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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로의 여행

에릭 앰블러 저 | 최용준 역 | 열린책들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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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912707 / 376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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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증기선 〈세스트리 레반테〉호는 부둣가 위로 우뚝 솟아 있었고, 작은 차랑갑판마저 흑해에서 미친 듯이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온 축축한 진눈깨비에 흠뻑 적어 있었다.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현대 스파이 소설의 아버지 에릭 앰블러는 1909년 런던 남동부 찰턴에서 태어났다. 노샘프턴 폴리테크닉 인스티튜트에서 공학을 공부했으나, 학업을 그만두고 전기 회사에서 일하면서 작가의 꿈을 키워 갔다. 처음에는 극작가를 지망했지만, 점차 스릴러 장르에 매력을 느껴 소설 집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값싼 흥미 위주의 스파이 소설들과 결을 달리하는 데뷔작 『어두운 변경』(1936)에서부터, 이후 1940년까지 5년간 『보기 드문 위험』(1937), 『어느 스파이의 묘비명』(1938), 『경계의 이유』(1938), 『디미트리오스의 가면』(1939), 『공포로의 여행』(1940) 등 지금도 극히 높은 평가를 받는 여섯 권의 스릴러 소설들을 발표하면서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또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도 크게 활약하여, 1953년 아카데미 영화제 각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1959년 『무기의 통로』를 발표하며 영국 추리 작가 협회상을 수상했고, 1962년 출간한 『한낮의 빛』으로 미국 추리 작가 협회상을 수상했다. 이어 『레반트인』(1972)으로 영국 추리 작가 협회상과 미국 추리 작가 협회상, 스웨덴 범죄 소설 아카데미상을 받았으며, 『닥터 프리고』(1974)로 프랑스 추리 소설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1981년에는 영국 문화를 세계에 알린 공로로 대영 제국 훈장을 받았으며, 1986년에는 영국 추리 작가 협회가 최초로 수여하는 평생 공로상인 다이아몬드대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학성과 오락성을 동시에 갖춘 앰블러의 작품들은 스릴러 장르의 작품성을 높이 끌어 올려 존경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변화시켰다. 이후 존 르카레와 같은 작가의 출현을 가능하게 한 것도 그였다. 앰블러는 1998년 런던에서 사망했다.

역자 소개

대전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천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이온 추진 엔진에 대한 연구로 항공우주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라스마를 연구한다. 옮긴책으로 코니 윌리스의 《둠즈데이북》, 제임스  S.A. 코리의 《익스팬스: 깨어난 괴물》, 코니 윌리스의 《화재감시원》 (공역),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자젤》,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 댄 시먼스의 《히페리온》, 마이크 레스닉의 《키리냐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슐러 K. 르 귄 걸작선집 등이 있다. 헨리 페트로스키의 《이 세상을 다시 만들자》로 제17회 과학기술도서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시공사의 〈그리폰 북스〉, 열린책들의 〈경계 소설선〉, 샘터사의 〈외국 소설선〉을 기획했다.

책 속에서

「당신이 말하는 것들에 제가 관심이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레이엄 씨? 제가 관심 있는 건 당신의 몸뚱어리입니다. 살아 있는 채로요. 터키 공화국에는 그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거기에 통제력을 가질 수 있는 한, 저는 그 몸뚱이가 살아 있게 할 겁니다. 유럽은 전쟁 중입니다. 그걸 이해하시겠습니까?」
그레이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령은 잠시 그를 응시하다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일주일 조금 더 전에, 당신이 아직 갈리폴리에 있을 때, 우리, 그러니까 제 휘하 스파이들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그곳에서 당신을 죽이려는 음모가 있었습니다. 그 음모는 아주 서투르고 미숙했지요. 당신을 납치해 칼로 찔러 죽일 계획이었지요. 다행히, 우리는 바보가 아닙니다. 그 어떤 것이라도 찜찜한 부분이 보이면, 우리는 절대 멜로드라마처럼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 우리는 체포된 자들을 설득해 그자들이 소피아에서 독일 스파이에게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 이제 이해하시겠습니까, 그레이엄 씨? 당신의 뛰어난 두뇌가 제가 전달하려는 바를 잘 이해하신 겁니까? 더할 나위 없이 간단합니다! 누군가가 당신을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
- 본문 70~71쪽

드물지만 자신의 죽음을 생각할 때, 즉 보험 가입을 고려하는 그런 때면, 그레이엄은 자신이 침대에서 자연사할 거라고 늘 재차 확신하곤 했다. 물론 사고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는 조심스러운 운전자였고, 겁이 많은 보행자였으며, 수영을 잘했다. 승마나 등반은 하지 않았고, 현기증에 시달리지도 않았다. 큰 동물을 사냥하지도 않았으며, 다가오는 기차 앞으로 뛰어들고 싶단 생각은 아주 잠깐도 해본 적이 없었다. 전반적으로, 그는 자신이 자연사할 것이란 확신이 영 근거 없는 생각은 아니라고 여겼다. 세상의 누군가가 그의 죽음을 바란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만약 그런 생각을 했다면, 서둘러 신경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았을 것이다. 사실 누군가가 그의 죽음을 바랄 뿐 아니라 일부러 죽이려고 시도까지 하고 있다는 주장을 들은 그는, a2이 더는 b2+c2이 아니라는 반박 불가능한 증거를 본 것처럼, 또는 그의 아내에게 연인이 있다는 소식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깊은 충격을 받았다.
- 본문 72쪽

위험은 언제나 우리 주위 사방에 있다. 어쩌면 당신은 위험의 존재를 모른 채 오랜 세월 살 수 있으리라. 어떤 일은 절대로 당신에게 일어날 수 없다고 믿으며, 죽음은 병이나 불가항력 같은 달콤한 이유로만 찾아온다고 믿으며 삶의 마지막 날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험은 언제나 주위에 도사리면서, 시간 그리고 운명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당신의 순진한 생각을 비웃을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위험은, 혹시라도 당신이 잊었을 경우, 문명은 환상이며 당신이 여전히 정글에 산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 본문 93쪽

잠시, 그레이엄은 깨어 있는 채로 누워 바깥에서 바닷물이 부딪히는 소리, 엔진들이 계속해서 쿵쿵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파리채를 든 웨이터! 베를린에는 그가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이름도 모르는, 그러면서도 그의 죽음을 선고한 인간이 있었다. 소피아에는 그 선고를 실행에 옮기라는 지시를 받은 묄러라는 인간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 몇 미터 떨어진 9번 선실에는 9밀리미터 구경의 자동 권총을 지닌 암살자가 있었다. 그자는 사형 선고를 받은 이를 이미 무장 해제시켰고, 처형을 실행한 뒤 돈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정의가 그러하듯, 그 전체 과정은 비개인적이고 감정에 좌우되지 않았다. 그것과 싸워 이기려고 애쓰는 건 교수대에서 교수형 집행인과 논쟁을 벌이는 것만큼이나 소용없어 보였다.
- 본문 207쪽

목차

공포로의 여행

역자 해설: 벨벳을 두른 유인원

에릭 앰블러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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