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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799472 / 424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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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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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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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지금까지 내가 한 번이라도 울었던 모든 장소를
지도로 그려 보면 어떤 모습일까”
어느 날 친구들과 한 번이라도 울었던 장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헤더 크리스털은 이를 기록으로 남기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눈물과 관련해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고, 배운 모든 것을 써 내려간다. 그는 개인적인 내밀한 이야기는 물론, 예술과 정치, 페미니즘, 인종, 문화 등을 넘나들며 눈물과 울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헤더 크리스털은 기나긴 눈물의 여정을 우정에서 시작한다. 극심한 고통을 겪을 때 함께 슬퍼해 준 친구. 시간이 지나며 서로의 관계가 소원해진 어느 날,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친구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은 그는,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머릿속으로 미안하다고 말한다.”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자살에 대해, 누군가를 자살로 잃는 일에 대해, 또는 그렇게 누군가를 잃을 것 같은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고백한다. “그를 다시 사랑할 수만 있다면, 더 잘 사랑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모성과 여성 문제도 비껴갈 수 없는 주제이다. 헤더 크리스털과 그의 남편은 매사추세츠주의 한 작가 협회에서 강연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한 살밖에 안 된 아기가 중이염을 심하게 앓자, 결국 남편 혼자 강연을 하러 떠나고 헤더 크리스털은 아기와 함께 집에 남는다. “작가로서 소중한 시간, 중요한 존재가 될 기회”를 잃고 눈물 흘리는 그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윽고 헤더 크리스털은 아이를 낳은 뒤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 작가 샬럿 퍼킨스 길먼을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면을 사랑하고 지지해 주는 남편이 있음에도, 사회적으로는 130년 전 사유 주방의 폐지를 주장한 길먼의 삶과 자신의 삶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나는 이 계보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고 싶지 않다. 나는 엄마들의 삶이 지난 130년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 딸의 미래가 두렵다. 나는 산산이 무너질까 봐 두렵다.”
저자는 개인적인 일뿐 아니라, 미국 사회에 영향을 미친 정치적인 사건도 놓치지 않는다. 1970년, 미국 오하이오주 켄트주립대에서는 참혹한 학살 사건이 일어났다. 주 방위군이 비무장 학생 시위대에 실탄을 발포한 이 사건으로 학생 4명이 목숨을 잃고, 9명이 부상을 당했다. 켄트주립대 학살 사건은 1970, 1980년대 독재에 맞서 싸웠던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을 생각나게 한다. “온몸으로 비통한 질문을 던지면서” 희생자의 시신 곁에 무릎을 꿇고 있는 열네 살 학생의 사진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인종차별 문제도 우리에게 슬픔을 주는 사건 가운데 하나다. 특히 헤더 크리스털은 “인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남자를 대상으로”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백인 여자의 눈물’, “백인성과 여성성이 교차하는 지점에 존재하는 눈물의 특수한 힘”을 다룬다. 그리고 1908년 어느 백인 대학원생이 “울음에 관한 최초의 심층적인 심리학 연구”를 하면서, 유색인에게 ‘유색인도 눈물을 흘리는지’에 대해 질문했음을 밝힌다.
눈물이라는 렌즈를 통해
‘나’의 삶을 들여다보다
눈물과 울음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더 크라잉 북』은 독자들에게 ‘정말 슬프지? 자, 이제 울어 봐.’라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대신 잠시 기억 저 너머에 가라앉아 있던 ‘나만의 울음 지도’를 꺼내 보게 된다. 내가 울었던 장소는 어디인지,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를 둘러싼 공기는 어떤 무게, 어떤 색깔을 지니고 있었는지, 그 기억 속으로 빠져든다. 『더 크라잉 북』이 찬란하게 빛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지성과 연민, 유머, 인내심”을 빌려 쓴 소중한 친구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에 헤더 크리스털은 끊임없이 울음을 그치는 기술을 익히려 애쓴다. 눈물이 멈추지 않을 때는 하나의 색깔을 골라, 방에서 그 색깔을 가진 모든 것을 찾아보기도 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닭 울음소리를 내 달라고 부탁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울음을 그치는 방법은 다른 데 있었다. 『더 크라잉 북』을 쓰는 동안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헤더 크리스털은 어느덧 글을 마무리하며 당분간 그만 울기로 한다. 그래야만 “가능성들을 다시 상상하는 능력”이 돌아올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헤더 크리스털은 고백한다. “내가 언제까지고 시(詩)를 쏟아 내며 살아갈 수 있다면 시는 내가 굴복하지 않게 지켜 줄 것”이라고 말이다.
슬픔과 기쁨, 삶과 죽음,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을 눈물이라는 렌즈로 바라보던 헤더 크리스털이 다시 미래를 향해 시선을 돌리는 열린 결말은 독자들에게 안도감을 준다. 그는 말한다. “우린 아마 우리가 울게 되는 진짜 이유는 알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이유도 없이 우는 사람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은 절대 그냥 울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만의 울음 지도를 펼치고, ‘나’의 눈물과 직접 마주해야 한다. 아픔의 이유를 되짚고, 가능성을 상상하는 능력을 찾아 미래를 향해 시선을 돌려야 한다. 눈물과 울음을 다루고 있지만, 『더 크라잉 북』이 독자들에게 큰 위안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느냐 마느냐는 때로 선택의 문제이고, 둘 중 어느 쪽이 나은지는 도저히 알 수 없다. 아니, 때로는 알 수도 있다. 혼자 있을 때나 누군가와 단둘이 있을 때는 울어도 좋다. 주위에 두 사람 이상 있을 때는 울었다가 기분이 더 나빠질 수도 있는데, 이는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성인의 울음에 관한 다국적 연구’에 나와 있다.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우는 사람에게 연민을 보인다. 앞서 말한 연구에서는 그러한 연민 반응의 하위 항목으로 “위로의 말, 위로의 팔, 공감”을 들었다. 이 중 위로의 팔은 혼자일 때도 느낄 수 있다. 두 팔로 스스로를 안아 주면 된다.
― 본문 16쪽
차는 은밀한 울음 공간이다. 어떤 사람이 차 근처에서 울고 있을 때는 나서서 도와줄 수 있다. 그러나 차에 들어가 울고 있다면, 그는 이미 도울 수 없는 사람이다. (…) 비가 올 때 차 안에서 울면 마치 앞 유리의 와이퍼가 얼굴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 위로의 말, 위로의 팔, 그리고 위로의 와이퍼.
― 본문 18~19쪽
눈물, 하고 운을 떼면 이 명사는 흐른다, 는 동사를 데려온다. 마치 빗물이, 하면 흐른다, 가 따라오듯. 오래되어 무심한 부부 사이를 닮은 주술 관계. 때로, 자주는 아니지만, 눈물은 적신다. 책의 종이를,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 본문 80쪽
진통이 올 때마다 토하느라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 날은 무통 주사가 선사한 멋진 마비 상태에서 아이스바를 빨며 보낸 뒤, 의사가 제왕절개를 해야겠다고 한다. 대량 출혈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아기와 함께 자궁도 들어내야 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나는 처절하고 메마른 침묵으로 침잠하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내 동생은 울기 시작한다. 동생이 왜 우는지 나는 이해한다. 어렵고, 어쩌면 슬픈 사건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에 우는 것이다. 내가 왜 안 우는지 나는 이해한다. 내가 그 사건이기 때문이다.
― 본문 115쪽
눈물을 멈출 수 없을 때, 또는 엄청 운 얼굴로 사람들을 만나야 할 때는 알레르기나 감기라고 거짓말하고 숨는 방법이 있다. 롤랑 바르트처럼 짙은 선글라스를 쓰는 방법도 있다. (…) 사람들이 나를 돕지 못하게 하려면 거짓말 뒤에 숨으면 된다. 그러면 내가 정확히 왜, 얼마나 도울 수 없는 상태인지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선글라스의 양쪽 렌즈에 작은 표지판을 걸어 두고 싶다. ‘고장 남.’
― 본문 173~174쪽
나의 상담사가 조심스럽게 병명을 진단한 뒤 더욱 조심스럽게 진단이라는 개념 자체에 의문을 표한다. 순환증. 완연한 조울증은 아니지만 그 근처라고. 더 경미하지만 만성이라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구글에 그 단어를 집어넣는다. “가벼운 종류의 조울증”이라고 한다. 한 웹사이트에는 순환증을 앓았을 수도 있는 사람 이름이 나열되어 있다. 버지니아 울프도 순환증이었을 수 있고 실비아 플라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저세상에서 환자 모임이 열린다면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 본문 184쪽
이번 선거에서 소위 전문가들은 그 벽이 은유일 뿐이며, 실제로 세워지진 않고 말로만, 이주를 제한하는 법률의 형태로만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그 벽이 실제로 세워질 것이라는 새로운 말이 나왔고, 그걸 구현하려면 길게 이어진 강과 산맥 등, 외국인 혐오의 수사가 실제로 구현되는 것을 방해하려는 거친 지형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시인들은 온라인에서 서로에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구를 떠올려 준다. “무언가 벽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 본문 311쪽
엄마는 본인의 엄마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날에 대해 이야기한다. 엄마는 할머니에게, 두 사람 사이에 더 풀어야 할 일은 없느냐고 물었다. (…) 할머니는 대답했다. “그래, 모든 게 잘되었단다.” 난 할머니를 믿는다. 더할 나위 없이 그를 믿는다. “우리는 어때?” 엄마가 묻는다. “우리 사이에 더 풀어야 할 일은 없어?” 엄마의 목소리가 변하는 것을, 눈물의 침범으로 거칠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럼.” 나는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을 뻗어 엄마의 두 손 위에 포갠다. “모든 게 잘되었어.” 나는 진심이다. 더할 나위 없이 진심이다.
― 본문 3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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