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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의 언덕

문보영 저 | 알마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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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9923326 / 208쪽 130 x 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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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사랑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문득 삶이 불편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문보영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삶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 불편함은 우울로부터 야기되거나, 상실로부터 시작되거나, 혹은 불면의 밤이나 결핍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불편함은 마치 손톱 밑에 박혀 빠지지 않는 가시처럼 시시때때로 찾아와 일상의 평화를 깨뜨리며 절망에 빠지도록 만든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을 이 불편함은 때에 따라 그 크기를 키우며 어느 순간 삶을 집어삼킬 만큼 우리의 일상을 점령하기도 한다. 문보영의 소설에는 이 불편함을 어떻게 떨쳐 내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각 소설의 등장인물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삶이 주는 불편과 싸운다. 누군가는 친구와의 우정을 통해서, 누군가는 사랑을 통해서, 다른 누군가는 나의 자존을 갉아먹는 사람과의 이별을 통해서, 불편함에 무너지지 않는 내성을 키우는 것이다. 문보영의 소설에서 이 작업은 일종의 자기 구제와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진다. 누군가와 친구가 되거나,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누군가를 밀어내거나 하는 모든 행위는 결국 스스로의 주체성을 회복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삶의 불편함에 잡아먹히지 않고 그 안에서 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나’를 지키기 위해 단단한 벽을 쌓는 것. 문보영의 소설이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벽을 쌓아올리기 위해 처음 벽돌을 들어 올리는 순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장의 책을 영원히 읽을 수도 있다.” <책말이> 연작은 가까운 친구를 잃은 주인공의 치앙마이 여행기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친구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과 그를 향한 애도는 책을 분해해 두루마리처럼 나눠 읽는 독특한 습관과 절묘하게 맞물린다. <책말이> 연작이 특별한 이유는 문보영의 유머와 재기발랄함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동시에 이것이 일종의 문보영식으로 풀어 쓴 ‘애도 일기’로서 감출 수 없는 상실과 슬픔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치앙마이에서 지내는 ‘현재’의 화자는 미리 책을 나눠 소분해 둔 책 두루마리를 읽으며 낯선 곳에서의 시간을 즐긴다. “‘I Love A’는 〈나는 A에 살지 않아〉라는 의미이고 〈나에게는 A가 없다〉는 뜻이며 〈나는 A를 가져본 적이 없으며, 있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무엇이다〉라는 뜻이다”라는 생활 밀착형 사유에는 유머와 재치가 넘쳐흐른다. 그러나 이 여행의 정체는 평범한 휴가가 아닌 친구의 죽음을 견디지 못하고 외면하기 위해 떠났던 도피 생활이었다. 분해한 책을 읽으며 현실을 잊는 화자는 시시때때로 친구의 죽음이라는 그림자에 집어 삼켜진다. 화자는 마치 “한 장의 책을 영원히 읽을 수도 있”는 것처럼 과거의 기억을 복기하며 친구를 그리워한다. 한 권이 아닌 낱장으로 조각난 책은 마치 회전문처럼 앞뒤를 뒤집어 가며 뱅뱅 맴도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책말이> 연작에는 과잉된 슬픔이 넘쳐흐르지 않는다. 예상치 못하는 타이밍에 허를 찌르듯 튀어나오는 농담이 죽음을 중화하여 삶에 빛을 비춘다. 문보영의 특기이자 자랑인 산뜻하고 씁쓰레한 맛의 문장은 한번 중독되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저자 소개

시인. 매니큐어가 마를 때까지 잘 기다리지 못하는 인간이다. 1992년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에선 모자 위에 납작한 돌을 얹고 다녔다. 2016년 《중앙일보》로 등단했다. 2017년 시집 《책기둥》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고 상금으로 친구와 피자를 사먹었다. 일상을 사는 법을 연습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 ‘어느 시인의 브이로그’를 시작했으며, 시와 소설, 일기를 일반 우편으로 배송하는 1인 문예지 ‘오만가지 문보영’을 발행한다. 시보다 피자를 좋아하고, 피자보다 일기를 좋아하며, 일기보다 친구를 더 사랑한다.

책 속에서

P. 11~12 그녀는 언젠가 병이 말끔히 나아서 현관이 아닌 공간에서 살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다 여자는 현관이라는 게 왜 있는지, 무슨 쓸모가 있으며 누가 발명했는지 궁금했다. 안과 밖을 경계 없이 바짝 붙여 놓으면 처음 만난 햄스터들처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한 몸이 되어 서로를 물어뜯고 죽일 것이다. 밖에서 시간을 보낸 사람이 갑자기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한 종류의 변화인데, 자던 인간이 벌떡 일어나면 갑자기 쓰러져 뇌출혈로 사망할 수도 있듯 변화란 늘 천천히 일어날수록 좋을 것이었다. 현관은 충격 완화라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여자는 생각했다. 그것은 일종의 과도기형 구조물이라고.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건너가도록 돕는 다리처럼 과정이라는 기능을 담당하는 구조물 같은 거라고. 여자가 보기에 밖에서 안으로 혹은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행위는 삶과 사후 세계를 드나드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어찌해서 인간들은 죽고 살기를 매일같이 반복할 수 있는지, 심하면 그것을 즐기기까지 하고 나아가 그 과정에서 삶의 활력을 되찾는지 그녀는 궁금했다. 그것을 돕는 것이 바로 현관의 일인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삶을 유지하는 비법은 현관에 있다고 여자는 생각했다. ‘현관은 집의 급소이자 보물이다. 현관을 잘 관리하면 정신병도 낫는다.’ 그래서 여자는 꿈꿨다. 현관을 다리 모양으로 만드는 꿈을.
_<현관에 사는 사람> 


P. 20 나는 책을 상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의 낱장과 대화하는 사람이에요. 책을 찢으면 책의 생김새가 다 똑같아서 이 책과 저 책이 구분되지 않습니다. 나는 이것과 저것을 구별하지 않음에 서서히 중독됩니다.
_<책말이 1>


P. 36 여덟 제자들이 시인에게 의자를 대주고 있다. 그녀는 의자에 오른다. 조각을 향해 손을 뻗는다. 실패한다. 또 다른 의자. 오른다. 손을 뻗는다. 닿지 않는다. 다른 의자. 뻗는다. 실패한다. 시인은 고개를 젓는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아니라고. 그녀는 이제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다. 아니라고, 이게 아니라고. 모든 게 아니었다고. 창밖은 어둡다. 그러나 서리가 껴서 약간 밝아 보인다. 시인은 혼이 빠진 채 다시 다족류처럼 돌아다닌다. 몽모헝 씨는 식탁을 쾅, 하고 내리쳤다. 그리고 외친다. “사세요, 사세요, 사세요, 사세요. 살아가세요, 그것 없이.” 나머지 일곱 제자는 고개를 숙이며 손에 들린 의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누군가에게 살라고 외치는 몽모헝 씨를 바라보면서. 그러나 살라는 애원을 자기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향해 하고 있다는 점은 몽모헝 씨의 입장에서 발전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_<다족류> 


P. 38 책이 저절로 열리는 순간은 고무줄이 끊어질 때나 마스킹 테이프의 접착력이 다할 때다. 책은 ‘팍!’ 하고 열린다. 말려 있던 탓에 완벽하게 펴지지 못하는 그것은 원통의 문이기도 하다. 귀여운 회전문. 회전문의 좋은 점은 들어가는 척하면서 들어가지 않을 수 있고 나가는 척하면서 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원하면 그 안에 영원히 갇힐 수도 있다.
_<책말이 2> 

 

목차

현관에 사는 사람
책말이 1 ? 표지 버리기
다족류
책말이 2 ? 반대로 말기
하품의 언덕
책말이 3 ? 거꾸로 읽기
킴볼트 시리 간미영의 일생
책말이 4 ? 결합 풀기
쫄지 않는 나의 세상
책말이 5 - 사라지기
비변화
책말이 6 ? 영원히 읽기
비가 셀까? 포옹이 셀까?
책말이 7 ? 떠나기
비사랑꿈
책말이 8 ? 기억 버리기

해설: 그런데 한 장의 책을 영원히 읽을 수도 있다_금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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