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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1075412 / 134쪽 127 x 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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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사는 것이 억울해서 시를 썼다” 따뜻한 에세이로 젊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조병준 시인이 첫 시집을 냈다. 15년 전인 1992년 《세계의 문학》에 〈평화의 잠〉 등의 시로 등단한 이래 거의? 발표를 하지 않고 묵묵히 시를 써온 그는 이번 시집에 등단 이후부터 최근까지 쓴 시 가운데 72편을 선별하여 묶었다. “엄마가 걸레질하고 밥하며 부르던 노래 같은 시를 쓰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시집에 실린 시들은 하나같이 편안하고 따뜻하면서도 오래 우려낸 듯 깊은 맛이 느껴진다. “등단만 해놓고 15년이 지나도록 발... “사는 것이 억울해서 시를 썼다” 따뜻한 에세이로 젊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조병준 시인이 첫 시집을 냈다. 15년 전인 1992년 《세계의 문학》에 〈평화의 잠〉 등의 시로 등단한 이래 거의 발표를 하지 않고 묵묵히 시를 써온 그는 이번 시집에 등단 이후부터 최근까지 쓴 시 가운데 72편을 선별하여 묶었다. “엄마가 걸레질하고 밥하며 부르던 노래 같은 시를 쓰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시집에 실린 시들은 하나같이 편안하고 따뜻하면서도 오래 우려낸 듯 깊은 맛이 느껴진다. “등단만 해놓고 15년이 지나도록 발표는 거의 없었죠. 사실은 밥벌이 글 쓰느라고 시에 매달리지도 못했어요. 그렇게 시와 격리되어 살면서도 악착같이 ‘시인’이라는 타이틀을 갖다 붙였어요. 억지 부린 거죠.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시는 내 글이 시작된 근원이니까요.” 이렇듯 시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면서도 번역을 하고, 에세이를 쓰고, 여행을 하고, 자원 봉사를 하는 등 오랜 외도(?)를 하며 살아온 그는 첫 시집을 출간하게 된 심정을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의 만다라”라는 말로, 또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사랑”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등단 무렵 누가 왜 시를 쓰느냐고 묻는 말에, “사는 게 억울해서” 쓴다고 했다는 그는, “억울한데, 억울하니까, 뭔가 세상에 대해 궁시렁궁시렁이라도 해야 살 수 있는데, 생각해 보니, 그 궁시렁궁시렁이 시가 되었나봐요.…… 시가 없었다면 인생, 아마 지금보다 열 배쯤은 억울했을 거예요”라고, 그러니 “시는 내 마음이 또는 영혼이 배고팠을 때 서리해 먹은 날콩이었다”고, 시가 자신에게 어떤 것인지를 아프게 고백한다. 그의 시는 다른 누군가에게 말을 걸거나 무언가를 들려주려 하기보다는 먼저 자신과의 소통을 처절하리만큼 시도한다. 그는 시에 대해 “숨어서 혼자 통곡할 수 있는, 그러다 지쳐서 잠드는, 그런 골방, 적어도 나를 내치지 않는, 배신하지 않는, 그런 숨겨진 방, 성스러운 방”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제아무리 개인적인 슬픔이라고 해도, 그 슬픔의 원형은 아주 보편적일 거라는 믿음”은 그로 하여금 시를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힘이 되어준다. 이런 믿음이 있기에 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언어들을 가지고도 세상과 인생을 따뜻한 시선 속에 아름답게, 또 깊은 울림을 담아 표현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지상의 사랑 하나 찾아 떠돌며 쓴 시들” 이번 시집에 실린 작품들의 공통된 주제는 한마디로 ‘사랑’이다. 가버린 사랑이기도 하고, 아직 오지 않은 사랑이기도 하고, 늘 곁에 있었지만 주의 깊게 보지 않아 느끼지 못했던 사랑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서 가족, 친구, 애인, 혹은 영원의 존재 등 그가 몸으로 마음으로 만났거나 만나고 있는 모든 이가 그가 노래하는 사랑의 대상이다. 생명에 적대적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선택한 삶의 방식이 ‘사랑’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게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겠냐고. 어쩌면 그의 삶 자체가 사랑 노래이기도 하다. 그래서인가, 그는 사랑밖엔 모른다고, 남자 심수봉이냐고 놀림을 받기도 한다. 글을 써서 생계를 꾸리는 한편으로 틈만 나면 여행을 하고 자원 봉사 활동을 하는 그를 떠미는 바람도 어쩌면 바로 그 사랑일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랑이야말로 슬픔의 원형, 세상과의 단절을 낳는 동시에 소통을 꿈꾸게 하는 유일한 통로일 것이다. “나는 그저 걷고 있었을 뿐이다/ 내 눈먼 발치로 내 오지랖 넓은 눈이/ 포르르 기어 내려간 건 내 잘못이 아니다/ 당신이 내 발치에서 스르르 기어가던 것이/ 당신 잘못이 아니듯이// 당신이 그것을/ 서러운 예정이라 부르든/ 징그러운 윤회라 부르든/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당신, 잊었겠지/ 이 징그럽게 긴 세월,/ 내 눈먼 발이 몇 억의 당신에게로 걸어갔는지/ 이 서럽게 둥근 세상,/ 내 밝은 눈이 몇 억 바퀴를 돌았는지,/ 잊었겠지,/ 잊었으니 또 그렇게 기어왔던 거겠지”(〈사랑, 기어온다〉중) 그는 사랑만이 삶을 가능케 한다고 믿지만, 그 사랑에 집착하지 않고 몸을 통해 흐르도록 함으로써 사랑을 관조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사랑이라는, 그 숙명과도 같은 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바로 그것이 그를 끊임없이 떠돌게 한다. 완성할 수 없는, 지상에서의 사랑 하나를 찾아서. 그런 그를 곽재구 시인은 “우리 문단에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시인”이라고 부른다. “불혹을 넘긴 나이임에도 그는 세상의 이곳저곳을 제 집처럼 드나든다. 스스로를 일컬어 ‘나는 세상을 떠도는 집’이라고 얘기한다. 존재 자체가 그에게는 집인 것이다.…… 지상에 떠도는 햇살이나 빗방울 하나에도 십자가를 인식하는 섬세하고 따스한 감성의 소유자로서 그의 방랑은 자신이 그토록 발끝을 적시고 싶었던 세상의 삶에 대한 열망의 반어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의 여행 산문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그의 늦은 첫 시집을 천천히 읽으며 그가 혹독하게 다가가고 싶었던 지상의 사랑 하나에 대해서 생각을 적셔도 좋을 것이다.”(곽재구 시인의 추천사 중)
달도 없는 밤에
당신이 온다길래
어쩌면 올지도 모른다길래
새벽이면 올 것 같아서
풀 베러 일어났지
당신이 올라올 먼 산길
길 잃어버려
새벽에도 오지 못할까봐
한밤부터 풀 베고 있었지
내 집 모퉁이 도는 길
풀들, 나란히 누우며
편히 자겠다고 인사할 때,
겨우 고만큼밖에 못 베었는데
당신, 벌써 왔지
꿈처럼 비 오는데
풀들 밤새 잘 자라고 비 오는데
아득히 먼 발치에 당신, 누워서
내게 말했지
달도 없는 밤에 웬 낫질이었느냐고
낙타 한 마리
- 사는 게 왜 이렇게 지겹지?
애인은 말했다
"왜 그렇게 자존심을 못 죽여요?"
- 사는 게 사막이야
두 번째 애인이 타일렀다
"당신만 그런 거 아니래두요"
- 사는 게 왜 맨날 똑같지?
세 번째 애인
"왜 맨날 똑같은 애기만 해?"
떠났다
꿈속에서만 연애하자고 결심했더니
꿈속에처럼.
몇 번째인지 이제 셀 수 없는 애인
내게 노래했다
"낙타를 한 마리 사세요
주눅 들지 말구요."
낙타를 타고 애인 떠났다
딸랑딸랑 모래들이 노래하는 곳으로
목차
1.
평화의 잠
네 앞에 서면
달도 없는 밤에
나는 천사를 믿지 않지만
강물
검은 숲
봄날은 간다
유리걸식流離乞食
복권
머나먼 집
신도림에서의 담배 한 대
슬픈 여인숙
희생
밤과 나무
생명의 양식
사랑, 기어온다
레스터 스퀘어
낙타 한 마리
2.
성자를 찾아서
필릴리 필릴리 필릴리이
정원사
세상은 날 보고
바람은 나의 어머니
탁발
가볍고 낭만적으로
고기 잡는 아버지
새우처럼
고마워요
대칭 또는 오만
위로
물들다
한심한 청춘아
티눈
하이드 파크Hyde park
슬픔이
내게 강 같은
나무들의 산책
3.
숲으로의 여행
돌이 나무에게, 나무가 돌에게
너무 빨리 크는 나무
물방울 십자가
물에 대한 추억
마심이 언니
우리 이모, 부잣집에 태어나러 가네
경험 많은 기사
여행가旅行家
광장들
가시
피어라 개망초
거울
진공
그의 살색은 연한 밀크초콜릿 색이었다
물이 되어 흐른 사내
먼 송내松內 1991
4.
떠나는 어린 나무
내 일생의 동화
그리운 나라에서는
지팡이 아버지
고개넘이 아리랑
밥과 꿈
1호선 아버지
아들의 머리, 5월
가랑비, 이슬비
호박 아리랑
사물의 꿈
봄비
안개마을 사람들
어머니, 삼층에서
엄마는 내게 담배를 끊으라고
미아보호소
망태
겨울가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