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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관 송아영의 잡기

윤철희 저 | 연암서가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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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870749 / 356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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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화 전문지에 기사 번역과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번역서로는 금융업을 다룬 <뱅크 2.0>과 <뱅크 3.0>, 전기인 <히치콕>, <지식인의 두 얼굴>, <게이샤: A LIFE> 등과 인문서 <런던의 짧은 역사>, <도시의 역사>, <샤먼의 코트>,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평론집인 <위대한 영화> 1편과 2편, 로저 에버트의 자서전 <로저 에버트: 어둠 속에서 빛을 보다> 등이 있다.

책 속에서

P. 48 얼마 후 김종휘가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은 좌포청에서 포교와 포졸들이 찾아와 시신을 조사하고 집안 곳곳을 살폈다. 김종휘의 시신을 현장에서 임시로 검시(檢屍)한 포교는, 그리고 주위에서 시신을 살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김종휘가 누군가가 힘껏 휘두른 둔기에 머리를 맞아 심한 상처를 입고는 목이 꺾여 사망했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시신의 기관지와 폐를 살폈지만 물을 먹은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한 포교는 김종휘가 숨을 거둔 이후에 물에 던져진 거라는 결론을 어렵지 않게 내렸다. 불이 꺼진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별채에 들어간 포교는 탄내와 더불어 방안 곳곳에서 나는 기름 냄새, 그리고 장판의 불탄 자국을 바탕으로 별채의 불은 누군가가 일부러 지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접기


P. 55 그날 밤 민기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한때 웃는 낯과 자상한 목소리로 패설을 재미있게 잘 읽었다 민기를 치하하던 폐서인은 다시는 구중궁궐로 돌아가지 못할 지금,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을 하려 들고 있었다. 패관이 쓴 야사(野史)로 사관이 쓴 청사(靑史)를 꺾고는 세세만년(歲歲萬年) 후대의 사람들이 그 야사를 역사로 기억하게 만들겠다는, 감히 떠올려서도 안 되고 실행해서도 안 되는 엄청난 일을 벌이려는 것이었다. 


P. 95 얼마나 지났을까? 한생은 자신을 부르는 아련한 소리를 들으면서 의식을 찾았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힘겹게 일으킨 몸을 두 팔로 끌고 나간 한생이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는 눈만 살짝 내밀어 어둠 속을 살피자 횃불을 들고 큰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사내들 목소리가 들렸다. 한생은 폐가에서 나오기 전에 괴한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했던 게 생각났다. 저게 그를 끌어내려는 괴한들이 부리는 삿된 수작인지, 아니면 그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그를 찾는 소리인지 선뜻 가늠이 되지 않았다. 어찌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가뭄에 단비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 나리”를 애타게 부르는 땅쇠 목소리였다. 기어서 밖으로 나가 “여기요, 여기. 나 여기 있소.”라고 사람들을 부른 한생은 횃불이 몰려드는 걸 보고는 통증 때문에 다시 정신을 잃었다. 


P. 110 한생이 처자를 직접 찾아보기로 마음먹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사내를 보쌈하려는 자의 입장에 서서 일을 꾸며보는 거였다. 한생이 판단하기에, 사내를 보쌈하겠다고 작정한 자가 제일 먼저 고려할 점은 여러 면에서 처자에 비해 심하게 기울지 않는, 처자와 격이 맞는 사내를 보쌈할 장소를 정하는 거였다. 아무리 처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한 후에 목숨을 앗을 자라고 해도 근본도 모르는 미천한 자를 잡아다가 처자의 방에 집어넣을 수는 없는 노릇일 터였다. 처자 입장에서 이 보쌈은 꿈에서조차 생각해보지 못한 일일 것이다. 그런 기가 막힌 일을 벌여야 하는 처지인 처자로서는 인연을 맺는 상대가 글공부를 조금이라도 하고 곱게 자란 자라야 그나마 대하는 마음이 편할 것이고, 온순하고 유약한 자라야 괜한 앙탈을 부려 일하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과거를 보러 상경하는 하삼도(下三道)의 선비들이 지나는 길목인 천안 부근은 일을 벌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지천에 널려 있는 선비들 중에서 제일 어수룩하고 만만해 보이는 자를 고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바로 한생 자신 같은 자를. 여기에 생각이 미친 한생은 자괴감을 느끼며 한숨을 푹푹 쉬면서 한동안 먼 산만 바라보며 쓰린 마음을 달랬다. 


P. 145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그러니까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나고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냄새가 난다는 말씀에 따르면, 이렇게 강렬하면서도 고상하지는 못한 냄새들에 둘러싸여 살다 보면 은연중에 몸과 정신에 이 냄새들이 스밀 것이고, 그러면 장차 그 사람의 몸과 정신에서도 그런 냄새들이 배어 나올 터였다. 이런 냄새들에 젖어 사는 기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런 냄새에 걸맞은 생각을 하며 그 생각대로 몸을 놀리게 될 터였다. 아영은 사람들이 기생을 천하게 여기는 건 그들이 원래부터 천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세상이 천한 탓에 부지불식간에 천한 사람처럼 처신하게 되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영은 집에 가기 전에 깨끗이 몸을 씻어 지금부터 입을 냄새를 벗겨내야겠다고, 그래서 아버지 심기를 덜 언짢게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차

작가의 말

목수 후궁
한생전韓生傳
해어화의 죽음
전기수 청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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