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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자의 딸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저 | 구유 역 | 은행나무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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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1071580 / 332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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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죽을 수 있었다. 총상, 납치, 강도. 몇 시간이고 지속되는 정전에 이어 해가 지면, 영원한 어둠이 찾아왔다._28쪽 그들은 나무를 베듯 우리를 잘라냈다. 개처럼 우리를 죽였다._91쪽 집을 빼앗긴 아델라이다는 우연히 ‘스페인 여자의 딸’이라고 불리던 옆집 여자의 집에 들어가게 되고, 그녀가 죽어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책상에 놓인 스페인 국적의 여권을 발견한다. 주의를 끌지 않고 아우로라 페랄타의 시신을 처리해야 했다. 그녀의 집을 피난처로 삼으려면, 그 어떤 실수도 용납해서는 안 되었다._140쪽 모든 걸 잃을 수 있다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당신이 다른 사람이 되기만 한다면 아델라이다에게는 달리 선택권이 없다. 살고 싶다면 지금 앞에 놓인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절대적 빈곤과 국가적 폭력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어딜 가든 죽음의 위협이 따라다니기에, 아델라이다 팔콘은 이제 ‘스페인 여자의 딸’ 아우로라 페랄타가 되어야만 한다. 아우로라 페랄타의 죽음이 내 앞길에 마련해준 으뜸 패로 무언가 해야 했다. 어쩌면, 안 될 건 없으니까, 내가 아우로라 페랄타가 되어볼 수도 있었다. 시도는 해볼 만했다. 어둠에 싸인 그 방에서, 나는 결정을 내렸다. 후퇴는 없었다._233쪽 아델라이다는 할 수 있는 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저주의 땅이 되어버린 이곳을 탈출하기로 결심하고, 비행기 표를 구입하고 가짜 서류를 발급받는 등 떠날 준비를 마친 뒤, 어머니의 묘 앞에서 결코 뒤돌아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뒤를 돌아보면 내가 빠져나가야 할 땅에 가라앉고 말 테니까요. 나무들도 가끔은 장소를 옮겨 심잖아요. 여기서 우리의 나무는 더 버티지 못해요. 그리고 나는, 엄마, 나는 장작더미에 던져지는 병든 나무둥치처럼 불타고 싶지 않아요._267~268쪽 과연 아델라이다는 무사히 탈출하여 새로운 인생을 맞이할 수 있을까? 공항까지 무사히 이동할 수 있을까? 공항 경찰에게 가짜 신분이 들통 난다면? 소설은 베네수엘라의 정치적·사회적 참상을 상세하게 다루면서도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그로 인해 망가진 시민들의 일상을 충격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살아남기 위해 인간은 어떤 행동까지 취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하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도록 한다. 작가 역시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베네수엘라를 떠나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자전적 소설인지 여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이 소설을 통해 실제와 허구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정치적인 문제를 소설적으로 생생히 전달하는 데 성공하기 때문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저자 :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1982년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태어났다. 문화면에 기고하는 기자로 일하면서 글을 쓴다. 저널리즘 저서 《카라카스 힙합》 《교통과 과이레강. 국가와 지식인들》을 출간했으며, 블로그 ‘Cronicas Barbituricas’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 〈포브스〉에서 가장 창의적인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1980년대 중반 유가 폭락으로 인한 경제 공황 이후 현재 베네수엘라의 참상을 충격적으로 그려낸 《스페인 여자의 딸》은 작가의 첫 소설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루멘 출판사와 계약 직후 22개국으로 판권이 팔릴 만큼 스페인어권 문학 사상 전례 없는 주목을 받았다. 〈마담 피가로〉 선정 그랑프리드레로인상과 국제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스톡홀름 문화의 집 문학상, 리베라토르상, 더블린 문학상 후보로 선정됐다. NPR과 〈타임〉의 올해 최고의 책 중 하나로 꼽힌 이 소설은 현재 전 세계 26개국 언어로 번역 중이며,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역자 : 구유
199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에서 스페인어통번역학과 프랑스학을, 스페인에서 영어-스페인어 문학 번역을 공부했다. 스페인과 한국을 오가며 살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후아나 비뇨치의 《세상의 법, 당신의 법》, 다비드 카사사스의 《무조건 기본소득》이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구유

199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에서 스페인어통번역학과 프랑스학을, 스페인에서 영어-스페인어 문학 번역을 공부했다. 스페인과 한국을 오가며 살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후아나 비뇨치의 《세상의 법, 당신의 법》, 다비드 카사사스의 《무조건 기본소득》이 있다.


책 속에서

필요했던 모든 것, 그러니까 사람들, 장소들, 친구들, 기억, 음식, 고요, 평화, 온전한 정신이 모조리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한 이들의 절망과 같은 기세로 체념이 들이닥쳤다. ‘잃다’라는 동사는 동등하게 만드는 동사, 곧 혁명의 아이들이 우리에게 휘두르는 동사가 되어버렸다._13쪽

당시에는 아무도 지폐를 원하지 않았다. 지폐는 가치 없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다. 뭐든 사려면 큰 돈다발이 필요했다. (…) 기름 한 병을 사려면 1백 볼리바르짜리 지폐로 탑 두 채를, 가끔 치즈 한 덩이라도 사려면 세 채를 쌓아 올려야 했다. 가치 없는 마천루, 그게 국가 화폐였다._26쪽

베네수엘라는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변화를 겪었다. 관으로 탑을 쌓아 밧줄로 묶은 채 운송하는 이사 트럭이 보이기 시작했고, 때로는 묶이지도 않은 채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원 미상의 시신들이 비닐에 싸여 라페스테로 던져졌다. 살해당한 수백 명의 희생자가 암매장되는 곳이었다. 그것이 바로 혁명의 아버지들이 권력을 잡으려는 첫 시도였다. 동시에 내가 기억하는 사회 불안과 붕괴의 첫 정의이기도 했다._54쪽

혁명의 아이들은 원하는 바를 충분히 이루었다. 그들은 선 하나를 그어 우리를 둘로 갈라놓았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떠나는 자와 남는 자. 믿을 만한 자와 의심스러운 자. 비난을 야기함으로써 그들은 이미 분열이 팽배하던 사회에 또 다른 분열을 더했다._66쪽

아무도 나를 돌보지 않을 테고, 나 역시 아무도 돌보지 않을 터였다. 사태가 악화된다면, 다른 이의 권리를 짓밟아서라도 내가 살 권리를 지키리라. 나냐 남이냐의 문제다. 최후의 일격으로 고통 없이 나를 끝장내줄 만큼 인정 넘치는 사람은 그 나라에서 이제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도 내 눈을 가려주거나 입에 마지막 담배를 물려주지 않으리라. 내 생명이 다하는 날 아무도 나를 위해 울어주지 않으리라._70쪽

일상은 삶보다는 전시 상황을 방불케 했다. 솜, 거즈, 약품, 더러운 침대, 뭉툭한 메스, 화장지. 먹거나 치료하거나, 그게 전부였다. 내 뒤로 줄 선 사람, 나보다 더 가진 사람은 언제나 잠재적인 적이었다. 산 사람들은 남은 음식을 차지하겠다고 물고 뜯고 싸웠다. 출구가 없던 그 도시에서, 우리는 죽을 자리를 두고 싸웠다._89쪽

내 얼굴은 이제 내가 속하지 않은 영토와 연령에, 타인의 것이기에 상상할 수 없는 기쁨과 불행의 역사에 속해 있었다. 나는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삶, 아우로라 페랄타의 인생에 당장 뛰어들어야 했다._247쪽

이제 상황이 변했어요. 이제 모든 게 넘쳐흘러요. 더러움, 두려움, 화약, 죽음, 배고픔이._264쪽

압수당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여자들과 노인들, 위협하기 쉬운 조건을 갖춘 목표물이었다. (…) 그들은 이리저리 뒤지고 다니면서 우리의 가장 아픈 곳을 찔러댔다. 우리를 시민이라고 부르면서, 범죄자처럼 취급했다._291쪽


목차

스페인 여자의 딸 11

감사의 말 320
옮긴이의 말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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