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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와 굴

시리즈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17]

배수연 저 | 현대문학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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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885751 / 96쪽 104 x 182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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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출판사 리뷰

문학을 잇고 문학을 조명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현대문학의 대표 한국 문학 시리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서른네 번째 시집 배수연의 『쥐와 굴』을 출간한다. 2018년 시리즈 론칭 후 지금까지 총 서른세 권의 시인선을 내놓은 핀 시리즈는 그간 6개월마다 여섯 권을 동시에 출간하던 방식을 바꿔 격월로 한 권씩 발간하고 있다. 발랄한 감수성과 진지한 존재론적 고민이 빚어낸 솔직하고 경쾌한 언어들 서른네 번째 핀 시리즈의 주인공은 2013년 『시인수첩』으로 등단해 개성적인 화법과 유쾌하고 발랄한 감수성으로 주목받으며, 한국 시단의 젊은 감각을 보여주는 배수연 시인이다. 이번 시집은 ‘쥐’라는 다소 독특한 시적 화자를 통해 신이라는 절대적 존재 앞에서 더없이 작고 불경한 인간들이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경험하며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발랄한 감각과 경쾌한 언어로 그려낸 신작시 23편과 에세이로 묶었다.

저자 소개

1984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와 철학을 전공했다. 
2013년 《시인수첩》으로 등단했다.

책 속에서

이윽고 같은 곳에서 만날 수 있다면
우리가 천사가 될 수 있다면

굴은 그런 곳을 허락할까

무릎과 발목, 심장이나 얼굴이
굴처럼 생긴

쥐는 차갑고
쥐는 레몬과도 어울리는
그런 영혼을 생각한다
―「쥐와 굴」 부분


꿈에서 쥐는 공모전을 거절했다
대단한 일이다
도시에선 끝없이 공모전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용기를 자랑하기 위한 포트럭 파티
흔한 일이다 하나같이 닮은 쥐들 사이에서
흔한 일이다 하나같이 쓸쓸하다는 것
―「쥐와 도시」 부분

새벽에 온 택배 박스엔 사무용지만큼 하얀 달걀이 있다
빨대를 꽂아 마시며
닭이 이걸 낳았다는 게 정말인가 닭고기가 되기도 바쁠 텐데
도시는 시원하고 도시는 아프고 도시는 간지럽고
도시는 죽는다 도시는 태어난다
―「쥐와 도시」 부분


나는 오래도록
손수건처럼 생긴 유령은
생의 오물을 닦으러 온 줄 알았지
―「쥐와 창」 부분


모두가 제단에 올랐고 빛이 있었고

세상은 충분히 검지도 희지도 않아서 누구도
완벽히 슬프지 않습니다
―「여행자」 부분


회전이란
묶이지도 풀리지도 않으려는 습관
휘휘 수저를 저으면 돌아가는
열두 달의 입술
―「마우스피스」 부분


쥐가 되었다 방 안에서 혼자
그러기도 한다지만
바퀴벌레보다는 그나마
젖도 있고
급경사의
어깨도 있다 하지만
주둥이의 수염 여섯 개는 꺾인 다리같다 쩌억 입
천장이 보이도록 벌리면
뒤집어진 벌레처럼
어머니 어머니 그만하세요
아버지 아버지 차라리 우세요
자주 하던 것 말고 잘하는 것 좀 해보세요
잘하는 것 말고 안 해본 것 좀 해보세요
―「쥐와 방」 부분

사랑해 이제는 다 괜찮을 거야
머리맡의 가족들이 속삭여주면
떠나는 이가 달력 어딘가에 동그라미 되는 것
남은 이들만이 기침에게 옷소매를 보이는 것
―「마킹」 부분

두려움과 슬픔에 사로잡힐 때마다 어두운 성전을 찾아간다. 침묵 속에 불을 밝힌 감실과 스테인드글라스의 색 그림자, 상상 속에 울려 퍼지는 오르간 소리. 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회칙인 ‘진리Truth 안의 사랑’의 앞뒤를 바꿔본다. 사랑 안의 진리. 나는 시를 쓰듯 기도의 언어를 찾는다. 어둠을 본다. 빛을 본다. 나는 미래의 내가 해주는 말처럼 어떤 말들을 중얼거린다. ―에세이 「성전에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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