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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환승』은 읽으면 마치 잠자리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요구하는 아이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레이첼 커스크의 작품 가운데 가장 훌륭하고 페미니스트적인 작품이다.” 미국_엘르
레이첼 커스크의 ‘윤곽 3부작’ 제2권 <환승>은 한 삶에서 다른 삶으로의 전환에 대한 이야기다. 남편과 이혼한 화자는 두 아들과 함께 런던으로 이사해 정착하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점차 어그러진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허름한 집을 구입한 그는 집을 수리하는 동안 두 아들을 전남편에게 보낸다. 후회할 거라며 집 계약을 말리는 부동산업자와 거액의 수리비용을 요청하지만 집을 잘 수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계약업체, 도시를 벗어나 작은 마을로 이사하는 것을 추궁하는 친구들과 대화하며 그의 삶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혼자가 된 그는 지금껏 자신이 회피했던 삶에 맞서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한다. 레이첼 커스크는 어린 시절과 운명, 고통의 가치, 개인적 책임의 도덕적 문제와 변화의 신비를 꿰뚫어보며 우리를 다시 한번 감동적인 성찰로 이끈다.
출판사 리뷰
“저는 앞으로는 자서전만이 유일한 예술형식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묘사나 인물 같은 것들은 예술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미 죽어버렸거나 죽어가고 있습니다.” - 레이첼 커스크, 『가디언』지 인터뷰 중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창조한 레이첼 커스크 삶이 어긋나는 순간은 때때로 특정한 사건과 시간, 공간과 일치하지 않는다. 레이첼 커스크는 화자의 이러한 생각은 런던 외곽에 사는 사촌 로렌스를 만났을 때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몇 년 전 두 아들과 집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남편은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고 아이들은 아빠가 언제 오느냐고 묻다가 평소처럼 싸우기 시작했다. 그는 그 집을 떠나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 순간 첫째가 둘째의 머리를 잡고 조리대에 세게 찧어 둘째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첫째는 도망치듯 주방을 뛰쳐나갔다. 그 충격적인 광경은 그가 이전부터 알고 있던 무언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일 같았고 그는 그때 결혼 생활의 파국을 직감했다. 나는 거기, 그 집에 있고 싶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 어둠 속의 벌판을 가로지르고 싶었고, 흥분과 화려함이 있는 도심으로 가고 싶었고, 혹은 기다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납처럼 나를 짓누르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싶었다. 나는 자유롭고 싶었다. …남편이 집을 나간 건 그로부터 1년 후의 일이지만, 결혼이 파국을 맞이한 순간을 고르라면 그때일 거라고, 엘로이즈에게 말했다. 그 어두운 저녁의 주방, 남편은 집에 있지도 않았던 그때였다고._282~283쪽 소설의 첫 장면에서 화자는 온라인 점성술사에게 삶의 방향은 잃어버렸지만 이제 곧 아주 중요한 무언가가 그의 삶을 통과할 예정이라는 메일을 받는다. 그것은 스스로 어떤 모습이 되기를 바라는 것과 상관없이 우리의 모습은 우리를 대하는 다른 사람들의 태도에 따라 결정될 뿐임을 보여주는 예였다. 담백한 구조 속에 쌓아올린 자신만의 거대한 탑 특별한 사건도 독특한 문장도 없는 이 소설이 우리를 사로잡는 이유는 레이첼 커스크가 작품 안에서 조금씩 천천히 자신만의 거대한 탑을 쌓아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연성 없는 사건들이 모여 마지막 장에서 깊은 사유를 만들어낸다. 담백하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생각이 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레이첼 커스크는 너무 많은 상징과 복잡한 구조로 독자들을 억압하지 않는다. 이 소설에는 숨 막히는 서스펜스도 가슴을 조여 오는 거대한 갈등도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격한 감정을 느끼며 이 책을 읽는다. 특별한 사건 없이 잔잔하게 전개되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수히 많은 갈등과 서사가 우리의 삶을 통과해 우리가 다른 삶으로 환승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커스크는 모순에 맞서 다른 세계로 이행하라면서 글쓰기와 삶의 새로운 차원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작품 속에서 어떤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않는 화자의 자화상은 인생을 통과할수록 점점 더 풍성하고 뚜렷해진다. 제1권 『윤곽』에서 화자가 희미하고 흐릿한 윤곽에 불과했다면 제2권 『환승』에서 화자는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여성으로서 자신의 자아를 점차 확립하게 된다. 그가 창조한 견고하고 담백한 구조 속에는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녹아 있다. 건축업자는 집을 수리하다가 폴란드어로 된 책을 발견하고 반가워한다. 화자는 바르샤바에서 어린 아들과 단둘이 사는 여성이 자신의 책을 폴란드어로 번역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번역가와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글이 새로운 판본으로 창작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커스크에게 번역이란 또 다른 의미의 창작이고 집을 수리하는 것과 같다. 가끔은, 책 속의 특정 문장들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녀의 창작물이 나의 것을 넘어서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쓴 글을 그녀가 파괴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글이 내가 아니라 그녀를 통해 새로운 삶을 얻었다는 뜻이다. “번역 과정에서 그 글에 대한 소유권이─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내게서 그녀에게로 넘어간 거죠. 집처럼.”_219쪽 화자가 북콘서트에서 만난 동료 작가 줄리언은 많은 작가가 창고를 작업실로 사용하는데 그곳의 은밀함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줄리언은 자신을 미워하는 양아버지를 피해 창고로 도망쳤고 그 시절을 글로 쓰는 건 가슴에 꽂힌 칼을 뽑는 것처럼 “그때서야 이야기가 그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이야기를 통제하게 되었다”면서 “그에게 있어 언어는 하나의 무기였고, 최전방의 방어선이었다”고 말한다. 레이첼 커스크는 정확하고 빈틈없는 글쓰기로 삶에서 우리가 보지 못하거나 보려 하지 않는 것들을 낱낱이 파헤친다. 글쓰기에 관해 끊임없이 성찰하는 레이첼 커스크의 인물들은 삶의 위기를 통과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다. 제3권 『영광』에서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각자의 삶을 인내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레이첼 커스크의 작품을 기다리는 이유다.
나는 거기, 그 집에 있고 싶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 어둠 속의 벌판을 가로지르고 싶었고, 흥분과 화려함이 있는 도심으로 가고 싶었고, 혹은 기다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납처럼 나를 짓누르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싶었다. 나는 자유롭고 싶었다.
…남편이 집을 나간 건 그로부터 1년 후의 일이지만, 결혼이 파국을 맞이한 순간을 고르라면 그때일 거라고, 엘로이즈에게 말했다. 그 어두운 저녁의 주방, 남편은 집에 있지도 않았던 그때였다고._282~283쪽
가끔은, 책속의 특정 문장들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녀의 창작물이 나의 것을 넘어서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쓴 글을 그녀가 파괴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글이 내가 아니라 그녀를 통해 새로운 삶을 얻었다는 뜻이다.
“번역 과정에서 그 글에 대한 소유권이─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내게서 그녀에게로 넘어간 거죠. 집처럼.”_219쪽
본문
어긋난 계획과 위기를 통한 삶의 환승 - 옮긴이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