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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356521 / 120쪽 110 x 175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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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제안들 [17]
반디앤루니스 리뷰
다와다 요코의 소설 『글자를 옮기는 사람』이 워크룸 문학 총서 ‘제안들’ 37권으로 출간되었다. 36권과 함께 출간된 이 책은 번역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2014년 번역 문학 총서로 시작된 ‘제안들’의 마지막 번호를 단 ‘끝의 시작’이다. 1권부터 현재 17권까지 출간된 ‘제안들’은 계속해서 순차로 출간되는 한편 37권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출간되기도 할 예정이다. 총서 권수에 특별한 의미는 없으며, 마지막으로 출간할 번호를 정하지 않았음을 밝혀 둔다.
출판사 리뷰
틈새의 이야기가 건네는 바통 '나'는 섬에 머물면서 여러 주민들을 만나는데, 그중 비현실적인 만남이 등장한다. 작가와 함께 걸으며 대화하는 장면은 번역이 곧 번역가와 작가가 마주하는 과정임을 상징한다. 한편 독자는 번역을 하는 '나'의 생각과 행동을 따라가면서 그 번역 작업 속에 머물게 된다. 주인공이 번역하는 작품은 독일 작가 안네 두덴이 그림 「성 게오르크 전설」을 보며 떠올린 8쪽 분량의 소설 『알파벳의 상처』다. 라틴어로 게오르기우스라고 알려진 게오르크는 자신이 양들에 이어 공주를 잡아먹으려 하는 용을 해치우면 백성들이 기독교로 개종해야 한다고 말하고서 용을 무찔렀지만 참수형을 당했다. 번역문의 파편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이 전설의 한 장면 같고, 그렇게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번역은 한 단어를 비슷한 뜻의 다른 단어로 교체하는 것이 아닌, 다른 뜻, 다른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맥락, 다른 형태의 글자, 다른 소리와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다른 느낌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어쩌면 원문 단어에 대응하는 비슷한 뜻의 번역문 단어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저자는 이렇게 번역이 맞아떨어지지 않아 틈새가 벌어지는 곳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려고 한다.\"(옮긴이의 글 중에서) 이제 겨우 번역을 마친 주인공 앞에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는 원고를 부치러 우체국에 가는 동안 소년 한 명과 여러 성 게오르크들을 만나며 아슬아슬한 모험을 하고 이들에게서 가까스로 벗어나는데, 정작 봉투를 잃어버려 원고를 부치지 못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바다로 달려가는 '나'의 모습에서 외려 해방의 기쁨과 안도감이 느껴지고, 달려가면서 바다로 들어갈지 말지 다시 망설이는 '나'는 그렇게 여전히 번역 속에 머무른다. 이렇게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작업\"인 번역을 상징하며 끝나는 소설의 글쓴이에 대해, 소설의 옮긴이는 다시 이렇게 말하며 이 열린 책을 닫는다. \"다와다 요코는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하게끔 만드는 글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바통을 건네는 릴레이 선수처럼. 이 책도 읽는 사람에게 글자, 글, 번역이라는 바통을 건네고 그것을 이야기하게 한다.\"(옮긴이의 글 중에서)
나는 섬에 올 때부터 ‘소설’ 번역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정작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제 하루밖에 안 남았는데 뭘 어떻게 옮겨야 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두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이 글자들의 무리를 정말로 ‘소설’이라 불러도 좋은지도 나는 감이 안 잡혔다. ‘소설’ 하면 다른 사람한테서 받은, 오래 입어서 천이 부드러워진 겉옷 같은 느낌이 있는데 그와 다르게 이 글자들의 무리는 햇볕이 달군 모래알처럼 살에 껄끄럽고, 팔을 스르륵 넣어 겉옷을 입듯이 읽기를 시작할 수가 없다. 나는 겉옷이 아니라 달군 모래알을 입고 걷고 있다. (14–15쪽)
화산 폭발 때 용암이 흘렀던 흔적이 집 바로 옆을 따라 나 있었는데 좁고 긴 모양으로 바다로 이어졌다. 그 ‘강’과 같은 검은 길을 뭐라 불러야 좋을지 모르겠다. 해 질 녘이 되면 ‘진짜 강’처럼 보이고 물 흐르는 소리마저 들렸다. 그 검은 강 위쪽을 나는 어느샌가 낯선 여성과 나란히 서서 걷고 있었다. 그 여성이 ‘작가’임은 그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었다. (18쪽)
단어들이 이어지지 않은 채 원고지에 흩어졌다. 모두 이어서 문장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생각만 들고 거기에 필요한 체력은 최소한도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체력보단 폐활량이 모자랐다. (…) 나는 단어 하나를 읽는 데도 숨이 차서, 힘들어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다음 단어에는 거의 도달하지도 못한다. 그래도 적어도 나는 단어 하나하나의 낯선 감촉에 충실한 편이고 지금은 그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단어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건너편 강변에 던지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전체가 이리저리 흩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전체를 다 생각할 여유는 없다. 전체는 아무렴 어떠냐는 생각까지 들었다. 번역이란 것이 ‘건너편 강변에 건네는 것’이라면 ‘전체’쯤은 잊어버리고 이렇게 작업을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어쩌면 번역은 전혀 다른 것일지도 몰랐다. 이를테면 변신 같은. 단어가 변신하고 이야기가 변신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바뀐다. 그리고 마치 처음부터 그런 모습인 양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늘어선다. 이렇게 하지 못하는 나는 분명히 서투른 번역가다. 나는 말보다 내가 먼저 변신할까 봐 몹시 무서울 때가 있다. (22–23쪽)
한 번이라도 좋으니 혼자서 끝까지 번역해 보고 싶다가도 마지막에 이르러 되돌아갈 수 없을 때 부당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올까 봐 무섭다. (…) “저는 어떤 역할도 맡고 싶지 않아요.저는 번역자니까요.” 하고 발뺌해도 그때만 괜찮지 조금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 정말이지 번역은 내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나는 번역을 완성하고 싶지 않다. 완성하고 싶지도 않고 당연히 도중에 그만두고 싶지도 않다. 질질 끌면서 하는 것 외에는 묘안이 없다. (44–45쪽)
에이 씨는 독자의 입장이 돼서 몇 번이고 다시 읽으라고 충고했지만 나는 도저히 독자의 입장이 못 된다.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될 수 있나.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내 안에 갇혀서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는 건 아니고, 적어도 작가에게서 무언가를 받아들인다는 실감은 있었다. 그리고 받아들인 것을 다시 던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디를 향해 무엇을 던지고 있는지 잘 모를 뿐이었다. (48쪽)
작가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
글자를 옮기는 사람
옮긴이의 글
다와다 요코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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