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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의 이중성

최정아 저 | 현대시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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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1042796 / 128쪽 136 x 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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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으로 [ 대표시 ] 나무들의 이중성 순록의 뿔을 꿈꾼 적 있어 나무들이 거센 눈발 받아내고 있다 우-우 대설주의보다 달려보고 싶다는 간절함에 그렇게 서 있었던 것일까 하늘이 뿔에 찔린 듯 눈이 쏟아진다 여름날 무성한 그림자를 생의 절정이라 말하지 마라 추위를 건너는 관冠은 우아하고 눈부시다 견딘다는 것은 뿌리의 힘을 믿는 일이다 강풍에 쓰러진 나무가 살아났을 때 호되게 뒷머리를 맞았다는 느낌 두 발로 걷는 내가 왜 나무에게 위로를 받아야 하는지 기다림과 외로움 끝에 마주해야 할 삶의 이면에서도 무성한 잎이 살랑이는 소리가 있어 구름의 이면에서도 차오르는 달 사람들 눈에만 나무가 서 있어 보인다 쥐똥나무 하수구에 살던 쥐들이 갉아먹던 눈썹달을 잊었는지 흙에 발을 깊이 파묻었다 지린내쯤 무관하다는 듯 자작나무는 얼굴에 분칠 중인데 어젯밤 샛강의 물소리를 따라갔던 아랫마을에서 잊고 지낸 봄을 만났다 속잎 하나 피우는 일이 지구 반 바퀴 도는 일 숨어 지낸 어릴 적 외로움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미는데 안전한 출구를 찾는다 갉아대던 눈썹달이 가시덤불 속에서 푸르러지고 굴을 파던 습성을 기억하는지 다투어 잎 피우던 나뭇가지 아래로 쥐똥이 수북하다 뚜껑을 열다 한 사내가 맨홀 속으로 들어간다 음습함에 길든 전선들이 마치 얼마 전, 봉분 속 관목을 열었을 때 수습되던 어머니의 머리카락 같아 아득하다 속세의 끈을 놓지 못해서일까 살점 흩어진 뼈에 세워진 무선기지국 흙을 파 내려가는 동안 간간이 수신되어 오는 고주파의 전류가 씨알 굵은 바람을 일으키곤 했다 지상에서 지하로 젖 한 번 물리지 못한 마흔다섯 요절에 얹어주었다던 손거울이 그대로 나왔을 때 지상 곳곳의 땅속을 누비던 사내의 더운 피 심장을 쿵쿵 울렸다 풀무질 소리에 나뭇잎이 살랑였다 처마 끝 고드름 녹이는 한 줌 햇살이 그리운 날이다 사다리 아래 디딤돌이 저녁별처럼 빛나면 자주 목멘 걸음을 내디딘다 얼룩진 냉기에 따스한 목소리 맨홀 속 등이 촉촉하다

저자 소개

  • 저자 : 최정아
저자 : 최정아
남원에서 출생하였다. 200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이후, 2004년 <시선>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밤에도 강물은 흐른다> <봄날의 한 호흡>이 있으며, 중산시문학상, 석정문학 촛불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머리말

[ 시인의 말 ]

 

나의 詩는
나의 마음을 꺼내보는 일이다
사물에게 나를 건네보는 일이다

오랜만의 외출이다
함께해준 자연과 사물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빈다― 부디
민낯이 부끄럽지 않기를

 

책 속에서

나무들의 이중성

 

순록의 뿔을 꿈꾼 적 있어
나무들이 거센 눈발 받아내고 있다
우―우
대설주의보다

달려보고 싶다는 간절함에
그렇게 서 있었던 것일까
하늘이 뿔에 찔린 듯 눈이 쏟아진다

여름날 무성한 그림자를 생의 절정이라 말하지 마라 
추위를 건너는 관冠은 우아하고 눈부시다
견딘다는 것은 뿌리의 힘을 믿는 일이다
강풍에 쓰러진 나무가 살아났을 때
호되게 뒷머리를 맞았다는 느낌
두 발로 걷는 내가 왜 나무에게 위로를 받아야 하는지

기다림과 외로움 끝에 마주해야 할
삶의 이면에서도
무성한 잎이 살랑이는 소리가 있어
구름의 이면에서도 차오르는 달

사람들 눈에만 나무가 서 있어 보인다
쥐똥나무

 

하수구에 살던 쥐들이
갉아먹던 눈썹달을
잊었는지
흙에 발을 깊이 파묻었다

지린내쯤 무관하다는 듯
자작나무는 얼굴에 분칠 중인데

어젯밤 샛강의 물소리를 따라갔던
아랫마을에서
잊고 지낸 봄을 만났다
속잎 하나 피우는 일이
지구 반 바퀴 도는 일

숨어 지낸 어릴 적 외로움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미는데
안전한 출구를 찾는다

갉아대던 눈썹달이
가시덤불 속에서 푸르러지고

굴을 파던 습성을 기억하는지

다투어 잎 피우던 나뭇가지 아래로
쥐똥이 수북하다
뚜껑을 열다

 

한 사내가 맨홀 속으로 들어간다
음습함에 길든 전선들이 마치
얼마 전, 봉분 속 관목을 열었을 때
수습되던 어머니의 머리카락 같아 아득하다
속세의 끈을 놓지 못해서일까
살점 흩어진 뼈에 세워진 무선기지국
흙을 파 내려가는 동안
간간이 수신되어 오는 고주파의 전류가
씨알 굵은 바람을 일으키곤 했다
지상에서 지하로
젖 한 번 물리지 못한

마흔다섯 요절에 얹어주었다던
손거울이 그대로 나왔을 때
지상 곳곳의 땅속을 누비던 사내의 더운 피
심장을 쿵쿵 울렸다
풀무질 소리에 나뭇잎이 살랑였다
처마 끝 고드름 녹이는 한 줌 햇살이 그리운 날이다
사다리 아래 디딤돌이 저녁별처럼 빛나면
자주 목멘 걸음을 내디딘다
얼룩진 냉기에 따스한 목소리
맨홀 속 등이 촉촉하다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그늘의 생존 10
깡통에 소리새가 산다 11
감정 여행 12
물오리의 오후처럼 14
비명 16
몸속의 새 18
파도를 꺼내다 19
허브장미 20
허브장미 2 22
염소 23
꽃가지 하나 24
투구꽃 26

제2부
고양이는 저녁 그림자를 물고 28
빗장 30
발아 32
나무들의 이중성 34
세탁론 36
공 37
얼음 새 38
저울 40
쇠똥구리 42
슬픔의 잎 44
낮잠의 각도 46

제3부
창문의 완성 48
잎을 이체하다 50
소금꽃 52
우렁각시 53
모순 54
필경사의 하루 56
실종 58
침묵 60
꽃사과의 계절 62
가을의 뒤축 64
풍란 66

제4부
적수(敵手) 68
공벌레 69
선글라스, 잠자리 70
나비의 잠 72
버즘나무 74
곰소항 75
참새 발목 같은 76
인형의 집 78
생태원 80
뚜껑을 열다 82
방목 84

제5부
쥐똥나무 86
손톱처럼 88
어둠, 질기고 물렁한 90
석류 92
모노드라마 94
열쇠 96
불면 98
겨울 비행 100
교신 102
가위춤 104
바다의 일과 106
바닥을 줍다 107

▨ 최정아의 시세계 | 배한봉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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