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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옮기는 사람

시리즈 : 제안들 [17]

다와다 요코 저 | 유라주 역 | 워크룸프레스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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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356521 / 120쪽 110 x 175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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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다와다 요코의 소설 『글자를 옮기는 사람』이 워크룸 문학 총서 ‘제안들’ 37권으로 출간되었다. 36권과 함께 출간된 이 책은 번역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2014년 번역 문학 총서로 시작된 ‘제안들’의 마지막 번호를 단 ‘끝의 시작’이다. 1권부터 현재 17권까지 출간된 ‘제안들’은 계속해서 순차로 출간되는 한편 37권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출간되기도 할 예정이다. 총서 권수에 특별한 의미는 없으며, 마지막으로 출간할 번호를 정하지 않았음을 밝혀 둔다.

 

 

출판사 리뷰

틈새의 이야기가 건네는 바통 '나'는 섬에 머물면서 여러 주민들을 만나는데, 그중 비현실적인 만남이 등장한다. 작가와 함께 걸으며 대화하는 장면은 번역이 곧 번역가와 작가가 마주하는 과정임을 상징한다. 한편 독자는 번역을 하는 '나'의 생각과 행동을 따라가면서 그 번역 작업 속에 머물게 된다. 주인공이 번역하는 작품은 독일 작가 안네 두덴이 그림 「성 게오르크 전설」을 보며 떠올린 8쪽 분량의 소설 『알파벳의 상처』다. 라틴어로 게오르기우스라고 알려진 게오르크는 자신이 양들에 이어 공주를 잡아먹으려 하는 용을 해치우면 백성들이 기독교로 개종해야 한다고 말하고서 용을 무찔렀지만 참수형을 당했다. 번역문의 파편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이 전설의 한 장면 같고, 그렇게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번역은 한 단어를 비슷한 뜻의 다른 단어로 교체하는 것이 아닌, 다른 뜻, 다른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맥락, 다른 형태의 글자, 다른 소리와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다른 느낌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어쩌면 원문 단어에 대응하는 비슷한 뜻의 번역문 단어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저자는 이렇게 번역이 맞아떨어지지 않아 틈새가 벌어지는 곳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려고 한다.\"(옮긴이의 글 중에서) 이제 겨우 번역을 마친 주인공 앞에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는 원고를 부치러 우체국에 가는 동안 소년 한 명과 여러 성 게오르크들을 만나며 아슬아슬한 모험을 하고 이들에게서 가까스로 벗어나는데, 정작 봉투를 잃어버려 원고를 부치지 못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바다로 달려가는 '나'의 모습에서 외려 해방의 기쁨과 안도감이 느껴지고, 달려가면서 바다로 들어갈지 말지 다시 망설이는 '나'는 그렇게 여전히 번역 속에 머무른다. 이렇게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작업\"인 번역을 상징하며 끝나는 소설의 글쓴이에 대해, 소설의 옮긴이는 다시 이렇게 말하며 이 열린 책을 닫는다. \"다와다 요코는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하게끔 만드는 글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바통을 건네는 릴레이 선수처럼. 이 책도 읽는 사람에게 글자, 글, 번역이라는 바통을 건네고 그것을 이야기하게 한다.\"(옮긴이의 글 중에서)

저자 소개

이민 작가로는 드물게 이중 언어(독일어, 일본어)로 글을 쓰고 독일과 일본뿐만 아니라 전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는 여성 작가 다와다 요코의 대표 소설 『목욕탕(Das Bad)』과 에세이선 『영혼 없는 작가(Erzahler ohne Seelen)』가 동시에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거의 소개가 되지 않았는데, 두 책의 출간으로 다와다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다와다 요코는 196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고, 와세다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다. 1979년 19세의 나이로 시베리아 기차를 타고 홀로 독일로 갔다. 작가는 특이하게도 자신의 짧은 이력서에조차도 이 기차 여행을 거의 빠짐없이 기재하는데,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 체험이 자신의 문학 세계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기차역에서마다 다른 물을 마시며 서서히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 왔다는 점은 작가로 하여금 동양과 서양을 대립되는 세계가 아닌, 서로 겹치는 큰 경계 영역을 지닌 세계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새로운 세계와 언어에 대한 낯선 체험은 언어 자체가 갖고 있는 ‘매개체’로서의 속성을 깊이 있게 성찰하게 했다. 즉 언어는 투명한 유리처럼 자아와 세계를 매개시켜 주고 자신은 보이지 않게 물러나 있는 것이 아니라, 낯선 매개체로서 사용할 때마다 우리는 이 매개체를 통해 생각하고 말해 왔음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는 세계를 자명한 것 혹은 고정된 정체성으로 파악하는 것을 의문시하게 만든다. 다와다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나’가 고정된 주체가 아니라 항상 변화하는 물 같은 존재로 그려지는 것 또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새로운 언어를 익히면서 체험하는 언어의 이방성 혹은 낯섦은 모국어도 마찬가지로 거리를 두고 관찰하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기존의 언어 권력에 매몰되지 않고 저항할 틈새를 찾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와다는 낯선 것이 주는,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계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다와다 문학 세계의 중심에는 언어의 낯섦이 놓여 있다. 
1982년부터 다와다는 독일에 체류하고 있으며, 함부르크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했고, 2000년에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유럽 문학에 나타난 장난감과 언어 마술」이라는 논문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에 최초로 『네가 있는 곳에만 아무것도 없다(Nur da wo du bist da ist nichts)』라는 책을 독일어와 일본어로 출판했다. 주목을 받은 『목욕탕』은 1989년에 발표되었고, 그 외에도 『유럽이 시작되는 곳(Wo Europa anfangt)』(1991), 『손님(Ein Gast)』(1993), 『밤에 빛나는 학가면(Die Kranichmaske, die bei Nacht strahlt)』(1994), 『여행을 떠난 오징어(Tintenfisch auf Reisen)』(1994), 『부적(Talisman)』(1996), 『귤은 오늘 밤 안으로 탈취당해야 한다(Aber die Mandarinen mussen heute abend noch geraubt werden)』(1997), 『계란 속의 바람처럼(Wie der Wind im Ei)』(1997), 『오르페우스 혹은 이즈나기(Orpheus oder Izanagi)』(1998), 『틸(Till)』(1998), 『변신 (Verwandlungen)』(1998), 『오비디우스를 위한 마약(Opium fur Ovid)』(2000), 『벌거벗은 눈(Das nacke Auge)』(2004)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중, 단편 소설이나 에세이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와 장편 소설과 연극, 방송극으로 장르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다양한 수상 이력도 눈에 띈다. 독일에서 레싱 문학상, 샤미소 상, 괴테 문학상 등을, 일본에서도 군조 신인 문학상, 이즈미 교카 문학상, 쓰보우치 쇼요 상, 다니자키 준이치로 문학상, 아쿠타가와 상 등을 받았다. 한편 1998년에는 튀빙겐 대학의 문학창작과에서 시학을 강의했고, 1999년에는 미국 MIT에서 창작 강의를 하기도 했다. 

역자 소개

  • 역자 : 유라주

1980년 출생. 단국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히토쓰바시 대학원 언어사회연구과에서 「통치성으로 본 한국 시민사회의 형성과 전개」(2016)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로 여성과 소수자의 문제에 관심이 있으며 이 관심을 바탕으로 쓴 논문으로 「Author as Discourse: African American Women’s Autobiographies」(2021), 「‘사회적인 것’으로서 재생산노동과 일본 개호보험제도」(2020), 「다문화주의, 대항공론장, 공통세계」(2018)가 있다. 옮긴 책으로 『할머니들의 야간중학교』(2019), 『여행하는 말들』(2018)이 있다.

 

책 속에서

나는 섬에 올 때부터 ‘소설’ 번역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정작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제 하루밖에 안 남았는데 뭘 어떻게 옮겨야 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두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이 글자들의 무리를 정말로 ‘소설’이라 불러도 좋은지도 나는 감이 안 잡혔다. ‘소설’ 하면 다른 사람한테서 받은, 오래 입어서 천이 부드러워진 겉옷 같은 느낌이 있는데 그와 다르게 이 글자들의 무리는 햇볕이 달군 모래알처럼 살에 껄끄럽고, 팔을 스르륵 넣어 겉옷을 입듯이 읽기를 시작할 수가 없다. 나는 겉옷이 아니라 달군 모래알을 입고 걷고 있다. (14–15쪽)

화산 폭발 때 용암이 흘렀던 흔적이 집 바로 옆을 따라 나 있었는데 좁고 긴 모양으로 바다로 이어졌다. 그 ‘강’과 같은 검은 길을 뭐라 불러야 좋을지 모르겠다. 해 질 녘이 되면 ‘진짜 강’처럼 보이고 물 흐르는 소리마저 들렸다. 그 검은 강 위쪽을 나는 어느샌가 낯선 여성과 나란히 서서 걷고 있었다. 그 여성이 ‘작가’임은 그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었다. (18쪽)

단어들이 이어지지 않은 채 원고지에 흩어졌다. 모두 이어서 문장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생각만 들고 거기에 필요한 체력은 최소한도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체력보단 폐활량이 모자랐다. (…) 나는 단어 하나를 읽는 데도 숨이 차서, 힘들어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다음 단어에는 거의 도달하지도 못한다. 그래도 적어도 나는 단어 하나하나의 낯선 감촉에 충실한 편이고 지금은 그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단어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건너편 강변에 던지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전체가 이리저리 흩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전체를 다 생각할 여유는 없다. 전체는 아무렴 어떠냐는 생각까지 들었다. 번역이란 것이 ‘건너편 강변에 건네는 것’이라면 ‘전체’쯤은 잊어버리고 이렇게 작업을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어쩌면 번역은 전혀 다른 것일지도 몰랐다. 이를테면 변신 같은. 단어가 변신하고 이야기가 변신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바뀐다. 그리고 마치 처음부터 그런 모습인 양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늘어선다. 이렇게 하지 못하는 나는 분명히 서투른 번역가다. 나는 말보다 내가 먼저 변신할까 봐 몹시 무서울 때가 있다. (22–23쪽)

한 번이라도 좋으니 혼자서 끝까지 번역해 보고 싶다가도 마지막에 이르러 되돌아갈 수 없을 때 부당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올까 봐 무섭다. (…) “저는 어떤 역할도 맡고 싶지 않아요.저는 번역자니까요.” 하고 발뺌해도 그때만 괜찮지 조금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 정말이지 번역은 내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나는 번역을 완성하고 싶지 않다. 완성하고 싶지도 않고 당연히 도중에 그만두고 싶지도 않다. 질질 끌면서 하는 것 외에는 묘안이 없다. (44–45쪽)

에이 씨는 독자의 입장이 돼서 몇 번이고 다시 읽으라고 충고했지만 나는 도저히 독자의 입장이 못 된다.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될 수 있나.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내 안에 갇혀서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는 건 아니고, 적어도 작가에게서 무언가를 받아들인다는 실감은 있었다. 그리고 받아들인 것을 다시 던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디를 향해 무엇을 던지고 있는지 잘 모를 뿐이었다. (48쪽)

목차

작가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

글자를 옮기는 사람

옮긴이의 글
다와다 요코 연보
작품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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