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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 사회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여성에 대한 일상화된 젠더 폭력이다. 하대나 타자화, 가십의 대상이 되는 여성들. 작가는 이 문제의식 속에서 거침없는 입담으로 에피소드들을 엮어내며 독자들에게 읽는 쾌감을 선사한다. -MD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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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446907 / 204쪽 116 x 183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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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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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 세상엔 왜 이리도 미친놈이 많은가”
배기정의 소설에는 불쾌감을 자아내는 사람들이 매번 등장한다. 「남은 건 볼품없지만」에서 ‘나’는 (가족을 포함해) 예술가들에 둘러싸여 있고, 그 자신 또한 작가이다. ‘예술하는 나부랭이’들과 얽히며 여성으로서 느끼는 불합리함과 환멸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는 ‘현학적인’ 눈매의 아저씨 영화감독에게 노동 착취를 당하기도 하고, 워킹홀리데이 당시 친하게 지냈던 애인이자 친구인 무명 작곡가 ‘찰스’에게는 뒤통수를 맞는다. 소설집의 두 번째 작품인「끝나가는 시절」은 예술과 현실에 대해 온도차를 보이는 두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며, 다분히 조금은 이상한 인간들을 유머러스하고도 애잔하게 그려낸다. 뮤지션 지망생이자 중국집 사장 ‘송원’의 가게에 그의 예전 우상인 ‘만우(유키)’가 배달원으로 취직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한심한 단꿈에 젖어 계속 음악을 해달라고 말하는 송원을 보면 만우는 화가 치민다.
이놈은, 이 젊은 사장 놈은 취기로 고백하던 예의 없던 놈들과 달랐다. 만우가 제일 혐오하는 낭만파 새끼였다. 앨범 한 장 판 돈으로 소주 사 먹는 기분이 얼마나 좆같은데. 물려받은 가게로 잘 먹고 잘 사는 놈이 뭘 알까.”(「끝나가는 시절」, 93쪽)
“언니, 곤란한 거면 말해줘요”
그럼에도 거기 남아 있는, 다가와주는 사람들, 여성들
여성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불편한 시선들은 「레일라」에서 전면적으로 보여준다. 여성 화자 ‘나’의 상사인 박 본부장은 “주 대리는 아들 낳을 상이야. 그 나이에 이십대처럼 볼살이 통통하고, 덕이 있잖아”(121쪽) 같은 시쳇말로 빻은 발언도 서슴지 않으며, 무명 영화감독인 오빠는 애인인 ‘레일라’에게 얹혀살면서도 뒤에서는 스폰이 있을 거라며 레일라를 편협하게 깎아내린다. 하지만 이 지독하게 차별적인 세상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삶을 긍정할 수 있다고 소설은 말하는 듯하다. 거기 남아 있는, 다가와주는 사람들이, 또 다른 여성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믿었던 애인한테서 과격한 상황을 겪게 될 때에도 레일라는 나를 뒤따라와준다.
차창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레일라. 도로 소음에 묻혀버리지 않는 다정함. 힘이 빠져 주저앉아버리는 나. 이윽고 코끝에 다가오는 덜 익은 사과 냄새. 그것을 품은 바람. 한쪽 어깨에 얹어지는 레일라의 손. 적당한 힘으로 내 어깨를 쥐는 그 손.(「레일라」, 178쪽)
「남은 건 볼품없지만」에서 지진 때문에 도망쳐 나왔던 장소인 자하로 다시 돌아갈 때도 정작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준 건 평소에 싫어했던 여자애 미니다. “아까는, 그쪽을 보는데 좋더라구. 잘 살아남아서 다시 자하에 왔구나, 다행이다 싶었어요.”(60쪽) 『남은 건 볼품없지만』은 이렇듯 환멸과 냉소 그리고 온기를 다 머금고 있는 소설이다. 작가가 그려낸 현실과 인물은 깊은 몰입감을 자아내면서 탈출구 없는 시절의 감수성과 탈출구에서 뻗어준 손의 감각을 독자에게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 작가의 말
어제는 내 이야기 속 그가 불쌍했는데 오늘은 어처구니가 없다. 자기 연민은 끔찍이 싫어하면서 또다시 자기 연민을 품은 인물을 만든다. 그래도 술에 취해 상대에게 너는 너무 예뻐, 진짜 예뻐 그런 소리를 남발하게 놔두진 않는다. 함부로 아무에게나 구원받게 두지도 않는다. _에세이 「일일一日」
■■■ 발문
재미있는 상황을 보면 생각한다. 아, 누가 소설로 써줬으면 좋겠는데. 기왕이면 젊은 여자가. 왜냐하면 어떤 나이대의 어떤 성별의 시각으로 본 예술 작품은 차고 넘치기 때문에. 자기 연민 없이 / 웃기고 또 누군가에겐 슬픈 순간을 / 건조하고 가감 없이 재미있게 / 누군가 적어줬으면 좋겠는데. 지금 자기 자신이 멋지다고 생각하면서 대사를 뱉고 있는 사람의 벌거벗은 임금님적 순간을 누가 집어내줬으면 좋겠는데. 기쁘게도 요즘 그런 작품들이 보여서 신이 난다. 배기정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짝짝 쳤다. _오지은(뮤지션·작가)
■■■ 책 속으로
그래도 매달 2만 원을 인권운동단체에 기부하고 있는데, 그 단체가 지켜주고자 하는 많은 인권 중 하나가 여성 인권이 아닌가. 내가 사는 세상에는 불합리한 가해를 견디는, 혹은 견디다 사라지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가. _「남은 건 볼품없지만」, 13쪽
세상엔 절대 안 되는 것도 있구나, 그 말은 무슨 뜻이었어? 내가 그런 말 했어? 게임하다가 그런 말 했잖아. 아, 기억난다. 그냥 그런 거 있잖아.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으니까. 그니까 너도 너무 열심히 살지 마. 해도 안 되는 게 널리고 널렸어. 세상에 노력해서 되는 건 그나마 게임 정도일걸. 그마저도 엄청 허무해. _「남은 건 볼품없지만」, 40쪽
스낵바에서 나와, 담배를 태우며 밤거리를 걸었다. 누군가를 두고 떠났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끼진 말아요. 그 누구도 이튿날 더 무시무시한 지진이 올 거라고 생각 못 했으니까. 스치는 인연 하나하나 가슴에 새겨두면 그게 더 괴로워요. 미니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_「남은 건 볼품없지만」, 68쪽
모로 가도 메이저 입성만 하면 된다고 그는 춤을 추며 노래하기로 결심했다. 결국 누군가의 아류 냄새가 나는 2인조 힙합 아이돌로 데뷔했고 망했다. 인디 신으로 다시 돌아가기가 민망해진 그는 먹고살기 위해 퀵 배달을 시작했는데 이게 또 적성에 맞았다. _「끝나가는 시절」, 87쪽
전전 사장님 이름이……. 맞어, 계족이야. 김계족. 이번에는 민희의 입가가 씰룩였다. 결국 순간 웃음이 새어 나왔다. 미안해요, 웃어버렸네. 가게 이름 바꿔볼까 고민하다 관뒀어, 흐흐흐. 잘했네, 난 계족반점이 좋아요. _「끝나가는 시절」, 104쪽
송원은 설렁탕집을 나서는 유키를 얼른 뒤쫓아나갔다. 오늘은 꼭 말해야지. 저 형 팬인데요. 저하고 소주 한 잔만 더 하면 안 돼요? 이렇게 말하면 스토커 같을까? _「끝나가는 시절」, 107쪽
레일라에게 언니는 변하는 것이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레일라와 오빠가 헤어진다고 해서, 나까지 집을 나가야 하는 것은 좀 억울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_「레일라」, 113쪽
오빠는 레일라가 유흥업소를 다녔을 거라고 했다. 예명이 박힌 명함을 만들고, 주위 사람들에게 그 이름으로 부르게 하는 것이 그때부터였을 거라고 했다. 레일라의 본명은 신은영이었는데, 오빠는 한 번도 레일라를 은영으로 부른 적이 없다고 했다. _「레일라」, 123~124쪽
레일라.
너는 나의 구세주일까.
별일 아닌 것 같으면 차 돌려서 가려고 했어요. 미안해요, 쫓아온 건. _「레일라」, 178쪽

남은 건 볼품없지만
끝나가는 시절
레일라
에세이 일일一日
발문 박수를 짝짝 치며 소설을 읽는 마음_오지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