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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635330 / 384쪽 12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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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추상적 담론을 넘어, 신화학과 민속학의 모티브를 활용한 풍부한 에피소드와 미문(美文)에 가까운 문학적 서술로, 한국인의 죽음관을 풍성하고도 명쾌하게 풀어간다. 이 책보다 한국인의 죽음과 죽음관에 심층적으로 접근한 책은 없다.
2013년 세상을 떠난 김열규 선생은 한국에 대해, 한국인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곧 자신을 거울에 비추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평생 한국학 연구에 매진했다. 민속학과 한국문학을 아우르다 한국학으로 연구 지평을 넓혔다. 초기 민속학자들이 발굴한 자료에 대한 해석을 통해 한국학의 담론화 작업에 기여했다. 한국 민속문학의 학문적 토대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한국인과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밝히는 데 매진했던 그는 2018년 1월 고성군에서 ‘고성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인의 죽음론을 총체적으로 분석한 이 책에서 지은이는 식물이나 동물 등 폭넓은 생명의 죽음이 아닌, 문화와 인간의 상징적 표상으로서의 죽음론을 펼친다. 민속학자, 특히 한국학자로서의 지은이는 특유의 말솜씨로 '죽음' 에 관한 흥미로운 여러 가지 사실들을 되짚어내고 있다.
우리는 죽음이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기껏해야 삶의 끄트머리에 따라다니는 종착역 정도로 인식한다. 죽음에 대해 저항하려는 무의식이 자연스레 발로시킨 본능적 사고 때문이다. 이 책은 죽음을 다시금 뒤돌아보게 하며, 죽음은 삶의 최종지가 아니라 언제든 삶 속에 끼여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삶은 한 번뿐이기에 그 중요성, 중대성을 확보한다. 이러한 삶의 일회성은 삶의 허무나 삶의 포기를 종용하는 것은 아니다. 죽음은 삶의 끝에 오는 것이 아니다. 삶 속에 보이지 않게 간직되어 있던 죽음이 어느 날 문득 다 갖추어진 모습으로 삶 전체를 뒤집어 보이는 것뿐이다. 버림받고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죽음에 대해 '한발 비켜서서'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의 가치를 다시 되새겨 보아야 하고, 삶이 있기에 죽음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또한 이 책에서는 처리되기에 급급한 죽음의 세태를 비판하기도 한다. 고층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나 계단이 아니라 허공에 매달려 내려오는 관을 보며 그는 “편의성이, 간략함이 의례 절차를 억압해 버린 것”이라고 지적하며, “비록 한때나마 이사 짐짝의 꼴로 시신이 허공에 달랑거리게 되었을 때, 그 영혼은 오죽 당황했을까? … 영혼으로서는 그같이 아찔한 순간은 일찍이 겪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라고 한다. 저자의 죽음에 대한 통찰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성숙은 물론이거니와 궁극적으로 한 번뿐인 우리의 삶을 우뚝 세우는 데 깊은 영감을 준다.
죽음으로 해서 생은 에누리 없이 일회로 제약되고 만다. 한데 이 죽음으로 한계지워지는 생의 일회성이야말로 생의 진지함이며 집요함의 혹은 열정의 근거라고 릴케는 마음을 다잡은 것이다. 아! 오직 한 번뿐이니까 성실해야 하고 진지해야 하는 삶, 그건 죽음이 안겨준 선물이다. (47~48쪽)
죽음 때문에 우리들은 삶에 달라붙어야 한다. 그 죽음으로 해서 잃어질 삶이라면, 아니 결정적으로 잃어지게 되어 있는 게 삶이라면 우리들은 한사코 그 삶에 마음을 붙여야 하고 사랑을 붙여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 죽음 때문에 오히려 우리들은 악착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다. (63~64쪽)
낯설지 않은 자신의 죽음, 미리 길든 자신의 죽음, 이런 것은 여간 귀중한 죽음의 사상이 아니다. 거기엔 강박관념화한 죽음의 공포도 없고, 허무에 짓눌린 죽음도 없다. 죽음 앞에서 고개를 외로 꼬는 것도 아니고, 죽음을 영원한 미래시제 속에 미루려 드는 기색이 있는 것도 아니다. 죽음과 화친한 삶은 이미 익을 대로 익은 삶이다. (77~78쪽)
오늘날 죽음과 대체되거나 교환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상징성도 없다. 뒤도 속도 심지어 시신 이외의 어떤 객관적 지시물도 없는 허구인 기호로 죽음은 우리 앞에서 지워져가고 있다. 통과의례가 못 되고 다만 종지의 처리일 뿐인 그 상례에서 모든 것이 종결되고 아니 소실(消失)되고 나면 남는 것은 무, 없음. 그것 하나뿐이다.
오늘 우리들은 그런 죽음을 죽어가고 있다. 죽음마저 박탈당하고 만 것이다. 죽음이 없는 죽음, 그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죽음이다. (258쪽)
죽음이 떠나감이나 나그네길이 아니라 돌아감이라는 것에 대해서 ‘바리데기’는 말해주고 있다. 생명의 꽃이 피고 목숨의 물이 샘솟는 곳이 저승이다. 그곳은 모든 생명 있는 것의 원천이고 본향이다. 거기로 가는 것이 되돌아감이고 복귀, 그나마 원천(源川) 회귀(回歸)가 아니라면 말이 안 된다. 그것은 불행히도 외래 종교가 들어오면서 우리들이 놓쳐버린 죽음이다. ‘돌아가는 죽음’, ‘복귀하는 죽음’은 ‘떠나가는 죽음’에 떠밀려서 죽고 만 셈이다. (310쪽)
인간은 한계 앞에서 비로소 인간다워진다. 인간은 좌절의 덫에 걸려서 흘리는 동통(疼痛)의 피를 머금고 자라는 꽃이다. 인간은 자신이 고양이에게 쫓겨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쥐라는 의식을 더불어 스스로에 눈뜬다.
한계와 좌절, 그리고 극한은 인간 존재를 비쳐내는 거울이다. 자유혼은 그 거울에 의해서야 비로소 모습이 드러난 인간의 존재성이다. (325쪽)
사람끼리도 자주 만나야 정이 들기 마련이다. 다른 객체의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낯이 익는다는 것, 눈에 자주 든다는 것, 그것은 정붙이기의 전제다. 죽음도 마찬가지다. 죽음에 정을 붙이자면 그리하여 죽음과의 친화를 일구어 내자면 죽음과 자주자주 그리고 절실하게 마음으로 만나야 한다. 삶이 죽음과 정을 붙여야 한다. (347쪽)

책머리에_메멘토 모리
프롤로그_한국인의 죽음을 위한 서설
1부 거듭 되새기는 죽음들
삶을 위한 죽음의 사상
우리들 죽음을 내다보는 존재
2부 한국인의 죽음, 그 자화상
죽음은 삶과 함께 자란다
우리들 죽음의 자화상
3부 어제의 거울에 비친 오늘, 우리들의 죽음
그대, 삶과 죽음 사이를 바람처럼 오가는 이여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몰라보게 되는 죽음들
과잉 상태의 죽음
열린 죽음
죽음이라는 전역(轉役)
4부 죽음의 문화적·신화적 형상
지는 잎이 뿌리로 돌아가듯이
신화가 일군 죽음들
5부 죽임을 생각하고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위한 몇 가지 슬픈 사연들
죽음의 유머
에필로그_죽음아, 이제 네가 말하라
책 뒤에_흰 벽 앞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