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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885713 / 192쪽 104 x 182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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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6]
출판사 리뷰
월간 『현대문학』이 펴내는 월간 <핀 소설>, 그 서른네 번째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선보이는 단행본들은 개별 작품임과 동시에 여섯 명이 ‘한 시리즈’로 큐레이션된 것이다. 현대문학은 이 시리즈의 진지함이 ‘핀’이라는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과 아이러니하게 결합되기를 바란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은 월간 『현대문학』이 매월 내놓는 월간 핀이기도 하다. 매월 25일 발간할 예정인 후속 편들은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작가들의 신작을 정해진 날짜에 만나볼 수 있게 기획되어 있다. 한국 출판 사상 최초로 도입되는 일종의 ‘샐러리북’ 개념이다.
001부터 006은 1971년에서 1973년 사이 출생하고, 1990년 후반부터 2000년 사이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의 든든한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렸고, 007부터 012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 출생하고, 2000년대 중후반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013부터 018은 지금의 한국 문학의 발전을 이끈 중추적인 역할을 한 1950년대 중후반부터 1960년대 사이 출생 작가,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려졌으며, 019부터 024까지는 새로운 한국 문학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패기 있는 1980년대생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진행되었다.
세대별로 진행되던 핀 소설은 025~030에 들어서서는 장르소설이라는 특징 아래 묶여 출간되었고, 031~036은 절정의 문학을 꽃피우고 있는 1970년대 중후반 출생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현대문학 × 아티스트 박민준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든 표지 작업과 함께 하나의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재구성된 독창적인 소설선, 즉 예술 선집이 되었다. 각 소설이 그 작품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그윽한 예술적 매혹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소설과 예술, 이 두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낸 영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 박민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동 대학원 회화과 졸업, 동경예술대학교 대학원 재료기법학과 연구생 과정 수료. 서울시립미술관, 갤러리현대 등 국내외 다수의 기관 및 장소에서 전시. 『라포르 서커스』를 집필한 소설가로서도 활동 중. 자신이 상상해낸 새로운 이야기에 신화적 이미지 혹은 역사적 일화를 얹음으로써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그러나 ‘완전히 낯설지만은 않은’ 독창적인 화면을 연출 중.
작가의 말
*
라스트
shoe last는 구두 골 또는 화형靴型이라고도 불린다.
**
고소리는 cobbler plier 또는 lasting pincer라고 하는데 일반 직선형 펜치가 아니라 가죽을 잡고 구부리기 쉽도록 집게의 모양이 새의 부리처럼 휘어진 물건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왜 고소리라고 불리는지 어원을 알아내지 못했고, 발음으로 보건대 일본어에서 변형된 게 아닐까 나름대로 추측만 한다. 아마도 우연이겠지만 ‘소리そり’는 칼과 같은 연장이 휘어진 모양이나 상태를 뜻한다.
***
요즘은 선인장, 버섯 균사체, 파인애플 잎사귀, 포도 찌꺼기 등을 이용한 친환경 가죽이 생산된다고 한다.
****
이 소설로 다만 한 조각의 아름다움이나마 전해졌다면 그것은 최정우 님의 해설과 편집부의 노고에 빚지고 있다.
2021 봄
* 탄생과 계약과 응징과 구원을 말하는 수많은 옛이야기의 패턴 가운데, 어느 인디언 부족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세상 창조를 마친 뒤 신은 사랑하는 인간들의 몸속에 ‘영원한 빛’이라는 걸 선물로 심어주었는데, 이후 인간들은 교만과 불순종으로 인해 세계인들에게 널리 익숙한 홍수 신화와 같은 루트를 타고 ‘영원한 빛’을 영원히 박탈당함으로써 그것이 죽음의 기원이 되었다는.
그 심판의 유래는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것일 뿐 안과 같은 존재들의 몫은 아니다.
-30~31쪽
* 이후 시인의 어머니, 노부인의 모습으로 나타난 여인을 본 뒤 안은 오래전 그녀를 보낸 자신의 선택이 더욱 옳았다고 여긴다. 점유할 수도 당겨 쓸 수도 없는 시간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사라지는 인간과 인연을 맺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은 없다고. 그럼에도 그 무의미를 선택한 미아에게 자신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이, 남아 있는 날들의 목표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110쪽
* “그래도 일단 갖고는 있으려고요. 생각해보면, 이제 아이가 없다고 해서 하던 작업을 중단한다는 게, 그건 좀 아닌 것 같았어요. 누구도 신지 않을 것,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 더는 쓸데없어진 것이라는 이유로, 아름답게 완성시키면 안 되나?”
-141쪽
* 안은 미아 앞에 올려둔 상자 뚜껑을 연다. 곧 얼굴을 수그려 갑피에 입술이라도 댈 것만 같은 미아의 복합적인 표정은, 형제들이 어떤 이유나 당위나 보상을 생각지 않고 지은 것으론 마지막이라고 볼 수 있는, 가난한 구두장이 부부가 잠든 곁 작업대 위의 구두를 떠올리는 듯하다. 유진과 같은 보통의 사람이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영역에 새겨진 감정이, 유한과 무한의 사이 그 어디엔가 자리한 존재의 오랜 허무가, 한 켤레의 구두에 담겨 있다.
-144쪽
* 안은 웬만해서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미아, 너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언젠가 네가 혼자가 되더라도 사실은 처음부터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우리에게는 찰나에 불과한 시간만을 머물렀다가 부서지고 사라질 세상의 모든 것을 붙들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뻗고야 마는 손을, 변함없이 바늘을 쥐는 손만큼이나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170쪽
* 유진의 손짓이 머무는 곳에, 발끝이 닿은 자리에 물방울처럼 튀어 오르는 작은 존재들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정말로 보이지 않는 걸까. 하나, 둘, 셋……. 마지막으로 목격한 지 오래되어 확신할 수 없으나 분명 인간의 지식으로 판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음악에 몸을 맡기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무대를 서성이고 있다. 그 존재들은 처음에는 어떤 회의도 불신도 반감도 갖지 않은 빛으로만 감지되었다가 파장의 움직임이 조금씩 선명해지면서 소리와 냄새로도 느껴지고, 어느 때는 한 폭의 움직이는 그림이었다가 타오르는 횃불이었다가 녹아내리는 눈송이였다가 하면서 속성을 자유로이 바꾸더니 다음 순간 리듬과 박자를 갖춘 음악이었다가 마침내는 영원히 낭독이 불가능한 언어로 이루어진 한 편의 시처럼 보인다.
-169-170쪽

바늘과 가죽의 시詩 009
작품해설 172
작가의 말 1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