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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녕

박준 저 | 난다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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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862887 / 80쪽 280 x 202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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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속에서> 우리는 안녕 박준 벽 앞에서 우리는 눈앞이 캄캄해지지. 벽은 넘지 못하고 눈만 감을 때가 있어. 힘을 들일수록 힘이 빠지는 순간이 있고, 힘을 내도 힘이 나지 않는 날들이 있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네가 보고 싶어. 안녕? 안녕, 안녕은 처음 하는 말이야. 안녕, 안녕은 처음 아는 말이야. 안녕은 마음으로 주고 마음으로 받는 말이야. 그래서 마르지 않아. 안녕은 같이 앉아 있는 거야. 안녕은 노래야. 안녕은 가리어지지 않는 빛이야. 안녕은 부스러기야. 안녕은 혼자를 뛰어넘는 말이야. 안녕은 등 뒤에서 안아주는 말이야. 안녕은 눈을 뜨는 일이야. 안녕은 어제를 묻고 오늘 환해지는 일이지. 안녕은 밥을 나누어 먹는 거야. 그러다 조금 바닥에 흘리고는 씨익 웃는 거야. 안녕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일이고, 셈하지 않고 들어주는 일이지. 그게 무엇이든. 안녕은 차곡차곡 모으는 마음이야. 마음을 딛고, 우리는. 안녕, 안녕. 한번 눈으로 본 것들은 언제라도 다시 그려낼 수 있어.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는 것을 그리움이라고 하는 거야. 안녕, 다시 안녕이라는 말은 서로를 놓아주는 일이야. 안녕, 다시 안녕이라는 말은 뒷모습을 지켜봐주는 일이야. 안녕, 안녕. 안녕, 안녕은 말하고 싶을 때 말하고 안녕, 안녕은 말하기 싫을 때에도 해야 하는 말이야. 안녕. 작가의 말 볼 수 없지만 그릴 수 있다는 듯이 아빠는 할머니를 모릅니다. 아빠가 다섯 살이 되던 해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으니까요. 아빠에게 남은 다섯 살 때의 기억은 자신을 가여워하며 눈물짓던 동네 사람들의 모습이 전부입니다. 긴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아빠는 먼 친척 집에 갔다가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구해옵니다. 일가친척들이 모두 나온 사진, 그 속에는 생전 할머니의 얼굴이 손톱만한 작은 크기로 찍혀 있었습니다. 아빠는 사진을 빌려와 확대하고 또 확대했고 그 끝에 결국 할머니의 얼굴을 흐릿하게나마 액자 속에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볼 수 있었고 알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아빠의 그리움은 더욱 선명해진 것이고요. 이번에는 단비의 이야기입니다. 단비는 아빠와 함께 사는 개입니다. 얼굴도 몸도 하얀 단비. 잘 먹고 잘 자고 잘 뛰어다니는 단비. 단비에게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단비가 있는 마당으로 종종 날아들던, 잿빛과 푸른빛의 깃털을 가진 새. 새는 자주 마당 한편에 있는 나무에 앉아 있었습니다. 단비가 곤한 낮잠을 잘 때면 흰 꼬리를 살짝 부리로 쪼는 장난도 쳤고요. 잠에서 깬 단비는 분하다는 듯 새를 보며 짖었습니다. 새는 단비의 밥을 먹고 단비의 물도 마셨습니다. 그럴 때면 단비는 쫑긋 세우던 귀를 내리고 눈을 지그시 감았습니다. 그런데 새가 어느 날부터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단비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새가 앉아 있던 나뭇가지 끝을 올려다보는 일을 빼먹지 않았습니다. 볼 수 없지만 그릴 수 있다는 듯이. 만나지 못한 이를 그리워할 때, 눈은 먼 곳으로 가닿습니다. 보고 싶은 이를 보고 싶어할 때, 마음은 가까이 있고요. 헤어지며 놓아주는 순간 내뱉었던 안녕. 기다리고 기약하고 다시 그리며 준비해두는 안녕. 이 사이에 우리의 안녕이 있습니다. 우리가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2021년 봄 박준

저자 소개

  • 저자 : 박준
저자 : 박준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늘 개와 함께 살고 있다.

그림 : 김한나
<일상생활의 승리> <미세한 기쁨의 격려> <먼지가 방귀 뀌는 소리> 등의 전시를 했다. 항상 토끼와 붙어다니고 있다.

머리말

볼 수 없지만 그릴 수 있다는 듯이

아빠는 할머니를 모릅니다. 아빠가 다섯 살이 되던 해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으니까요. 아빠에게 남은 다섯 살 때의 기억은 자신을 가여워하며 눈물짓던 동네 사람들의 모습이 전부입니다. 긴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아빠는 먼 친척 집에 갔다가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구해옵니다. 일가친척들이 모두 나온 사진, 그 속에는 생전 할머니의 얼굴이 손톱만한 작은 크기로 찍혀 있었습니다. 아빠는 사진을 빌려와 확대하고 또 확대했고 그 끝에 결국 할머니의 얼굴을 흐릿하게나마 액자 속에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볼 수 있었고 알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아빠의 그리움은 더욱 선명해진 것이고요.

이번에는 단비의 이야기입니다. 단비는 아빠와 함께 사는 개입니다. 얼굴도 몸도 하얀 단비. 잘 먹고 잘 자고 잘 뛰어다니는 단비. 단비에게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단비가 있는 마당으로 종종 날아들던, 잿빛과 푸른빛의 깃털을 가진 새. 새는 자주 마당 한편에 있는 나무에 앉아 있었습니다. 단비가 곤한 낮잠을 잘 때면 흰 꼬리를 살짝 부리로 쪼는 장난도 쳤고요. 잠에서 깬 단비는 분하다는 듯 새를 보며 짖었습니다. 새는 단비의 밥을 먹고 단비의 물도 마셨습니다. 그럴 때면 단비는 쫑긋 세우던 귀를 내리고 눈을 지그시 감았습니다. 그런데 새가 어느 날부터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단비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새가 앉아 있던 나뭇가지 끝을 올려다보는 일을 빼먹지 않았습니다. 볼 수 없지만 그릴 수 있다는 듯이.

만나지 못한 이를 그리워할 때, 눈은 먼 곳으로 가닿습니다.
보고 싶은 이를 보고 싶어할 때, 마음은 가까이 있고요.

헤어지며 놓아주는 순간 내뱉었던 안녕.
기다리고 기약하고 다시 그리며 준비해두는 안녕.
이 사이에 우리의 안녕이 있습니다.

우리가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2021년 봄
박준

책 속에서

우리는 안녕

박준

벽 앞에서 우리는 눈앞이 캄캄해지지.
벽은 넘지 못하고 눈만 감을 때가 있어.
힘을 들일수록 힘이 빠지는 순간이 있고,
힘을 내도 힘이 나지 않는 날들이 있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네가 보고 싶어.

안녕?
안녕, 안녕은 처음 하는 말이야.
안녕, 안녕은 처음 아는 말이야.
안녕은 마음으로 주고 마음으로 받는 말이야.
그래서 마르지 않아.

안녕은 같이 앉아 있는 거야.
안녕은 노래야.
안녕은 가리어지지 않는 빛이야.
안녕은 부스러기야.
안녕은 혼자를 뛰어넘는 말이야.
안녕은 등 뒤에서 안아주는 말이야.
안녕은 눈을 뜨는 일이야.
안녕은 어제를 묻고 오늘 환해지는 일이지.
안녕은 밥을 나누어 먹는 거야.
그러다 조금 바닥에 흘리고는 씨익 웃는 거야.

안녕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일이고,
셈하지 않고 들어주는 일이지.
그게 무엇이든.

안녕은 차곡차곡 모으는 마음이야.
마음을 딛고, 우리는.
안녕, 안녕.

한번 눈으로 본 것들은 언제라도 다시 그려낼 수 있어.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는 것을 그리움이라고 하는 거야.

안녕, 다시 안녕이라는 말은 서로를 놓아주는 일이야.
안녕, 다시 안녕이라는 말은 뒷모습을 지켜봐주는 일이야.
안녕, 안녕.

안녕, 안녕은 말하고 싶을 때 말하고
안녕, 안녕은 말하기 싫을 때에도 해야 하는 말이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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