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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78537 / 184쪽 122 x 188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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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시골에 휴가를 보내러 온 모녀가 마주한 악몽 같은 현실
이 마을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소설은 시골 병원 침대에 누워 죽어가는 젊은 도시 여인 아만다와 이 마을 소년 다비드의 대화로만 전개된다. 아만다가 이곳에 누워 있기까지 벌어진 일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는 대화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사실은 이렇다. 아만다는 바쁜 남편을 도시에 두고 먼저 어린 딸 니나와 함께 시골로 휴가를 보내러 왔다가 빌린 별장과 이웃한 집에 사는 여인 카를라를 만나 가까워진다. 어쩐지 시골 풍경과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카를라는 어느날 아만다에게 기묘하고 섬뜩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자신의 아들 다비드가 6년 전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죽어가다 마을의 ‘녹색 집 여인’에게 어떤 치료를 받았고, 그뒤로 ‘괴물’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카를라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혼란에 빠진 아만다는 이곳에 머무는 내내 딸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 거리’를 유지하려 더욱 강박적으로 애쓴다. 하지만 결국 딸과 떨어지게 되고, 자신 또한 무언가에 중독되어 죽어간다. 아만다와 다비드가 나누는 대화의 중심은 서로 다른 두개의 질문이다. 다비드의 ‘벌레(병의 원인)는 정확히 언제 생겨났는가?’ 그리고 아만다의 ‘니나는 어디에 있는가?’. 아만다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두 사람은 서로 알고 싶어하는 것이 다르다.
두 사람의 대화로만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독특한 형식
‘사만타 슈웨블린’이라는 장르의 탄생
이 작품의 핵심이자 천재적인 면은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느냐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비극이라는 주제는 단순하고, 대단한 추리를 요하는 복잡한 사건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소설 속의 “수도”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임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지명은 제시되지 않고 마치 우화처럼 “도시” “시골”로만 불리며, 시간 배경도 ‘현대’라고 추정될 뿐 모호하다. 그러나 서로 원하는 답이 다른 두 사람이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벌이는 신경전의 팽팽한 긴장감이 스멀스멀 불안을 자아내며 숨통을 조여오는, 대단히 독특하고 매력적인 ‘뉘앙스의 공포?서스펜스 소설’이라 할 만하다. 사만타 슈웨블린은 라틴아메리카의 ‘마술적 리얼리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완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형식과 감성을 더해 자신만의 장르를 창조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요커』의 서평가 지아 톨렌티노는 “새벽에 이 책을 손에 쥐고 읽는 동안 낮고 메스꺼운 스릴이 덮쳐왔다”면서 “고도의 수수께끼 같으면서도 고도로 통제된 설계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장르에 속하는 소설처럼 느껴진다”고 평했다. 호흡이 짧은 이야기를 간결하고 핵심을 담은 문장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하기 위해 슈웨블린은 초고를 열두번이나 고쳐 썼다고 한다.
『피버 드림』뿐만 아니라 슈웨블린의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일관적인 정서는 ‘두려움’(miedo)이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 고독에 대한 불안, 고통에 대한 공포, 소통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된다. 가족 구성원, 특히 부모와 자식 간에 느끼는 두려움 또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 이유를 슈웨블린은 이렇게 설명한다. “가족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환경이다. 그래서 기묘한 것, 비정상적인 것, 위험한 것이 우리의 가장 작은 사회적 단위인 가족을 덮칠 때 모든 것이 훨씬 더 무시무시해진다.” 두려움이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슈웨블린이 공포야말로 인간 내면의 깊은 곳에 내재한 가장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감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인간이 망쳐놓은 환경의 역습
기후재난과 팬데믹의 시대에 더욱 섬뜩하게 다가오는 공포
슈웨블린의 공포가 더욱 서늘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의 소설이 현실의 문제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슈웨블린은 아르헨티나의 무분별한 농약 살포와 그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르헨티나는 소가 사람보다 많은 목축업 국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세계적인 농업 대국이기도 하다. 특히 대두(大豆)의 경우 생산량이 브라질,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이며, 그중 90퍼센트 이상이 유전자 변형?조작(GMO) 제품이다. 대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농약이 오랜 기간 무분별하게 살포되어온데다 1996년부터 농약에 내성이 있는 유전자 변형·조작 콩을 생산하면서 농약 남용의 부작용이 속출했다. 2013년 우리나라 일간지에도 ‘아르헨티나 다섯살 ‘점박이’ 소녀 논란, GMO 때문?’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사실이 소개되기도 했다. “여기서 환상은 우리가 무섭게, 또한 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현실을 확장한 것일 뿐이다. 뇌리에 각인되는 이미지와 중대한 질문으로 가득하다”라는 『뉴욕 타임스』의 평처럼, 현재 인류가 직면한 기후재난과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 창궐이라는 위기에 이 소설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것이다.
—벌레 같은 거예요.
—무슨 벌레인데?
—벌레 같은 거요, 어디에나 다 있는.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건 남자아이다. 질문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11면
“사람들은 ‘집을 잃는 게 최악’일 거라고 말하지만 나중에 더 나쁜 일이 생긴 뒤에는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 빌어먹을 짐승의 고삐를 놓을 수만 있다면 집과 심지어 목숨이라도 내주려고 하겠죠.” 24면
카를라에게 일어난 일이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을지 궁금해. 나는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거든. 지금 당장은 니나가 느닷없이 수영장으로 달려가 뛰어든다면 내가 차에서 뛰쳐나가 그애한테 이르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계산하는 중이야. 나는 그걸 ‘구조 거리’라고 불러. 딸아이와 나를 갈라놓는 그 가변적인 거리를 그렇게 부르는 거지. 나는 그 거리를 계산하며 반나절을 보내. 그러나 항상 실제로 일어날 법한 상황보다 더 많은 위험을 상상하지. 27-28면
나는 카를라를 보고 카를라도 나를 봐. 어릿광대의 웃음처럼 거짓임이 분명한 미소를 띠고서. 그 미소 때문에 나는 잠시 혼란스러워져서 이 모든 게 길고도 악취미적인 농담인가 하고 생각해. 하지만 카를라가 이렇게 말하지.
“그러니까 이게 우리 새로운 다비드예요. 이 괴물이요.” 44-45면
“그런 일은 그냥 일어나는 거예요, 아만다. 우리는 시골에 살고 밭에 둘러싸여 있으니까요. 누군가가 쓰러지고, 회복하더라도 이상이 생기는 일은 흔하죠. 당신도 그런 사람들을 길에서 보고요. 그런 사람들을 구별할 줄 알게 되면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놀랄 거예요.” 95면
그때 니나가 내 손을 잡는 게 느껴져. 나는 그 손을 꼭 잡아. 지금 나를 이끌어주는 건 그 손이야. 아주 작은 손이지만 나는 그 손을 믿어. 나는 속으로 그 손은 뭘 해야 할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거라고 말해. 129면
피버 드림
옮긴이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