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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1

원제 : 掌の小說 / 川端康成
시리즈 : 손바닥 소설 [2]

가와바타 야스나리 저 | 유숙자 역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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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8360 / 306쪽 121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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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유럽의 허무주의, 미래파,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은 일본 문학 유파인 신감각파를 대표하는 작가. 난해한 문체 속에 내밀하게 숨겨진 탐미와 죽음, 그 미학적 경지의 불가해성으로 일본 평론가들 사이에서조차 그의 언어체계가 보여주는 의미망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899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부모와 조부모, 하나뿐인 누이와 사별했다. 사별한 혈육을 추모하고, 외롭고 허무한 인생을 견뎌내는 방법으로 그는 문학을 선택한다. 동경대 국문학과 졸업 후 신진작가 약 20명과 함께 「문예시대」를 창간한다. 직접 창간사를 썼던 「문예시대」는 일본문학계에 ‘신감각파’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그러나 신감각파 문학은 1927년 일원이던 아쿠다가와 류우노스케의 돌연한 자살로 사실상 흐지부지 끝을 맺는다. 다행하게도 이 무렵부터 그의 문학은 독자적인 미적 세계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설국』에 이르러 일본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자리매김한다. 

작가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꼽았던 『설국』은 그다지 길지 않은 중편소설이지만 기고에서 완성까지 무려 13년의 세월이 걸린 작품. 발표 도중 「문예간담회 상」을 받았다. 시작은 1935년 「문예춘추」 1월호였고, 끝은 1947년 「소설신조」 10월호였다. 

196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작가로서 영예의 절정에 이른 시기, 그러나 1972년 4월 16일 그는 자살로서 돌연 생을 마감한다. 제자인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가 자결한 뒤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죽음이다. 그의 자살에의 이유에 대해 특별하게 알려진 이유는 없다. 그가 자살할 당시 책상에는 쓰다 중단한 원고와 뚜껑이 열린 만년필이 놓여 있었을 뿐. 그의 작품으로는 『이즈의 무희』, 『서정가』, 『금수(禽獸)』, 『천우학(千羽鶴』, 『산의 소리』, 『잠자는 미녀』, 『아름다움과 슬픔』, 『고도(古都)』등이 있다.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품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은 무슨무슨상으로 소개되기 보다는 그 자체의 서정적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것이 책에 대한 예의일지도 모른다. 이미 여러번 번역되어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이지만,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백미랄 수 있는 '눈 지방의 정경을 묘사하는 서정성 뛰어난 감각적인 문체'를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번 읽어도 여전히 감동을 준다. 이 작품의 특징은 인물과 배경 묘사가 치밀한 데 반해, 그 안의 두드러진 줄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인간 행위의 유한함을 자연의 무한함에 비교하려고 했던 저자의 의도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또다른 대표작으로 꼽히는 『산소리』는 몽환 세계와 현실 세계의 귀로에 서서, 과거에 동경했던 연상의 여인에 대한 집요한 집착과 현실의 터부에 대한 과감한 도발이 차가울 정도로 차분히 전개되는 소설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후기 대표작으로 꼽힌다. 해몽 소설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이 텍스트에서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유머로 그려지는데 그 유머에는 읽는 이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그런 차가움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장편 소설『고도(古都)』라는 작품은 아이 때 버려졌던 치에코는 양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자랐지만 가슴속에 알 수 없는 외로움을 품고 있다. 아름다운 처녀로 자란 치에코는 축제의 밤, 홀로 신사에 참배를 갔다가 자신과 똑 닮은 나에코를 만나게 된다. 어릴 적 헤어진 쌍둥이 언니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원했던 나에코는 치에코를 반가워하지만 치에코의 가슴에는 격정적인 파란이 인다. 한날한시 한배에서 태어났지만 신분이 다른 치에코와 나에코. 그 운명의 엇갈림이 고도(古都) 교토를 배경으로 애잔하게 펼쳐진다. 

『여자라는 것』은 그가 쓴 여성을 위한 소설로서 변호사의 부인으로 여자의 이상형에 가까운 중년의 이치코. 그런 이치코를 동성애라도 할 듯이 흠모하면서도 이치코의 옛 애인과 남편을 유혹하는 사카에. 깊은 슬픔을 간직한 채 처음 시작하는 사랑에 불타오르는 다에코. 젊은 두 여성, 이들은 이치코를 흠모하면서 각자의 연애에 자신을 불태운다. 『여자라는 것』은 이들 세 여자의 다양한 행동과 심리적 갈등을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불가사의한 여자들만의 심리상태와 여자의 슬픔을 훌륭하게 표현해낸 작품으로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서 여자가 여자를 알아가는 공포, 여자가 모르는 여자의 고독과 자부심을 그려내 여자의 생명력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다. 

저자의 다른 작품으로 단편집 『이즈의 무희』는 한 고등학교 학생이 훌쩍 여행을 떠나, 우연히 만난 놀잇패거리와 어울려 며칠간 같이 지내다 헤어지는 내용이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제목인,『이즈의 무희』는 새카맣고 숱많은 머리카락과 대조적인 작고 흰 얼굴에 마음이 설레던 놀이패의 젊은 여자가 알고보니 고작해야, 12-13살 남짓의 어린애에 지나지 않았다는 작은 에피소드에서 나왔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또 다른 단편을 모은 『어머니의 첫사랑』은 어머니가 죽은 후 어머니의 첫사랑이었던 시야마에게 맡겨진 유키코가 시야마를 남몰래 연모하면서도 와카스기에게 시집을 간다는 내용으로 유키코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간결한 필체로 묘사한다
계명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및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도쿄 대학교 대학원 인문사회계 연구과(일어일문학 전공)에서 연구 과정을 마쳤다.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비교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한국어문화교육센터 강사로 있다. 지은 책으로 『재일 한국인 문학 연구』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설국』, 『깊은 강』, 『만년』, 『행인』, 『손바닥소설』,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올해는 감 풍년이라 산 가을이 아름답다.
반도 남단의 항구. 막과자가 진열된 대합실 2층에서 자줏빛 옷깃의 노란 옷을 입은 운전사가 내려온다. 밖에는 빨간색 대형 정기 승합자동차가 자줏빛 깃발을 세우고 있다.
어머니는 막과자가 든 종이봉투 주둥이를 다잡아 쥐고 몸을 일으키며, 구두끈을 말쑥하게 묶고 있는 운전사에게 말한다.
“오늘은 자네가 당번이로구먼. 그렇구먼. ‘고맙습니다’ 씨가 데려가준다면 이 아이한테도 행운이 찾아와줄 테지. 좋은 일이 생길 징조구먼.”
운전사는 곁의 처녀를 보고 말이 없다.
“언제까지고 미뤄본들 기약 없으니께. 더구나 이제 곧 겨울이니께. 추울 때 이 아이를 멀리 내보내는 건 가엾으니께. 기왕 보낼 거면 날씨 좋을 때가 좋겠다 싶은겨. 데려가기로 했다네.”
운전사는 잠자코 끄덕이고는 병사처럼 자동차로 다가가 운전석 방석을 단정히 매만진다.
“할머니, 제일 앞쪽으로 타세요. 앞쪽이 덜 흔들려요. 한참 가야하잖아요.”
150리 북쪽, 기차가 있는 마을로 어머니가 딸을 팔러 가는 길이다. (1권 「고맙습니다」, 110~11쪽)

그 소리의 메아리처럼 다시 남편한테서 편지가 왔다. 지금껏 어느 때보다 더 낯설고 먼 지역이 발신처였다.
(너희들은 아무 소리도 내지 마. 장지문을 여닫지도 마. 호흡도 하지 마. 너희 집의 시계도 소리를 내선 안 돼.)
“너희들, 너희들, 너희들.”
그녀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리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영원히 가냘픈 소리조차 내지 않게 되었다. 즉, 엄마와 딸이 죽은 것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녀의 남편도 베개를 나란히 한 채 죽어 있었다. (1권 「동반 자살」, 145~46쪽)

내가 이 이야기를 보고하는 것은 단지 자네를 짓궂게 괴롭히기 위해서만은 아니야. 자네의 사진을 함께 불단에 장식한 것도 자네와 처제의 사랑을 묻어버리라거나, 자네가 무덤까지 처제를 따라가라는 식으로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야. 그럼에도 사람들이 그 사진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합장하고 분향하고 염불을 올리기도 하는 걸 보고 있자니, 정말이니 난 우스꽝스럽더군. 검은 리본 아래 자네가 있는 줄은 알지 못하니까. 이처럼 인간이란 죽은 자에게 예배할 작정으로 산 자에게 예배하는 경우가 있고, 또한 산 자를 바라보고 있을지라도 그 그림자에 죽은 자가 있기도 한 거지. 자네가 기차 창문으로 아무 생각 없이 자동차를 보았을 때 그것이 애인의 장례 행렬이기도 한 거지. (1권 「영구차」, 162~63쪽)

“당신은 저를 이등 기차를 타는 여자라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당신 탓이 아니라 제가 그리 보이도록 평소에 애쓰고 있기 때문이죠. 어제는 무심코 삼등 대합실이라고 말씀드려, 그만 정체를 드러내고 말았어요. 그리고 집에서 곰곰이 생각했죠. 저를 이등 기차에 타는 여자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이제 싫어졌어요.”
도쿄 역에서 기다리다 지쳐 돌아오자, 그녀에게서 이런 편지가 와 있었다.
그녀는 그녀 자신을 비천하게 보임으로써 실은 그를 비웃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아무튼 그는 이 일로 다시 당분간 삼등 대합실과는 무관한 생활을 하리라. 그러므로 삼등 대합실은 그 순례자와 승려의 모습을 빌려, 로맨틱한 인상을 그의 머리에 간직하게 되리라.
하지만 그는 그 순례자가 범죄자의 변장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그녀가 삼등 기차를 타는 여자라고 믿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로―. (1권 「삼등 대합실」, 277쪽)

아내는 신기하기 짝이 없다. 단골을 찾아 나선다고 말했는데, 교토 시내를 변소 빌려줍니다, 변소 빌려줍니다, 하고 떠들며 돌아다니는 건가 싶어 한참 궁리하다 지친 참에, 어느새 돈 통에 8푼을 던져 넣고 변소에 들어간 처녀가 있다. 그다음부턴 잇따라 들락날락 손님들이 좀처럼 끊이지 않기에 아내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며 지키고 섰는데, 머잖아 중간 휴식 팻말을 내걸고 변소 통을 퍼내는 소동―드디어 해 질 녘까지 변소 대여료 8,000푼, 그리고 다섯 짐을 퍼냈다.
“아무래도 남편은 문수보살의 환생인가? 참말로 그 사람이 말한 꿈같은 일이, 난생처음 정말 이루어졌어!”
기뻐 어쩔 줄 모르는 아내가 술을 사놓고 기다리는 그때, 애통하게도 업혀 들어온 것은 남편의 시신.
“하치베의 변소에서 복통 발작을 일으켰는지 죽어 있었습니다.”
남편은 집을 나가자마자 3푼을 내고 하치베의 변소에 들어가, 안에서 자물쇠를 잠그고 남이 열려고 하면,
“에헴, 에헴……” 기침을 하고 그 기침에 목소리도 쉬고 낮이 긴 봄날, 일어설 수도 없게 되고 말았나. (2권 「변소 성불」, 49쪽)

“오늘 밤 애송이들이 그 끈을 잡아당기러 갈지도 모르는데……” 하고 분장실에서 아파트로 전화를 걸자 남편은 졸린 목소리로,
“그래? 그렇담 끈을 끌어 올려놓지 뭐.”
“아니에요,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란코는 미소 지었다.
“껄렁껄렁한 녀석들이긴 해도 무대 위의 나한테 호응을 해주기도 하니까. 내 소중한 홍보 담당자예요. 아주 세련되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뭐라도 좋으니 먹을거리를, 단팥빵 같은 걸 끈 위에 매달아줘요. 어차피 아침부터 밥 구경이라곤 통 못 해봤을 녀석들이니까 엄청 좋아하겠죠. 란코는 멋지다고, 인기를 얻을 걸요.”
“으음.” 하품 뒤섞인 대답을 하긴 했어도 가난한 시인인 그에게 빵을 살 만한 돈이 없었다. 방 안을 빙 둘러보니 란코가 받아 온 화환뿐이었다.
그런데 빵보다 꽃을 더 반기는 기풍이 불량소년들에게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런가. (2권 「매여 있는 남편」, 110~11쪽)

“일반적으로 데스마스크라는 건, 그게 누구 것인지 모르고 보면 성별을 구분할 수 없지요. 예컨대 베토벤처럼 우람한 얼굴의 데스마스크도 물끄러미 보노라면 여자의 얼굴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녀처럼 여자다운 여자는 없었던 터라 데스마스크도 참으로 여자다우려니 생각했습니다만, 역시 이처럼 죽음을 이길 순 없었습니다. 죽음과 함께 성 구분도 끝나는 거지요.”
“그녀의 일생은 여자라는 데서 오는 기쁨의 비극이었습니다. 죽음 직전까지 더할 나위 없이 여자였어요. 그 비극에서 그녀가 이제야 완전히 벗어난 거라면” 하고 그는 악몽이 사라진 후련한 마음으로 손을 내밀며,
“우리가 서로 손을 맞잡아도 좋겠군요.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이 데스마스크 앞에서.” (2권 「데스마스크」, 150~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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