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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골목 어귀 코너에 점빵(구멍가게)이 있었는데 그 집을 우리는 ‘빵구쟁이 할매집’이라고 불렀다. 우리 주인 할머니의 설명에 의하면 명칭의 유래는 이렇다. ‘빵구쟁이 할매’가 그 집의 전 주인 할머니의 별명이었는데─그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때 방공훈련을 한다고 모이면 의도적으로 큰 소리가 나게 방귀를 뀌어서 그 별명으로 유명했다고 한다─그 점빵을 인수한 주인 할머니가 별명까지 인수한 것이었다. 그곳은 아이들이 군것질할 것을 파는 곳으로 여러 가지 과자들을 펼쳐 놓고 팔고 있었다. 지금의 위생 기준으로 보면 대부분 불량 식품일 것이나 우리는 그것 하나 못 먹어 침을 흘렸다. 내가 5학년 때 빵구쟁이 할매집에서 살인 사건이 났다. 할머니 집 안채에 세 들어 사는 군인 부부─동거하는 관계였을 것이다─가 피해자였다. 어느 날 아침 남자가 세숫대야를 들고 길가로 나와 세수를 하던 중 지프차를 타고 온 군인의 권총에 맞아 죽었고, 부엌에서 밥을 하던 여자도 총에 맞아 죽었다. 나는 그때 학교 갈 준비를 하던 중 총소리를 들었다. 내가 등굣길에 사건 현장 옆을 지나갔는데 시신은 치워지고 길의 반쯤에는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었다.
(31쪽)
연극을 위해서 우리들은 나무칼도 만들고 왕관도 만들었다. 왕관은 태수가 쓰는 것이었는데, 도화지 한 장을 접어서 왕관의 반쪽 모양을 그리고 가위로 오려 내어 펴면 데칼코마니같이 대칭된 왕관의 모양이 나온다. 거기에 크레파스로 색을 칠하고 양 끝을 풀로 붙이면 근사한 왕관이 되었다. 호동 왕자 역은 수만이가 하거나 그가 없을 때는 제2인자가 했고, 낙랑 태수는 모인 애들 중에서 2인자가 했다. 나머지 아이들은 편을 갈라 고구려군과 낙랑군의 병사가 되었다. 진행은 낙랑군이 주둔한 평양성에 고구려군이 쳐들어와 낙랑군을 모두 쓰러뜨리고 호동 왕자가 낙랑 태수를 찔러 죽이는 것이었다. 그때의 대사가 “정지칼을 받아라!”였다. 부엌을 경상도 사투리로 ‘정지’라고 하고 부엌칼을 ‘정지칼’이라고 했다. 원래 극중의 대사는 “정의의 칼을 받아라!”였지만 잘못 들었는지 잘못 이해했는지 정의의 칼은 정지칼로 변했고, 그 칼에 낙랑 태수는 쓰러졌고 역사는 흘러갔다.
(58쪽)
어느 날 하교해서 동네 어귀를 들어서니까 동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오면서 “느그 할배 죽었데이.” 하면서 할아버지의 죽음을 알려 주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것은 슬픔 때문이 아니었다. ‘큰일 났네, 어짜지. 사람들은 내 행동을 살피볼 낀데 슬프지도 않고, 슬픔을 보이기에는 챙피해서 도저히 그러지도 몬할 것 같은데 어짜지?’ 하며 심한 망설임을 했다. 슬픔보다 남들의 시선이 앞섰다. “저 자슥은 즈그 할애비가 세상 베릿는데도 울지도 않네.” 하는 비난의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대문을 들어서니 곡소리가 들려오고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나의 최선의 방법은 어머니를 찾는 것이었다. 어머니를 발견한 나는, 눈이 퉁퉁 부어 있는 어머니의 치마폭에 얼굴을 묻었다.
(86쪽)
그녀는 얼굴이 하얗고 키가 훌쩍 큰 미모의 여학생이었다. 아무도 그녀에 대한 말은 안 했지만 나처럼 모두들 속으로 연모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런데 그녀는 나와는 달리 고개를 숙이지도 않고 길도 바꾸지 않고─그 길은 외길이었지만─얼굴을 반듯이 들고 당당하게 걸었다. 나에게는 신비로움에 쌓인, 다시는 보지 못할 여자로 맘속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대학교에 들어가자 당시 나와 사귀던 여대생의 절친으로, 그녀와 이대 입구 다방에서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163쪽)
다음 날 첫 교시 예비 벨이 울리자 간밤에 계획한 각자의 행동 지침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우리 반의 교단에 올라가 반원들에게 시위의 취지를 알리고 교문 앞으로 집합하도록 선동했다. 출입문 앞에서 담임 선생님이 제지하는 것을 밀치고 나갔다. 3학년 각 반을 다니며 술렁거리는 학우들에게 시위에 참가하라고 재촉을 했다. 그러던 도중 옆 반 담임 선생님에게 뺨을 얻어맞았다. 나는 선생님에게 시위의 정당성에 대해 말하고, 계속 학우들을 독려하며 교문 쪽으로 달려갔다. 교문 앞에는 수백 명의 학우들이 모여 있었고 주동자 중의 한 명이 높은 조경석 위에서 시위의 취지를 말하며 시위를 독려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진출하려고 보니까 경비 아저씨들이 교문을 잠궈 놓았다. 그때 누군가 “문을 부수자!”라고 고함을 질렀다.
(207쪽)
머리말
유년기
1 최초의 기억
2 가족 관계
3 친척들
4 어릴 때의 환경
5 우리 집, 우리 동네
6 골목 친구들
7 장철이
8 골목 아이들과의 놀이
9 구경
10 연극 놀이
11 문화시설
12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13 할머니의 고향
14 기태의 죽음
15 보수천
16 충견
17 유치원 생활
소년기
1 할아버지의 죽음
2 국민학교 생활
3 식생활
4 잊지 못할 음식
5 물자 부족 시대
6 독서
7 운동회
8 스포츠
9 병아리
10 거짓말
11 세뱃돈와 우표 수집
12 소풍과 수학여행
13 중입 고사
14 국민학교 교문을 나서며
성장기 Ⅰ
1 중학생이 되다
2 과외 수업
3 성격의 변화
4 식목 행사
5 식모
6 이사
7 행사
8 성적 관리
성장기 Ⅱ
1 반장을 다시 맡다
2 입주 생활
3 여행
4 학급지 『넝쿨』
5 교우 관계
6 데미안을 만나다
7 맹장 수술
8 수상한 사람
9 이성 관계
10 비밀 약속
11 앙가주망
12 기억에 남는 선생님들
13 대입 고사
14 알을 깨다
에필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