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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

새들

요시모토 바나나 저 | 김난주 역 | 민음사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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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 크나큰 상실에서 조금씩 미래로 날아가려는 아이들, 영혼의 구원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 -MD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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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17979 / 236쪽 128 x 188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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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담담하지만 깊이 있게 슬픔을 전달하는 바나나만의 아름다운 문장력이 잘 드러나는 소설 대학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마코와 빵을 만드는 사가. 둘의 인연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있다. 마코에게는 부드럽고 말랑한 남동생이었던 사가. 둘의 엄마는 절친한 친구였고 신흥 종교에 깊이 매료되어 다카마쓰 씨를 중심으로 애리조나의 세도나에 정착해서 함께 살았다. 다카마쓰 씨가 병으로 세상을 떠날 무렵 그의 연인이었던 사가의 엄마는 그와 함께 죽기를 선택했고 둘이 십 대가 되어 갈 무렵에 마코의 엄마마저 지인의 집에서 총을 훔쳐 자살했다. 사가의 엄마가 어린 사가를 데리고 죽으려고 할 때 온몸으로 사가를 지켜낸 것이 마코다. “사가는 아직 어리잖아요. 어른들은 죽어 가고 있을지 몰라도, 사가는 아직 어리다고요. 살아갈 날이 더 많다고요. 사가는 내가 평생 책임지고 동생으로 키울 테니까, 제발 살려 줘요.” (45~46쪽) 이토록 어린 나이에 엄청난 무게의 악몽을 겪은 사가와 마코는 연인으로 성장한다.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려 애쓰지만 끔찍한 악몽은 둘을 떠나지 않는다. 마코의 꿈에서 다카마쓰 씨와 엄마 둘은 자꾸만 불길한 협곡으로 들어간다. 아무리 막으려 해도 마코는 새처럼 상공을 빙빙 날 뿐이다. 터져라 소리치고 싶었던 목구멍은 잔뜩 메어 있고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이 된 채 깨어날 때마다 내면의 폭풍을 알아보고 등을 두들겨 주는 건 서로뿐이다. 세상에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너무 일찍 깨달아 성숙해져 버린 아이들의 생각은 거꾸로 깊은 슬픔을 자아낸다. 유난하지 않고 담담하게 슬픔을 전달하는 바나나 특유의 아름다운 문장이 그 카타르시스를 배로 고조시킨다. 눈에 보이는 것을 좋은 마음으로 접하고 싶은 진심,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는 후기에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 모두가 ‘새들’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단순한 제목을 지었습니다. 아마 이 소설은 쇼와 시대의 꼬장꼬장한 아줌마에서 헤이세이 시대의 꼬장꼬장한 할머니로 이행해 가는 과정에서 내가 온몸으로 보고 들은, 이 나라가 ‘병들어 끝나가는 것에 저항하는 표현’을 꾸준히 해온 모든 표현자들에 대한 ‘응원 그리고 평론’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며 작품의 의의를 밝히고 있다. 아이를 낳아 예전처럼 작은 밭을 일구며 소박하게 식구를 늘리고 싶어 하는 사가와 마코는 지금의 사회가 잃어버린 향수를 간직하고 있다. 애리조나의 대자연 속에서 유년을 보내다 엄정한 생명과 자연의 이치를 경험한 둘의 눈에 비친 요즘 사람들은 거꾸로 자연스러운 섭리를 외면하려는 듯 보인다.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생명을 불태우듯 사는 삶을 꺼리고 양처럼 순하게 산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 그들은 생명에 대해 너무도 무심하고,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도 둔감하다. 그리고 그걸 알아도 최대한 모든 것을 작게 마무리하려 한다.” (105쪽) 또한 천애 고아나 다름없는 아이들의 곁에도 서서히 이런저런 인연이 생겨난다. 맑은 마음을 가진 마코의 단짝 미사코, 어른으로서 마코의 혼란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스에나가 교수 등은 거대한 고독 앞에 관계가 주는 힘이란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상실을 넘어 인간의 영혼에 필요한 것, 비뚤어지지 않고 최대한 올곧게 나아가려는 마음을 담은 이 소설을 만나 보자. 더욱 깊어진 요시모토 바나나의 사유와 매력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요시모토 바나나
저자 ; 요시모토 바나나
요시모토 바나나(吉本 ばなな)는 1964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일본대학 예술학부 문예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졸업 작품 ‘달빛그림자’로 예술학부 부장상을 수상했다. 1988년 <키친>으로 카이엔(海燕)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1989년 <티티새>로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하였고.1995년 <암리타>로 무라사키 시키부 상을 받았다. 이탈리아에서는 1996년 펜네시메 상과 1999년 마스케라다르젠트 상을 수상했다. 2000년에는 <불륜과 남미>로 제10회 도우마고 문학상을 받았다.1987년 데뷔한 이래 굵직한 문학상을 여럿 수상했고, 신간을 출간할 때마다 베스트셀러에 랭크되는 가장 주목받는 일본의 젊은 작가 중 하나이다. 특히 1988년에 출간한 <키친>은 지금까지 2백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으며 20여 개국에서 번역되어 바나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 이후 그의 작품들은 전세계 30개 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열대 지방에서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바나나는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에 수많은 열성적인 팬들을 가지고 있다. 영화와 만화, 대중가요, TV드라마 등 우리 시대 젊은 세대의 문화적 취향을 체화하고 있고, <우리 삶에 조금이라도 구원이 되어준다면, 그것이 바로 가장 좋은 문학>이라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이 시대를 함께 살아왔고 또 살아간다는 동질감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라도 쉽게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일본 최고의 비평가 중 한사람로 손꼽히는 요시모토 다카하키. 언니는 아방가르드 만화가이다. 좋아하는 색은 오렌지 색. 혈액형은 A형. 2000년 8월 결혼하여 엄마가 되었다. 오른쪽 다리에 바나나 문신이 있다고 한다.

역자 : 김난주
1987년 쇼와 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오오쓰마 여자대학과 도쿄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현재 대표적인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일본 문학을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하치의 마지막 연인』, 『허니문』,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 럭』, 『타일』, 『티티새』,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하얀 강 밤배』, 『슬픈 예감』, 『아르헨티나 할머니』, 『왕국』, 『해피 해피 스마일』 등과 『겐지 이야기』,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 『가족 스케치』, 『천국이 내려오다』, 『모래의 여자』 등이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김난주

1987년 쇼와 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오오쓰마 여자대학과 도쿄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현재 대표적인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일본 문학 및 베스트셀러 작품을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하드보일드 하드럭』, 『하치의 마지막 연인』, 『암리타』, 『티티새』, 『막다른 골목의 추억』, 『서커스 나이트』, 『주주』,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 감는 새 연대기』,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포트레이트 인 재즈』, 『해 뜨는 나라의 공장』 등과 『겐지 이야기』, 『모래의 여자』, 『기린의 날개』, 『천공의 벌』 등이 있다.

 


 

책 속에서

“하지만 그렇지 않아. 그래도 희망의 길은 있어. 꽉 막힌 길, 숨이 막히는 장소, 그런 곳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사는 거니까. 우리는 그냥 돌아온 게 아니야. 헤어지지도 않았고. 둘이서 새로운 장소로 조금씩, 꾸준히 마음을 옮겨 가는 중이라고.” (29쪽)

육체 따위는 없어도 사가는 사가라고 여길 정도다. 내게는 하늘도 풀도 나무도 빵도 와인도 흙도 모두 사가다. 내가 보는 것에는 모두 사가의 흔적이 있는 기분이다. (32쪽)

사가의 엄마는 수술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항암 치료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 지인이 운영하는 호스피스에 들어가겠노라고 하더니, 어차피 죽을 다카마쓰 씨와 시간을 맞추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 말을 듣고 엄마는 울면서 찬성했다.
나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들 이상하다, 하고. (46쪽)

나는 그때 일을 생각하면, 언제나 나 자신의 매몰찬 마음에 소스라친다. 마음에 선을 긋고, 그들의 슬픔이 스미지 않게 했다. 마음을 닫고 있어서, 그즈음의 일은 기계처럼 기억할 뿐이다. 살다 보면 온갖 장면이 있으니까, 그분인 것처럼 행세했다. (47쪽)

그런 일이 종종 있다. 눈물이 고이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마치 성욕처럼, 울고 싶은 심정이 쌓인다. (57쪽)

그러나 자기가 자신 속에 쏙 들어가 있는 사람은 있다. 마치 시간의 흐름이 그 사람 편인 것처럼 우아해 보이는 사람. 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그런 존재를 지향하려 한다. (58쪽)

내가 불안정한 기색을 보이면, 사가는 늘 슬픈 표정을 짓는다. 어떻게 전해지는 것일까 싶어 나는 숨이 갑갑하다. 견딜 수 없는 괴로움 정도는 내 마음대로 느끼게 해줘, 하고. 네가 같이 무거워지면, 내 자유가 줄어든다고. (69~70쪽)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날도 있거니와, 희끄무레하게 구름 낀 날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고, 어느 쪽이든 한쪽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사람은 그 점을 숨기려고 하니 싫다. 구름 낀 회색 하늘을 천으로 가리거나 색을 덧입히거나. (93쪽)

어둠 속에서 반짝 빛나는 그의 눈은 역시 별이나 다이아몬드 같았다.
그 아름다움에 눈물이 흐를 것 같았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말해 버리면 사라지고 말 것 같았다. (94~95쪽)

다만 그런 풍파를 볼 때마다 이 세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세계를 꿈꾸다 스러져 간 엄마의 생명을 곰곰이 생각한다. (119~120쪽)

주위를 봐라, 다른 것을 배워라,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매일 그런 걸 느껴야 하는 시대야. 하지만 스스로 결정했다면 그냥 여기 있어도 괜찮잖아. 인생은 한 번뿐이고, 스스로 선택하는 거야. 그 사람들도 선택하지 않았던 게 아니야. 그게 이상한 길이었어도 스스로 선택했다는 사실만은 존중해 줘도 좋잖아. (126쪽)

온 인생이 자신의 기분과 목표로 구성되어 있다면 갑갑해서 살 수 없고, 어떤 일화도 끼어들지 못한다. 절반은 바깥쪽에서 오는 것이니, 사람은 그에 반응하고 움직여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143쪽)

시간의 간격만 크게 볼 수 있으면, 이 세상의 모든 일은 대부분 자연이 해결해 줘요. 서두르는 건 인간 사정이고, 아무튼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이 세상에 그저 있을 뿐이라고 할 정도로. (145쪽)

혼은 더러운 먹이를 먹으면 아귀가 되어 더욱 쓰레기를 탐식하게 된다. 사소한 일 같지만, 그런 흐름이 생기고 만다. 사이좋게 지내다 졸업해서 흩어져도, 또다시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유사한 짓을 한다. 그리고 시간이 멈춘다. (29쪽)

엄마 없는 아이들의 고원 같은 곳.
그런 아이들끼리 손을 잡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느낌.
우리가 인류인 한, 너와 내가 같아질 수 있는 장소는 반드시 있다. (180~181쪽)

사가가 아닌 누군가와 지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가령 일요일 오후, 창가에서 종일 우는 그런 상태에서도. (194쪽)

과거는 과거라는 것을. 그리고 단순히 과거 위에 지금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요. 보다 입체적인…… 새가 높은 곳에서 멀리까지 바라보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197쪽)

그렇구나, 그런 거였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 나는 사가와 함께 있어도 미칠 정도로 불안하고 외로웠던 것이다. 줄곧. (200쪽)


 

목차

새들 · 9
저자 후기와 헌사 ·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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