 소설은 그저 픽션일 뿐이라는 사람들의 의식과 마음을 더 나은 쪽으로 바꾸는 언어. 소설가의 눈과 손, 마음과 언어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소설일 것이다. 강석희 작가가 최선을 다해 소설로 쓴 이 이야기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것이었다.” - 정용준(소설가) ○책 속으로 겨울이 되면 혜연은 결혼을 할 것이고 이제 두 사람은 한집에서 살지 않게 된다. 이것은 일종의 이별 여행이구나. 수현은 가야 할 거리가 지나온 거리보다 짧아진 내비게이션 화면을 가만히 보았다. 월세를 나누어 내던 혜연이 집을 떠나고 나면 수현의 생활은 그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기울 것이다. 그걸 모를 리 없는 혜연은 자기 몫의 보증금을 두고 나가겠다고 했다. 혜연이 오래 고민한 일이었다. - 죽어도 싫어. 수현이 말했고, - 그럼 죽든가. 혜연이 말했다. - 「디스 이즈 포 유」 20면 우리가 가진 돈 4천만 원을 제하고 주택담보대출 2억 6,680만 원(35년 상환)도 제하고, 남은 3억 6,020만 원을 어떻게 갚을 것인가. 아니, 그전에 그걸 어디서 빌릴 것인가.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 1억 2천, 교직원공제회에서 최대로 빌리면 9천. 그래도 1억 5천이 모자랐다. 영주는 퇴직금 담보대출까지 이야기했고, 여차하면 예비 장모께 말씀드려보겠다고 했다. - 영끌 하자. 말하는 영주에게 그런 건 지옥불 영끌이라고 하는 거야, 말하지 못했다. - 「길을 건너려면」, 72면 누군가를 짓밟으면 무엇을 손에 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따에게서 온 편지들을 읽었다. 우따가 보낸 편지는 언제나 같은 문장으로 끝났다. 더 나은 무엇이 되자. 그때 만나자. - 「우따」, 96면 그 애들과 나는 운동선수가 되지 못했다. 우리 학교에는 운동부가 하나도 없었으니까. 있었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조금도 좌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운동부가 아니어도 운동선수가 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 줄 알았다. 중학교에 가면, 고등학교에 가면, 그래도 안 되면 어른이 되어서. 그때 하면 되지. 그때까지 우리는 우리의 최선을! - 「앵클 브레이킹」, 102면 그런 혜란이 시작한 일이 부동산 정보 수집과 재테크 공부, 해운대 뷰를 가진 타워팰리스 분양권 획득이었다.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혜란은 돈과 시간의 반비례 관계를 아는 사람이었다. 부족한 돈을 시간으로 메우며 뛰어다닌 끝에 분양권을 따냈다. - 「공중 정원」, 144면 2002년 6월 14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우리나라가 포르투갈을 잡고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날이었다. 처음으로 거리 응원을 나갔던 나는 박지성의 원더골에 미칠 듯 신이 났다. 전국이 광분했고 집에 가는 길에는 술집마다 문을 활짝 열고 공짜 생맥주를 나눠 줬다. 나도 슬쩍 한 잔을 받아서 마셨다. 그리고 그날은 신효순의 열다섯 번째 생일이었다. 양주에 살던 신효순은 전날 죽었다. 열다섯이 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같은 학교에 다니던 친구 심미선과 함께 미군 장갑차에 깔렸다. - 「그런 식의 여름」, 176면 내 마음이 사랑으로 번져가는 걸 알아챈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훈수를 두었다. 실제적이고 무용한 조언들이었다. 여럿이 식당에 가면 대각선으로 앉아라, 같은 것들. 야채는 달랐다. 과묵한 축구 감독 같았다. 내가 미주알고주알 고민 상담을 하면 팔짱을 끼고, 검지로 미간을 문지르면서, 애껴두자. 했다. 야채는 무조건 ‘애끼자’고 했다. 아끼는 것만으로는 힘들 테니까, ‘애끼자’고. 애낄 때까지 애껴보는 거야. - 「알레」, 197면

저자 소개

  • 저자 : 강석희
저자 : 강석희
소설가. 1986년에 태어나 진주에서 성장했다.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우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목차

디스 이즈 포 유
길을 건너려면
우따
앵클 브레이킹
공중 정원
그런 식의 여름
알레

해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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