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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사랑

장은진 저 | 문학동네 | 2021년 06월

날씨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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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80202 / 232쪽 133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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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드러낼 수 없어서 더욱 두근대는 근거리의 사랑 우산 하나만큼의 거리를 좁혀가는 수줍지만 진실된 여름 사는 게 숨찰 때, 나는 창문을 올려다보는 습관이 있다. 창문에는 묘한 정서가 흐른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창문이 정서를 가진 건 아니다. 내 시선이 닿는 높이의 건물이어야 하고, 건물의 가장 마지막 층 모서리에 위치한 작은 창문이어야 한다. 건물 맨 꼭대기 가장자리의 작은 창만이 그것을 완벽하게 구현해낼 수 있다. 더는 옆으로도 위로도 갈 수 없는 막다른 지점.(7쪽) 소설은 아득하고도 막막한 장면에서 출발한다. 해주는 가장 높고 막다른 지점에 걸려 있는 창문을 바라보며 힘든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가출한 어머니 대신 청소년기부터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녀는 가족들과 운영하는 장갑 공장 일에 청춘을 쏟아부었다. 가장 생생하게 기억되어야 할 시기가 인생에서 지워져버렸다는 서글픔, 하루종일 덥고 먼지가 날리는 사막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생활이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버거움이 해주를 짓누른다. 그때, 해주의 곁으로 맑은 날씨에도 우산을 쓴 남자가 다가서서 함께 창문을 올려다본다. 두 사람은 막다른 곳에 몰려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존재로서 ‘창문의 정서’를 공유한다. 그날 이후 해주에게 그 남자가 인식되기 시작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태양이 작열하는 광장에 나와 우산을 쓴 채 서 있는 남자를 사람들은 ‘우산씨’라 부른다. 우산씨는 난처한 상황에서도, 적개심이 담긴 외압에도 결코 우산을 접지 않는다. 해주는 우산씨에게 먼저 다가가 그가 세상에 내보이는 우산 하나만큼의 거리감을 좁혀보기로 한다. 우산씨 또한 그런 해주에게 점점 호감을 느끼면서, 의지할 곳 없이 삶을 혼자 견뎌온 해주에게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어준다. 나는 조용히 우산씨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러나 우산 때문에 바짝 붙어앉지는 못했다. 바짝 붙으면 우산살 끝에 몸이 찔렸다. 그와 나 사이에 우산 하나만큼의 간격이 벌어졌고, 우산이 있는 한 그것은 변치 않는 간극이자 불편이었다. (…) 그때 우산씨가 내게 우산을 씌워주며 옆으로 바짝 붙어앉았다. (…) 우산씨는 다른 사람한테도 이렇게 우산을 씌워줄까? 고개 들어 우산씨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이마와 귀가 붉다고 알려주자 그가 말했다. “오늘은, 무척, 덥습니다.”(53~54쪽) 하지만 해주는 강도 높은 노동에 끝없이 시달리고 있고, 우산씨는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할 혼자만의 싸움을 하는 중이다. 사랑할 여유가 없는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에둘러 전하고, 그 사소한 기미를 기쁘게 감지하며 고단한 청춘의 시기를 위로받는다. 그리고 해주의 옆집 이웃이자 해주를 내내 좋아해왔던 ‘재하’가 진지하게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우산씨와 해주, 재하의 삼각관계가 여름의 밀도를 점점 높여나간다. 찌그러진 우산이 여름밤을 걷는 세 사람을 허공에서 감쌌다. 그때 오빠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 이름은 술냄새를 풍기며 내 귀에 닿았다. “해주야, 내가…… 내가…… 많이 좋아한다.” 한여름 밤의 고백에 발이 꽁꽁 얼어버린 듯 멈추었다. 우산씨의 걸음도 같이 멈추었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하지 못할 말이었을 것이다. “왜, 좋습니까?”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던 우산씨가 나 대신 물었고, 우리는 다시 천천히 걸었다. “살게 하니까.”(195쪽) 세 사람은 각자의 진심을 상대방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까. 재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억지로 접게 만들려던 우산을, 해주는 우산씨 스스로 접게 할 수 있을까. 여름이 지나간 후, 비가 그친 상쾌한 숲속에서 우산씨가 우산을 뒤로 살짝 젖혀보는 결말의 한 장면은 긴장되는 동시에 아름답다. 자기 몫의 불행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하는 나날 『날씨와 사랑』은 해주와 우산씨의 관계를 서사의 큰 줄기로 삼는 한편, 그들 주변에 있는 인물들의 아픈 사연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재하는 가업인 목공방을 이으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르느라 진정한 꿈을 포기한 후 괴로워하며, 해주의 아버지는 가정을 내버려둔 채 아내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헤맨다. 해주의 여동생 ‘영주’는 어머니의 부재로 방황하다 인생을 깊이 비관한 나머지 주위 사람들에게 절망을 전염시킨다. 설상가상으로,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게 눈엣가시로 여겨지던 해주와 재하의 집이 철거될 위기에 놓인다. 소식이 끊긴 가족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함께 살아갈 공간을 지키려는 애타는 마음이 절박하게 그려진다. 장은진은 등장인물 각자의 불행을 곡진히 들여다보며 그 불행이 지나가기를 함께 기다린다. 불행이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인물들이 자기 몫의 불행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그러는 동안 곁에 있어준 사람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차오르기를. 그리고 그렇게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던 인물들이 문득 관계의 거리를 좁혀내는 찬란한 순간을 포착한다. 『날씨와 사랑』은 해주와 우산씨의 가만한 연애 이야기이자, 해주 가족과 재하가 웃음과 눈물을 나누는 홈드라마이자, 인물 개개인이 각자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치유의 서사이다. 변화무쌍한 여름 날씨를 따라 불행의 한 시절을 눈부시게 통과하는 이 소설은 매해 여름이면 떠오르는 작품으로 독자의 마음에 남게 될 것이다. ♥ 우리가 자주 지치는 건 인생은 기다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많은 걸 기다렸다. 오랫동안 솔직한 답장과 용기 있는 고백을 기다렸고, 어제보다 약간은 기름진 여유를 기다렸고, 절망이 얼른 지나가기를 기다렸고, 밤잠을 설쳐가며 이야기의 첫 문장을 기다렸다. 기다림의 대가는 섭섭했지만 무엇도 남은 게 없는 것보다 여전히 기다림의 목록을 지녔음에 감사하며 하늘을 본다. 비록 지치더라도 기다림은 희망이기도 하니까. _‘작가의 말’에서

저자 소개

  • 저자 : 장은진
저자 : 장은진
1976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동굴 속의 두 여자」가, 2004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키친 실험실」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앨리스의 생활방식』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날짜 없음』, 소설집 『키친 실험실』 『빈집을 두드리다』 『당신의 외진 곳』 등이 있다. 문학동네작가상,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날씨와 사랑 _007

작가의 말 _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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